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근 직후 버스 정류장으로 종종걸음 쳤건만, 교회 금요 기도회로 데려가 주는 버스를 그만 눈앞에서 놓치고 말았다. 20여분 후에 오는 다음 버스를 기다릴까 말까 갈등하다 에잇, 집 가는 버스를 타자! 하고 집으로 들어왔다. 금요일밤이라는 안락함에 조용히 여유를 누리고 있다. 모처럼 마음에 드는 피아노곡들을 감상하며 책도 읽고, 늦은 밤이지만 호두도, 삶은 계란도 까먹고 흡족해한다. 따뜻한 카모마일차를 마시니 더욱 윤기 있고 느린 호흡을 하는 시간이 돼 가고 있다.
눈으로는 저자의 취향에 대해 열거해 놓은 수필집을 부담 없이 읽어 가고, 거기에 카모마일의 연노랑 수색을 즐긴다. 혀로는 과하지 않은 딱 적당한 카모마일 특유의 맛과 감촉을 누린다.
괜스레 내 마음도 촉초구리 하니 행복하고 감사하다.
이 감정을 글로 표현하자니 참 못 미치고 부족하다.
야속하게 떠나 버린 버스야. 고맙구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