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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8. 서른, 직장생활 커리어우먼의 꿈으로 일을 하다.

by 신언니



서른의 나는, 회사와 집이 일상의 전부인 사람이었다.


결혼생활이 주는 안정감으로

직장생활의 치열함을 이겨내고 있었다.

결혼생활에서 받은 편안하고 고요한 마음이 힘이 되어

직장생활에서 모든 것들을 쏟아부으며 나를 만들어갈 수 있었다.


사회생활을 10년을 하고 맞이한 서른은

나를 성장시켰지만 아직은 부족하다 느끼게도 하였다.

남자직원은 그저 직원이었고

여자직원은 여직원이라 불리며

남녀 차별적 구조 안에서 나의 능력을 보여주어야 했다.

부서 조직원 구성은 어쩔 수 없었다.

나를 기준으로 상사는 모두 남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반면 나를 기준으로 부하직원은 모두 여자로 구성되어 있었다.

입사순으로만 보아도 나보다 분명 후배임에 불구하고

직책은 늘 나보다 높은 위치인 남자 사람들로 구성되어 있었다.

한참의 시간이 더 흐르고 나서야 남자후배를 받을 수 있었지만

참 오랫동안 남녀 직무문제는 나를 지치게 하기도 하였다.

끼워 맞춘 것도 아닌데 어쩜 그 안에서 나는 늘 중앙에 배치된 사람이었다.


그러다 보니 가끔 후배들은 본인들의 애로사항들을 상의하고 싶다며

고맙게도 나를 찾아주었다.

타 부서와의 마찰이 있어 속상했다 말하며

어떻게 풀어야 할지 고민거리들을 한가득 털어놓기도 하였다.

부서 내 남자선배들의 지시사항들이 불합리하다 말하며

어떻게 거절해야 할지 의견을 묻기도 하였다.

뭔 놈의 오지랖이 또 발동했는지

나 또한 억울하고 불합리하다 판단되는 일이면

생각정리를 하곤 곧장 부서장에게 달려갔다.

나에게 고민을 털어놓은 그 후배만의 문제가 아닌

부서 내 문제라 인식이 되면 주저하지 않았던 시기였다.

다행히도 그럴 때면 부서장은 나의 중간역할을 고마워했다.

그러면서 부서장은 나에게 미션을 남기기도 하였다.

여직원들의 중간관리자 역할을 잘 해내주었으면 한다는 말과 함께 말이다.

그 말이 그리 좋게만은 들리지 않았지만

나는 스스로에게 남녀문제를 떠난 중간관리자역할로 수행하는 사람이라 말하고

나에게 주어진 미션을 진행시켜 나갔다.

그러다 보니 차츰 나의 역할은 커지고 있었다.

소통이 잘 되지 않는 상사와 부하직원 간의 중간다리역할은

다행히 나의 성장에도 많은 성과를 내주었다.

부서 내 직원들을 관찰하며

누가 어떤 업무를 수행하였을 때 업무 성과도가 높은 지부터

더 나아가 타 부서와의 관계에서도 우리 부서의 일이 어떻게 배치되어야 잘 이루어지는지까지.

어느 순간에는 부서 내 업무분장 담당자역할도 할 수 있었다.

그러면서 나의 직무에도 다양성이 더해지고 있었다.



그러다 그러다 나에게 번아웃이 한 번씩 찾아오기도 하였다.

내가 하고 싶은 업무와 내가 해야 하는 업무가 충돌을 할 때면

나는 제일 먼저 무엇을 생각해야 하는지 싶었다.

나의 개인적 욕심과 성과만을 바란다면 나는 분명 내가 하고 싶은 일을 차지해야만 했다.

더러 본인들이 하고 싶어 들어온 회사였지만 자신들에게 맞지 않은 업무가 주어졌다 생각이 들면

이직을 고민하다가 떠나는 동료들을 보며 늘 씁쓸해했다.


그런 동료들의 모습에서도 나는 나의 자리를 지키고 있었다.

출근시간은 늘 규칙적이었지만

퇴근시간은 늘 불규칙적이었다.

그럼에도 나는 그렇게 일을 계속해 나갔다.

어떤 날에는 홀로 사무실에서 일하는 모습에 서글퍼오기도 했고

그럼에도 또 어떤 날에는 피곤한 몸만큼 마음이 뿌듯해져서 집으로 향했다.


한창 일을 하다 눈을 돌린 창문너머에 빨갛게 물든 하늘 모습은

잘하고 있다 나에게 위로를 건네주기도 하였다.

그러면 또 언제 그랬냐는 듯 힘을 내며 오늘의 마지막 업무 마무리를 위해 달려갈 수 있었다.



그렇게 서른의 나는, 회사와 집이 일상의 전부인 사람으로 커리어우먼이 되기 위해 일을 했다.

지금 와 생각해 보니 회사 안 나의 책상 작은 공간이 세상 전부인 것처럼 일을 했다.

내게 맡겨진 일들을 내가 아니면 할 수 없을 것처럼 많은 것들을 소화하려 했다.

오래도록 같은 직장에서 일을 하다 보면 우물 안 개구리처럼 일을 하게 된다 말하는 사람도 있었다.

나 또한 그런 생각이 번아웃의 핵심을 이룰 때도 있었다.

버티다 부러질세라 잘 견뎌내기 위한 방법을 찾느라 힘도 들었다.

그래도 이 모든 것들을 쏟아부었던 그때의 나는,

아쉬움은 있어도 후회는 없는 나의 시간들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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