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혜의 영혼인 듯 연약하게 날고 있는 새처럼 보이는 이것은 꽃잎이다. 식물이 되고자 했던 영혜를 말해주듯...
2022년부터 채식주의자의 표지는 이옥토의 사진으로 바뀌었다
이옥토(1991~현재)의 사진 에세이 <처음 본 새를 만났을때처럼>에 수록된 이미지다.
시적산문ㅡ
짧고 함축적이면서도 아름다운 문장으로 쓰인 한강소설을 이야기할때 자주 언급되는 표현이다.
영상작업중 사진은 원하는 한 순간을 정지시켜 말하고자하는 대상을 함축적으로 보여준다는점에서 문학장르에 비유하자면, '시'에 가깝다.
사진작가 이옥토 역시 사진을 '있는 사실 그대로를 담는 사실이라고 생각하지 않고 주어진 입체와 순간을 평면과 순간으로 수렴함으로써 어떠한 의미가 있는 함축으로 왜곡시킨다'라고 말한다.
개정판 한강소설의 표지는 사진 이미지로 바뀐 것이 많다. 한강은 소설가로 등단하기 이전에 먼저 시에 심취했었고 시집을 내기도 했던 시인이다. 소설 속에서 시의 흔적이 자연스레 배어 나올 만큼 시에 대한 애정은 남달랐을 것으로 보인다. 사진 이미지를 선택한 것은 이러한 측면을 엿볼 수 있는 부분이다.
투명함, 반짝임, 연약함, 눈, 겨울, 꿈,어른거림, 섬세함,모호함, 슬픔, 빛과 어둠, 현실과꿈, 경계. 틈... 이러한 단어들에 대한사유로 특징 지워질 수 있는 이옥토의 사진에세이<처음 본 새를 만났을 때처럼>은한강소설의 문학적기조와 결이 비슷하다.
개정판 채식주의자의 이미지는마치 소설이후 영혜의 모습을 그려 보여 주는 듯하다. 자유로워진 영혼, 폭력적인 동물성으로부터 떠나고자 했던 그녀의 바람...
한 편의 시 제목과 같은 <처음본 새를 만난 것처럼>은 상처받은 영혼의 자기고백적 기록이라는 점에서채식주의자와 조심스럽게 연결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