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4. 초등학교 3학년, 아이들과의 놀이에 진심이다.
술래잡기 고무줄놀이 말뚝박기 망까지 말타기
놀다 보면 하루는 너무나 짧아.
<자전거 탄 풍경 _보물 中>
아침부터 집안 청소를 하는 동안 내 입에서 흘러나오는 노랫말이 정겹다.
손으로는 식기세척기 안에서 세척이 다 끝난 그릇들을 정리하고
그 사이 입으로는 누가 듣지도 않는 노래를 흥얼거리자니
어느새 친구들과 함께 놀던 그 시절로 추억의 시간을 걷게 된다.
공기놀이
수업이 끝났다. 다음 수업시간까지는 10분의 쉬는 시간이 허락된다.
수업과 수업 사이에 존재하는 쉬는 시간을 우리는 그냥 지나치지 못했다.
수업이 끝나는 종이 치자마자 여자아이들은 교실 뒤 시멘트 바닥에 주저 않아
둥글게 자리를 잡는다.
시간을 지체하기에는 쉬는 시간이 짧다.
매 쉬는 시간마다 공기놀이를 진행하지 않으면 결단코 무슨 일이 일어나는 것처럼
여자아이들은 편을 나누는 것을 시작으로 오늘 공기놀이의 규칙을 정한다.
모든 규칙들이 정해지면 순서대로 번갈아가면서 1단부터 공기놀이를 한다.
그러다 다음 수업시간 시작하는 종이 울리면 깊은 아쉬움이 담긴 한숨을 내뱉는다.
다음 쉬는 시간을 기약하며 자리 자리로 돌아가 앉는다.
그렇게 매 쉬는 시간마다 공기놀이를 하였지만 4교시가 끝날 때까지 오늘의 승부가
결정이 안 나면 점심시간까지도 놀이의 진행은 계속되었다.
그렇게 아이들과 쉬는 시간마다 나눈 공기놀이가 좋아 학교 가는 것이 즐거웠던 시절이 있다.
고무줄놀이
체육 수업시간.
우리는 늘 운동장으로 집합을 한다.
수업 진도를 다 나가는 여유로운 날이면
선생님께서는 어느 정도의 자유시간을 선물해 주셨다.
남자아이들은 공놀이를 시작하고, 여자아이들은 고무줄놀이를 한다.
공간도 많이 필요 없고 아이들을 모으기만 하면 그만이다.
양쪽에서 고무줄을 잡는 친구들까지 3명 이상이면 무조건 시작이다.
나 역시 무조건 고무줄놀이에 참여한다.
모든 것이 왼 잡이인 나는 고무줄놀이만큼은 오른발잡이가 된다.
고무줄놀이를 하고 싶지만 잘 못하는 아이는 깍두기로 두고 편을 나눈다.
고무줄놀이가 시작되면
마치 군가를 부르기라도 하듯 우리는 노래 구령에 맞추어 놀이에 임한다.
어쩌다 다른 지역에서 전학을 온 친구와 고무줄놀이를 하는 날이면
새로운 그 지역의 규칙을 배우게 된다.
발목을 시작으로 한 단계씩 고무줄 높이가 올라가다 보면
어느 때에는 넘어지기도, 또 발목을 삐끗하기도 하였다.
고무줄놀이를 할 수 있는 체육수업이 있는 날이면
선생님께서 또 자유시간을 줄지 모른다는
기대감으로 무조건 치마를 입고 오지 않는다.
함께 노래 부르며 고무줄 놀이 하던 그 친구들은 잘 살고 있을지 궁금해지는 날이다.
피구놀이
학교를 마치고 집에 돌아가 저녁식사시간까지 자유시간이 주어지는 날이면
동네 아이들은 삼삼오오 골목으로 모이기 시작한다.
남자아이고 여자아이고 상관없이 피구를 시작한다.
우선 남자아이들이 편을 나눈다. 그리곤 여자아이들이 몇 명인지 확인을 하여
각 팀으로 균등하게 배정한다.
남자아이들이 던지는 공을 받기에 여자아이들은 약하다는 이유로
나름 남자아이들은 여자아이들을 배려한다는 행동을 보인다.
그러다가 진정 힘 있는 여자친구가 합류하게 되는 날이면
남자아이들은 하나같이 놀라기 바쁘다.
나는 남자아이들에게 맞아 손가락 골절을 여러 번 입었더랬다.
손가락이 퉁퉁 부어서 아프지만 차마 지금 이 놀이에서 빠지고 싶지 않아
참으며 끝까지 놀이를 치르고 떠났다.
그렇게 집에 들어가는 날이면 무조건 엄마에게 혼나고 다음날에야 병원을 다녀왔다.
나무 아프지만 엄마에게 혼나는 것이 더 싫어 참다 참다못해 며칠 동안 고생을 하고
병원을 찾는 날도 여럿이었다.
그렇게 나는 동네 한의원의 단골손님이 되었고 침치료와 찜질치료를 달고 살았다.
나의 양쪽 새끼손가락은 약간은 휘고, 또 약간은 굵어진 모습으로 고스란히 그 시간들이 박혀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