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isney Castle in a Snowy Day
오늘의 메인이벤트는 퓌센 관광이다. 퓌센은 뮌헨 중앙역에서 2시간 정도 걸리는 마을인데, 디즈니의 모티브가 된 성인 노이슈반슈타인 성으로 유명한 마을이다. 가는 길이 멀어서 고민을 하다가 엄마가 뮌헨에서 보고 싶어 하신 거의 유일한 곳이라서 같이 가기로 했다.
아침 7시 10분에 집에서 출발해 뮌헨 중앙역으로, 또 중앙역에서 퓌센 중앙역으로 이동했다. 가는 길에 풍경이 눈으로 덮여있어서 아름다웠다. 그렇게 2시간을 달려 퓌센역으로 도착해서 또 버스를 타고 성과 가장 가까운 버스 정류장으로 향했다. 정류장에서 내려 왕복 셔틀버스를 타고 위로 올라가려고 매표소에 갔는데, 버스가 눈 때문인지 오늘 영업을 하지 않는다고 했다. 그래서 다른 방법을 여쭤봤더니 말을 타거나 걸어 올라가야 된다고 하셨다.
말을 타는 곳으로 갔는데, 셔틀버스 사람이 여기로 다 몰렸는지 줄이 길었다. 10분 정도 기다리다가 이 정도면 30분 넘게 기다려야 될 것 같아서 30분 정도 걸리는 거리를 걸어 올라가기로 했다. 눈이 와서 땅이 질퍽질퍽했지만 걸을만했다. 그렇게 중간중간 경치도 감상하고 사진도 찍으며 걸어 올라갔다. 디즈니 성이라는 별명답게 아기자기하면서도 아름답고 비현실적이었다. 하늘도 예뻐서 성이 두배로 예뻐 보였다.
그렇게 걸어 성에 도착하니, 생각보다 규모가 컸다. 우리는 안에 들어가지는 않아서 바깥 경치 구경을 했는데, 역시 아름다웠다. 배산임수의 지형이라서 앞에 커다란 호수, 눈으로 덮인 작은 집들 그리고 설산까지 한 폭의 명화, 그리고 디즈니 오프닝을 보는 것 같았다. 나도 행복했지만 엄마가 좋아하는 모습을 보니 더 행복해졌다. 그렇게 한참을 구경하다가 추워져서 내려오기로 했다.
내려오는 길에는 말을 타기로 했는데, 이 마차는 10명에서 15명의 사람이 타는 꽤 큰 마차였다. 올라올 때는 인단 8유로, 내려갈 때는 인당 4유로였다. 한 15분을 기다려 말에 탈 수 있었고, 내려오는 데는 15분 정도 걸렸다. 걸을 때는 괜찮았는데 신발이 눈에 젖은 상태로 가만히 있으니 발이 너무 시렸다. 엄마는 동상에 걸릴까 봐 걱정하실 정도였다. 그래도 무사히 버스 정류장에 도착했다.
구글에 50분 뒤의 버스만 떠서 의아해하고 있었는데, 알고 보니 그게 맞는 시간표였다. 버스가 당연히 자주 올 줄 알고 알아보지 않은 것이 낭패였다. 밖에 있기는 추워서 근처의 카페로 들어가 몸을 녹였다. 따뜻한 감자크림 스프와 어니언링을 먹었다. 짭짤하고 바삭해서 맛있었다. 그렇게 몸도 녹이고 배도 채우고 드디어 버스를 타고 퓌센으로 돌아왔다. 퓌센 시내 관광을 할까 하다가 날이 추워서 바로 뮌헨으로 가기로 했다.
2시간을 더 달려 뮌헨에 도착했다. 엄마가 디엠에서 사고 싶다는 게 있어 디엠도 들렸다가 마트에 들러 저녁으로 먹을 고기도 사서 귀가했다. 날이 추워 뜨끈한 라면과 고기, 그리고 샐러드를 맛있게 먹고 잠깐 밤 산책도 하고 귀가해 하루를 마무리하는 중이다.
내일 하루를 더 놀고 나면, 엄마는 모레 비행기를 타고 다시 한국으로 떠난다. 벌써 아쉬워서 하루종일 잠깐씩 슬퍼졌다. 엄마랑 밤에 잠깐 산책을 하면서 이상하게 나랑 여행을 와있는데도 그냥 평범한 일상 같다는 얘기를 했다. 한국에서도 장보고 요리해 먹는 게 일상이라서 그렇게 느꼈던 걸까? 사실 나도 그렇게 비현실적이지 않고, 하루하루의 일상처럼 느껴졌다. 그래서 엄마가 한국으로 간 후의 일상이 걱정된다. 이미 온기를 느껴버려서, 온기가 덜한 일상이 너무나 차가울까 봐.
오늘부터 짐을 조금씩 정리하기 시작했다. 엄마가 한국에 가시는 김에 내가 앞으로 사용하지 않을 짐을 가져가주신다고 하여 옷부터 혹시 몰라서 챙겨 온 물건들까지 다 정리하기 시작했다. 정리를 하는데 정말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벌써 울어버리면 떠나는 엄마의 마음이 불편할까 봐 꾹 참았지만 글을 쓰는 지금도 눈물이 차오르고 있다. 엄마가 한국으로 돌아가는 것도 슬프지만, 짐을 조금씩 정리하니 나의 유럽 생활도 끝나간다는 실감이 나서 그런 것일까? 3달 동안은 집을 구하고 마지막 1달은 가족이랑 여행을 다니기로 해서 이 집에 사는 날이 한 달 정도 남았는데, 첫 자취방이기도 해서인지 정이 많이 들었다. 뭐든 이별은 슬픈 것 같다.
엄마와 딸은 참 신기한 관계인 것 같다. 챙겨도 챙겨도 계속 뭐라도 챙겨주고 싶고, 서로 조금이라도 좋은 것을 챙겨주려고 하니 말이다. 가족 사이가 거의 그렇지만, 알 수 없는 애틋함까지 더해져서 신기한 관계가 되는 것 같다. 엄마가 오면서 나는 아직 어린애라는 생각이 많이 들었다. 사실 며칠 전까지만 해도 혼자 유럽에서 잘 살고 있고, 여기저기 여행도 다녀와서 혼자 사는 것에 대해 자신감 가득한 상태였다. 그런데 엄마를 만나니 아이로 돌아간 기분이었고, 엄마를 생각보다 많이 그리워하고 있었다는 것을 새삼 알게 된 것 같다. 엄마가 귀국하면 조금은, 어쩌면 많이 그립고 외로울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