얼음을 많이 넣어 달라는 그녀

라이딩

by 응응


도서관 카페는 대체로 조용하다.

페이지 넘기는 소리, 키보드 두드리는 소리, 간간이 하품하는 소리가 풍경의 전부다.

그런데 오후 한 시쯤 되면, 이 정적의 풍경이 조금 흔들린다.

문이 열리고 바람이 들어오듯 그녀가 등장한다.
헬멧, 장갑, 쇼트팬츠. 멋있다.

그녀는 늘 똑같이 주문한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얼음은 많이요.”

나는 그 말투가 참 재미있다. 꼭 얼음을 안 넣으면 큰일이라도 나는 것처럼 주문한다.

커피는 잊어도 괜찮은데 얼음만큼은 절대 양보할 수 없다는 태도다.


사실 나는 가끔 생각한다. 왜 그렇게 얼음을 많이 넣으라고 할까.

그냥 차갑게만 마셔도 되는데.

그러다 깨달았다.
사람마다 버티는 방식이 다른 거다.

어떤 사람은 달리기로 하루를 버티고, 어떤 사람은 드라마 몰아보기로 버틴다.

그녀는 얼음을 왕창 넣은 아이스 아메리카노로 오후를 버티는 것이다.

얼음은 금방 녹는다. 그렇지만 잠시라도 시원함을 선물한다.

인생도 그렇지 않나. 금세 사라질 줄 알면서도 그 순간이 필요하다.


솔직히 늘 묻고 싶다.
“언제부터 라이딩을 하셨어요?”
“왜 이렇게 열심히 타세요?”

하지만 꾹 참고 있다. 괜히 물었다가 “살 빼려고요”라는 현실적인 대답이 돌아오면 그 순간 내 상상이 산산조각 날까 봐 두려운 거다.

나는 그녀의 자전거가 단순한 다이어트 기계가 아니라, 인생의 드라마 같은 무대이길 바란다.


그녀는 커피가 나오면 얼음이 덜컥거리는 텀블러를 들고 다시 도로로 향한다.

나는 그 뒷모습을 보며 문득 생각한다.
아마 그녀의 인생도 저 얼음처럼 녹아내리면서도 단단히 버티고 있는 게 아닐까.
뜨겁게 달린 시간 위에 잠시라도 선명한 시원함을 얹는 것.

그것이 라이딩이고 커피이고 어쩌면 그녀의 하루일지도 모른다.


언젠가 정말 용기를 내어 물어볼 수 있을까.
“왜 자전거를 타세요?”
하지만 지금은 그저 상상으로만 남겨 두고 싶다.

나는 오늘도 커피를 내리며, 그녀의 다음 주문을 기다린다.
“아이스 아메리카노요. 얼음 많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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