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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신언니 Nov 11. 2024

01. 프롤로그



나는 '왼손잡이'이다.



글씨 쓰기를 좋아한다. 

그런 나에게 왼손잡이는 늘 어려운 과제였다.

첫 단어를 만족스럽게 잘 썼다가도

다음 단어를 쓰면서

이미 써두었던 첫 단어는 나의 왼쪽 새끼손가락 끝에 번져 나가기 바빴다.

다행히도 번져나가지 않은 나의 문장은

바로 한 줄 서기 되어 있지 않은

모습을 내비치며 고단함을 주었다.

연필은 무조건 HB 이상을 쓸 수도 없었고

공책은 무조건 유선이어야만 했다.

연필보다 펜을 더 많이 사용하게 되는

어른이가 되고 나서는

펜 중에서도 대부분 볼펜을 사용하지 않게 되고

다양한 공책들 중에서도 방안공책만을 찾게 된다.

그렇게 나는,

내가 좋아하는 종류의 펜과 공책도 생기게 되었다.



글씨를 잘 쓰는 사람을 보면 부럽기도 하다.

어릴 적, 미술시간 서예수업에서 제출한

작품을 감상하다 같은 글자인데도

각자의 개성이 너무도 뚜렷이 나타나는 것을

신기해했었다.

한 글자 한 글자 써 내려가는 자세도, 붓을 잡는 모양도, 글자의 크기와 모양까지도

어느 것 하나 같은 것을 볼 수 없었다.

분명 선생님의 시범을 시작으로 동일하게

배운 후 붓을 들었음에도

열 명이면 열 명의 모든 작품 속 글씨체가 서로 다른 이야기들을 하는 것을 보면 말이다.

간혹 국어시간에 교내 경필대회라도 치르는 날이면

오롯이 글자들과 만나는 잔잔한 시간이 나에게 허락되었다.



그러고 보면, 글씨에는 그 사람이 담겨 있다는 말이 맞는 듯싶다.

나의 초고에는 왼손잡이 글씨체가 담겨 있다.







1999.02월 ~ 2021.11월   직장생활을 일구다.

2021.12월 ~ 2024. 현재   휴식생활을 내주다.


PS : 지나온 나의 시간들을 기록하는 것으로

        3년 전 나에게 휴식을 내주면서

       고개를 들어 하늘을 눈에 많이 담아주었다.

       여유롭게 고개 한번 들어 느낄 시간도 없이

       계속해서 앞만 보았던

       시간을 위로하는 마음을 담았다.

       직접 눈에 담으며 카메라에 저장해 놓은

       사진들을 커버이미지로 구성해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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