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그런 적이 있습니다.
처리하지 못한 업무 부담을 집으로 가져옵니다.
밥을 먹을 때도, 티브이를 볼 때도 머릿속엔 온통 걱정뿐입니다.
잠도 안 오고...
애써 유튜브 영상에 빠져보지만 문득, 불쑥 솟아나는 불안,
'처리 못하면 어떡하지?'
제대로 쉬지도 못합니다.
무거운 마음을 질질 끌고 출근하면 9시부터 혼자 전전긍긍합니다.
점심 먹을 때쯤 문제가 해결되고 마음이 한결 가볍습니다.
하지만 오후에 또 다른 문제가 발생하고 다시 전전긍긍하는 시간이 이어집니다.
지나고 보면 '참 미련스러웠어.' 하는 일들이 있습니다.
'그냥 물어보면 될 것을...'
하지만 그 당시에는 그조차 참 별스런 일로 여겨졌습니다.
성격 때문인지 사내 분위기 때문인지 모르겠습니다.
다 내 탓인 것만 같아 자존감이 많이 떨어집니다.
한참을 지나고 나서 알게 됩니다.
'나만 그런 게 아니었구나!'
무슨 일이든 처음이란 게 있으니까요.
경력자가 아닌 다음에야 초짜가 겪어야 하는 고난의 시절이 있습니다.
지나고 보니 또 한 가지 깨닫게 됩니다.
경력자들은 왜 그렇게 쌀쌀맞은가 말이죠.
그들도 그 나름대로의 짐을 한가득 갖고 있었습니다.
퇴근 시간이 되면 참 즐겁습니다.
아니 즐거운 척했습니다.
처리하지 못한 일들이 무겁게 마음을 누르지만 내일 와서 해야지 하고 일어섭니다.
그날 해야 될 일을 다 처리하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는 사람들이 참 부러웠습니다.
또 시간이 지나고,
가벼운 마음으로 퇴근하게 되었을 때 남아있는 사람들이 눈에 들어옵니다.
내 앞에 놓인 문제에 너무 집착하면 시야가 좁아집니다.
다른 모든 일들은 대충 넘겨버립니다.
하찮은 일이니까요.
오직 처리하지 못한 한 가지 장애물만 생각합니다.
업무 시간과 개인시간을 구분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직장 일은 직장에서 끝나야 합니다.
18시 이후의 시간은 오롯이 나를 위한 시간입니다.
헌데 당시에는 18시 이후의 시간이, 그리고 그다음 날의 새벽시간까지 모두 나의 시간이 아니었습니다.
지금 생각하면 허투루 보낸 시간이 아깝게 느껴집니다.
되찾을 수 없는 소중한 시간인데 말이죠.
마음에 여유가 없었습니다.
시야를 멀리 봐야 합니다.
눈앞에 놓인 문제가 내 인생에서 얼마나 중요한 문제일까요?
삶을 바꿔놓을 만큼 큰 문제일까요?
전혀 아닙니다.
아주 사소한 일입니다.
5년, 10년 지나면 아예 기억조차 희미해질 아주 작은 에피소드일 뿐입니다.
오히려 아까워해야 합니다.
걱정과 불안으로 나의 소중한 시간을 소진해 버리는 짓을 말이죠.
누르는 힘이 커지면 폭발할 수밖에 없습니다.
적당히 힘을 빼고,
누가 무슨 소리를 하든 흘려들을 수 있는 베짱이 필요합니다.
미친 듯이 잘하겠다는 욕심도 잠깐 내려놓으세요.
어리석게도 낭비한 시간이 아까워졌습니다.
이미 지나가버렸는데도 말이죠.
이제는 시간을 좀 현명하게 쓰고 싶습니다.
'어리석게 시간을 낭비하는 짓'을 다시 하게 되더라도, 앞으로는 오롯이 나 자신을 위해서만 그렇게 할 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