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생각하는 프니 Dec 13. 2024

열심히 돈 벌어야겠구나

생각하는 프니 에세이

자연 다큐멘터리를 보다가 인상 깊은 장면이 있습니다.

얼룩말들이 낮은 물가를 지나며 물을 마십니다.

약간 떨어진 에 사자 한 마리가 어슬렁거립니다.


'왜 도망가지 않지?'

사자가 가까이 있으면 당연히 도망가야 하는데 얼룩말들은 자기 할 일만 합니다.


"우리는 더 좋았던 지난날을 생각하면서 현재 자신이 누리는 평안함을 사소한 것으로 간주한다.


그리고 지금의 형편보다 훨씬 더 나은 미래를 생각하면서 현재의 기쁨을 제대로 누리지 못한다."

(<<사는 게 고통일 때, 쇼펜하우어>> 중 p60, 박찬국, 21세기 북스)


사자가 공격을 시작하자 얼룩말들이 그제야 도망치기 시작합니다.

인간이라면 사자 비스무리한 모습만 보여도 벌써 도망쳤을 겁니다.

인간과 동물의 차이점이겠죠.


인간이 스스로를 보호할 수 있는 방법은 상상력입니다.

갈색의 네발 달린 동물이라면 사자를 연상하고 바로 피할 겁니다.


얼룩말은 사자가 있어도 공격하지 않으니 일정한 거리를 두고 그대로 있습니다.

배고픈 사자는 공격하지만 배부른 사자는 공격하지 않으니까요.


인간의 상상력은 자기 보존을 위해 필요했지만 현대에는 과도하게 삶을 조종합니다.


카르페 디엠 Carpe diem!

이 순간에 충실하라!


과연 가능할까요?

중년의 삶에 카르페 디엠을 충실히 즐기는 순간이 있을까요?

가족의 생계와 부모의 건강과 나의 건강과 나의 미래에 대한 걱정이 어깨를 누릅니다.


가족과 외식하거나 여행을 가면 행복합니다.

그 행복을 비집고 들어오는 생각 하나, '열심히 돈 벌어야겠구나!'입니다.


어린 얼룩말은 가까이 있는 사자가 배부른 사자인지 배고픈 사자인지 호기심을 갖고 지켜봅니다.


하지만 어른 얼룩말은 사자가 가까운 데 있으면 슬쩍 거리를 두는 게 유리하다는 걸 압니다.

구사일생으로 살아남았거나 동료가 잡아먹히는 장면을 본 적이 있으니까요.


미래를 상상하면 불안하고 초조하고 두렵습니다.

상상력은 미래를 대비하게 해 줍니다.


부정감정에 휘둘리지 않는 방법은 하나뿐입니다.

오늘을 충실하게 살아내는 것!


지나간 과거나 다가올 미래를 상상하는 일은 잠시 접어두고, 카르페 디엠 Carpe diem 했으면 좋겠습니다.


지금 당장 미래를 살아내는 게 아니라면 잔잔한 미소로 오늘을 맞이하기를 바랍니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