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ay 5 in Switzerland. 천국을 마주하다
대망의 융프라우에 가는 날이다! 한국에서부터, 어렸을 때부터 여러 번 들은 곳이기에 이번 스위스 여행에서 그리고 전체 유럽 여행에서도 가장 기대했던 곳 중 하나이다. 융프라우에 늦게 가면 사람이 너무 많다는 말을 듣고 우리는 첫 차를 타기로 했다. 5시 반에 일어나 준비를 시작했다. 높은 산에 가야 하기 때문에 아침을 먹자고 해서 튀김우동 큰 컵을 나눠먹었다. 그러고 잽싸ᆞ게 화장도 하고 옷도 갈아입고 6시 40분쯤 출발을 했다. 인터라켄 동역까지 걸어가서 그린델발트로 가는 기차에 탔다. 기절해서 자다가 그린델발트 터미널에 도착해서 케이블카로 이동했다. 사실 너무 졸린 상태로 이동해서 잘 기억은 나지 않지만, 처음에는 밖이 전혀 보이지 않아서 ‘큰일 났다. 위에도 안개가 이렇게 자욱하면 어떡하지?’라는 걱정을 했는데, 한 3분 올라가니 케이블카가 안개 위로 뿅 탈출했다. 위에서 보니 안개 층이 있었는데, 그게 딱 케이블카 탑승 부근이었던 것 같다. 그렇게 올라가면서 본 경치부터 아름다웠다. 설산과 푸른 산이 조화롭고, 동화 같은 작은 집들과 염소들까지 어제도 비슷한 풍경을 봤지만 1년을 봐도 적응이 안 될 것 같은 아름다움이었다. 그렇게 위로 조금 더 올라가 아이거글렛처라는 역에 도착했다. 여기서는 다시 기차를 타고 융프라우로 올라가는데, 우리는 첫 차를 타고 올라가서인지 사람이 그렇게 많지는 않았다.
거의 2시간이 걸려 융프라우 역에 도착을 했다. 딱 도착했는데, 주변에 밖으로 나가는 문이 보이지 않아 당황했다. 일단 Discovery tour라고 적힌 지도를 따ᆞ라 구경을 하자고 해서 융프라우 영상을 보여주는 시네마, 작은 전망대를 갔다. 그러고 다음 코스는 Ice Palace라는 얼음 궁전이었는데, 생각보다 재밌게 놀았다. 펭귄 모양으로 조각한 얼음 옆에서 펭귄 따라 하면서 찍고, 얼음 벤치에서는 엘사처럼 찍고, 얼음 위에서 스케이트도 타면서 재밌게 놀았다.
그러고 드디어 Glacier Plateau라고 적힌 곳에 갔다. 여기로 나가면 다들 사진을 찍는, 다녀오면 사진이 바뀐다는 융프라우의 포토스폿이 나온다. 우리는 9시 15분쯤 도착했는데 아직 오픈 전인지 15분 정도 기다렸다. 9시 반이 되자 문이 열렸고, 사람들이 다 나가기 시작했다. 융프라우 포토스팟으로 가기 위해서는 눈길을 올라가야 되는데, 생각보다 많이 미끄럽고 가기 힘들었다. 그래도 늦게 가면 많이 기다려야 된다는 생각 하나로 부지런하게 올라갔다. 우리는 오픈런을 하기도 했고, 일찍 올라가서인지 10분 정도 기다려서 사진을 찍을 수 있었다. 기다리는 동안 옆에 눈에서 사진도 찍으면서 기다렸다. 우리는 눈까지 내리는 날에 가기도 했고, 걸어가면서 신발과 양말이 젖어서 줄은 80%가 한국인이라서.. 앞에 서있는 팀과 뒤에 서있는 팀 모두 한국인이었다. 줄의 중간에서는 뒤에 서계셨던 커플 분들과 사진 품앗이를 약속하고, 줄의 끝부분에서는 앞에 계시던 4인 팀의 사진을 부탁받았다. 한국의 정이 느껴지는 순간이었다. 드디어 우리의 차례가 왔을 때 개인 사진도 열심히 찍고 친구랑 둘이서도 찍고 뒤에 커플 분들도 찍어드리고 실내로 들어왔다.
대망의 컵라면 시간! 추운 야외에서 실내로 들어와 린트 기념품 가게를 구경하고 컵라면이 있는 라운지 같은 공간으로 내려왔다. 역시 한국인으로 가득했다... 우리는 융프라우 VIP패스로 받은 컵라면과 핫초코 2잔을 주문했다. 받아서 먹어본 컵라면은 정말 감동의 맛이었다. 인생 컵라면이 되었다. 뜨끈하면서 자극적인 맛, 몸을 녹여주는 동시에 행복을 주는 맛이었다. 그렇게 컵라면과 하나 되어 흡입하는데 친구 말로는 옆옆 테이블에 앉으신 분들이 나를 칭찬해주셨다고 한다. 나 스스로도 포즈 잡기를 어려워해 “하트~ 만세 할까요! 안녕~” 이런 얘기를 하면서 찍어드렸는데 덕분에 잘 나왔다고 하셨다는데 나는 라면에 푹 빠진 나머지 전혀 듣지 못했다.. 그래도 기분 좋게 라면을 먹고 드디어 코코아 차례! 위에 휘핑크림이 가득 올라간 코코아는 도파민이 터지게 해주는 맛이었다. 간혹 가다가 코코아 중에 달지 않은 코코아가 있는데, 여기는 진한 달콤함이 혈당 스파이크와 행복을 동시에 가져다줄 것만 같은 맛이었다. 그렇게 행복하게 먹고 잠시 쉬다가 기념품 가게도 갔다가 기차를 타러 갔다.
마지막 행선지는 뮤렌! 융프라우의 오른쪽 끝에 있는 작은 마을이다. 융프라우 패스를 끊었을 때 왼쪽 끝인 피르스트를 어제 갔고, 인터라켄의 아래쪽 끝인 브리엔츠도 어제 갔고, 인터라켄의 오른쪽 끝인 툰도 그저께 갔는데 융프라우의 오른쪽만 가보지 않아서 선택한 코스인데, 결과적으로는 안 갔으면 아주 많이 후회할 뻔했다. 가는 길은 3번을 갈아탈 정도로 복잡했다. 기차를 타고, 다른 기차로 갈아타고 곤돌라를 타고 마지막 기차까지 타야 되는 코스이다. 첫 기차는 동굴이 주로 보였는데, 첫 환승역인 클라이네 샤이텍에 도착하는 순간 내 눈을 의심했다. 이렇게나 아름답다고? 사방으로 펼쳐진 설산이 웅장했다. 다시 표현력의 한계를 느끼는 중인데.. 압도되는 기분을 다시 한번 느꼈다. 다음 기차까지 20분 정도의 시간이 있어서 감상도 하고 사진도 찍었는데, 여기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보기만 해도 행복해지고 계속 있고 싶어지는 풍경이었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 다음 기차에 탔다. 다음 기차는 아주 귀여운 노란색과 초록색 기차였다. 밖에도 귀여웠고 안에 좌석도 귀여웠다. 그리고 창문이 통으로 있어서 밖에 자연 보기도 좋았다. 밖에 자연을 보는데 벅찬 기분이 들 정도로 행복하게 창 밖을 바라보며 다음 환승역에 도착했다. 라우터브룬넨이라는 역인데, 여기서는 곤돌라를 타고 올라간다. 내가 타본 곤돌라 중에 경사가 가장 높았는데, 그만큼 실시간으로 설산과 눈높이가 비슷해지는 게 느껴지고 계속 다양한 광경을 볼 수 있어서 좋았다. 마지막 기차를 타고 뮤렌으로 향하는 길은 집들이 많아서 그런지 아기자기함도 느껴졌고, 설산과 폭포가 보여서 장엄함도 느껴졌다.
그렇게 도착한 뮤렌은 작은 마을 같았다. 뮤렌의 대표 포토스팟인 통나무와도 사진 찍고, 여기저기 산책 삼아 걸어 다니다 한 카페에 들어갔다. 설산을 보면서 아기자기한 마을의 오두막 같은 카페에서 코코아를 마시는 게 나의 오랜 버킷리스트 중 하나였는데, 버킷리스트도 달성하고 잠깐 쉴 겸 들어왔다. 코코아랑 커피 그리고 사과카라멜호두케이크를 주문했는데, 코코아도 덜 달고 맛있고, 케이크는 아주 달았지만 역시 맛있었다. 여유롭게 쉬다가 집으로 향했다. 오는 길에 내일 아침으로 먹을 샌드위치랑 물도 사서 들어왔다.
샤워를 하고 어제와 마찬가지로 라면, 소세지 그리고 오늘은 햇반까지 먹었다. 생각해 보면 오늘 아침으로 튀김우동, 점심으로 신라면, 저녁으로 너구리 세 끼니를 모두 라면으로 먹은 하루이다. 다 맛있었다. 특히 점심 신라면! 친구랑 샴페인을 마시면서 글도 쓰고 떠드는 중이다. 이제 마저 놀고 쉬면서 하루를 마무리하려고 한다.
<오늘의 지출>
코코아 2잔+케이크 15프랑
장보기 6프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