02. 초등학교 1학년, 자전거 배우기를 완성하다.
여덟 살 무렵, 우리 집은 가난했다.
택시를 몰던 아빠는 늘 일 다녀오겠다고 나갔지만
집에 들어오는 돈은 별다른 것이 없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학교에 다녀와 밖에서 아이들이 떠드는 소리가 들리면 무조건 따라 나갔다.
우리 동네 사내아이들은 모두 자전거를 타며 놀았다.
삼삼오오 그렇게 모인 아이들은 모두들 주머니에 구슬과 딱지가 한아름이었다.
자전거도, 구슬도, 딱지도 수중에 가지고 있던 것은 없었지만
여동생과 달리 나는
늘 그 사내아이들 무리에 끼어 있었다.
수줍고 소심한 나는 이상하게도 여자친구들보다는 남자친구들과 노는 것을 더 좋아라 했었다.
투닥투닥 소꿉놀이보다 힘차게 뛰고 노는 사내아이들의 놀잇감이 더 마음에 들었다.
사내아이들의 놀이에 직접 끼지는 못했지만,
그 사내아이들을 쫓아다니며 눈으로 놀이를 보는 것 또한 즐거운 시간이었다.
처음 자전거를 타보았던 것은 사촌오빠네에서였다.
친절했던 사촌오빠는 자신의 자전거를 내주며 놀러 갔던 나에게 자전거를 타보게 해 주었다.
엄청 넘어지며 그렇게 타본 자전거는 나에게 새로움이였다.
동네아이들 모습을 보자니, 나는 자전거를 무척이나 타보고 싶었다.
우리 집에 내가 탈 수 있는 자전거 한대 없음이 속상했더랬다.
어느 날인가
자전거를 갖고 와서 놀고 있는 사내아이 몇 중에서 가장 착해 보이는 한 명에게 다가가
조심히 말을 걸었다.
네가 딱지치기하는 동안 자전거 한 번만 타볼 수 있겠냐며 기어들어가는 목소리로 묻고는
그의 대답을 기다렸더랬다.
그 아이는 딱지치기에서 지고 있는 상황인 듯하였다.
자신의 딱지를 한번 보여주면서 자기 대신해서 한 번만 이겨보라 하였다.
이겨서 따는 딱지 수만큼이나 자전거를 타볼 수 있게 해 주겠다는 약속을 하였다.
나는 자신이 있었다. 선뜻 그의 제안에 응하고 말았다.
직접 딱지치기를 해보진 않았지만
사내아이들이 하던 모습을 늘 지켜보았기에 어떻게 하면 되는지 머릿속에는 그려졌었다.
내 생각이 맞았다.
연거푸 두, 세 번을 이겼던 것으로 기억한다.
계속해서 이기지는 못했지만 나에게 딱지를 건네며 제안을 한 그 아이는
만족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봐 주었다.
그날 이후 나는,
학교에서 돌아오면 사내아이들 무리에서 딱지치기 놀이에 본격적으로 합류하였다.
딱지치기는 물론이고 구슬치기도 함께 했더랬다.
학교를 마치고 밖에서 놀다 들어오면 하늘은 늘 붉었고
저녁을 먹고 나면 몸은 노곤해져 왔었다.
다행히 집 앞 골목에서 놀다 보니 내가 늦게 집에 들어오더라도
엄마는 혼내지는 않았었더랬다.
그렇게 며칠을 거쳐 모은 딱지는 자전거 타기와 맞바꾸었다.
열심히 모아 자전거 한 바퀴를 타고나면 그렇게 기분이 좋았다.
몇 년 뒤, 내가 열두 살 무렵 어린이날 드디어 자전거를 선물 받았었다.
너무 기쁜 나머지 몰래 눈물을 훔쳤던 기억이다.
그래도 여전히
여덟 살 자전거를 처음 배우려 했던 나를 잊을 수 없다.
첫 배움에 대한 노력도, 설렘도 모든 것이 생생히 남아있다.
그렇게 나는 자전거 배우기를 완성하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