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어떤 서비스든 '나'라는 개인을 위해 제공되는 서비스, 특히 사람의 노동력을 제공받는 서비스의 형태에는 왠지 모를 부담과 거부감이 있다. 이를테면 대리운전을 부르는 것, 택시를 타는 것, 숙소에서 내 짐을 옮겨주는 것, 하물며 식당에서 추가로 반찬을 더 달라고 하는 것 이런 모든 것들이 나에게는 왠지 모르게 어렵게 느껴지고 부담이 된다. 어린 시절부터 주변에 피해를 주지 않고 예의 바른 사람으로 자라야 한다는 개인적인 가치관에 의한 것일 수도 있고 아니면 너무나도 건장하게 자란 나의 신체를 보고 있자니 주변 누군가에게 노동력을 부탁한다는 것 자체가 스스로 뭔가 모를 창피함과 함께 심리적인 거부감으로 작용 했던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인력거' 말 그대로 사람의 힘으로 움직이는 수레를 내가 타본다는 생각은 단 한 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나의 이동을 위해 열심히 뛰어가는 인력거꾼의 모습을 상상하면 민폐라는 생각과 함께 편안하게 앉아서 주변을 둘러보는 마음의 여유 따위는 가질 수 없을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다. 그런데 교토의 인근 아라시야마를 방문했을 때 이런 나의 생각을 완전히 다시 생각하고 구분하여 판단하게 되는 경험을 하게 되었다. 그 경험은 인력거를 끄는 청년들의 모습과 태도에서부터 시작되었다. 운동선수라고 해도 의심치 않을 건강하고 탄탄한 신체, 그 신체를 더욱 건강하게 보이게 만드는 검게 그을린 피부 그리고 무엇보다 인상적이었던 것은 포마드를 발라 멋지게 스타일링한 그들의 헤어스타일과 환한 미소였다. 그냥 미소도 아닌 자신감과 건강한 에너지가 느껴지는 정말 환한 미소였다. 서비스 마인드로 만들어내는 사회적인 미소가 아닌 정말 자신을 사랑하고 자신감이 넘치며 상대방에게 자신의 에너지를 발산하고자 한다는 느낌이 전해지는 그런 미소라는 생각이 들었다. 그런 그들의 모습과 관광객들을 맞이하는 그들의 태도를 보고 있자니 스스로 꽤나 놀랍고도 한편으로는 문득 부끄럽다는 생각 까지도 하게 되었다.
내가 특정 역할이나 직업, 행위에 대해 얼마나 불필요한 선입견과 편견을 가지고 있었는지 강하게 느끼고 깨닫게 되었기 때문이었다. 어쩌면 위선적일 수 있는 마음으로 내 멋대로 그들의 힘듦을 확대 해석하고 상상하며 심지어는 '그들이 이 일을 하는 것이 진심으로 행복하지는 않을 것이다'라는 주제넘은 생각까지 했던 것 같다. 그랬던 나의 잘못된 생각은 그 청년들의 태도와 미소를 보는 순간 완전히 다른 시각으로 변했고 '인력거'라는 아라시야마의 관광상품을 제대로 이해할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이런 생각을 더욱더 강하게 뇌리에 박히게 해 줬던 장면이 글에 첨부한 사진이다.
이 사진을 찍은 곳은 치쿠린이라는 대나무 숲이었는데 이 대나무 숲은 인력거와 사람이 걸을 수 있는 길을 구분하여 많은 인파와 인력거가 뒤섞이지 않도록, 그리고 인력거를 운전하는 인력거꾼과 그 인력거에 탄 관광객들을 온전히 배려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을 수 있는 곳이었다. 그리고 아마도 인력거를 탄 고객들을 대상으로 하는 포토스팟이 있었던 것 같았는데 그 포토스팟 중 한 곳에서 사진을 찍고 있는 인력거꾼과 관광객들의 모습을 보고서는 사진에 담지 않을 수 없었다. 최대한 내가 찍은 사진에 그 분위기와 그들의 태도를 담고 싶었는데 커플로 보이는 관광객들은 정말 너무나도 행복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고 그들을 이끄는 인력거꾼 또한 그 커플 못지않은 행복한 웃음을 보이고 있었다. 누가 손님인지 모를 정도로 그들 모두의 모습이 너무나 행복해 보였고 좋은 사진을 찍어주기 위해 이곳저곳 구도를 위해 움직이는 인력거꾼의 모습은 마치 리듬감이 느껴지는 것 같은 착각이 느껴질 정도로 에너지가 있었고 살아있다는 느낌이었다. 마치 동일한 상황에서 지구보다 1.5배 정도 더 행복감을 느끼는 사람들이 거주하는 또 다른 차원의 행성에 온 것 같은 이질감까지 들었던 것 같다.
그들의 모습을 집중해서 사진에 담고난 후 다시 멈췄던 걸음을 옮기며 어떻게 그 인력거꾼은 그런 미소를 지을 수 있었으며 그런 태도와 에너지를 보일 수 있었을까?라는 생각에 잠시 잠겨있었다. 아라시야마 라는 장소에 대한 애정과 자랑스러움이 있는 사람들, 그래서 그 장소를 찾는 관광객들에게 감사하며 그들이 진정으로 아름다운 아라시야마를 느끼고 경험했으면 하는 열정적인 마음, 그와 동시에 건강한 신체와 깔끔한 차림새를 유지하고자 하는 그 젊은 청년들의 아이덴티티, 그리고 무엇보다 이런 모든 것들을 진심으로 다 했을 때 느껴지는 만족감과 성취감 그리고 행복. 이런 작용들이지 않았을까?라고 그 당시의 내 생각을 서둘러 정리했던 것 같다.
물론 이 경험을 했다고 수십 년간 내가 불편한 느낌을 받았던 사람의 노동력을 통한 서비스들이 편해지고 적극적으로 이용할 수 있게 된 것은 아니다. 또한 아라시야마의 인력거꾼들을 경험했다고 모든 인력거꾼을 동일시하여 생각하고 판단하지도 않는다. 다만 최대한 어떤 것이든 나의 선입견과 편견을 걷어내고 그 서비스를 제공하는 사람들의 에너지가 나에게 도달할 때 그에 부응하고 응원하며 반응할 수 있을 것이라는 생각을 갖게 되었다.
다음에 아라시야마에 방문하게 되면 난 꼭 저 인력거를 이용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최대한 행복할 수 있도록 온전히 그 시간을 함께 즐기고 반응하며 기록하고 진심이 담긴 감사의 인사를 하고 돌아올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