곧게 세운 긴 몸과 달랑거리는 머리통
긴 몸을 곧게 세우고 큰 머리를 이고 사는 게 이상해 보였다. 동그란 얼굴에 눈코입의 구멍이 여기저기 뚫려 있는 게 좀 이상해 보였다. 우르르 걸어 다니는 저 많은 사람들을 보며 때때로 그렇게 느꼈다.
공부든 과업이든 일이든 뭐든 열심히 하며, 성과를 내고, 그것에 즐거워하고 감사함을 느끼며, 삶의 의미를 찾는, 모두가 그래야 하는 이 삶이란 게 좀 이상해 보였다.
이상하다, 정말 이상하다. 사실은 이거 다 이상하단 걸 아무도 모른다는 게 이상하다.
<주머니 인간>에 실린 우화 중 ‘묘기하라’는 그 이상한 느낌에서 시작된 이야기다. 세상의 당연한 질서를 이상하게 보는 내가 제일 이상한 것일 테지만, 때때로 나만이 멀쩡하고 이 세계 전체가 이상해 보이곤 한다. 갑자기 어떤 평범한 단어가 의미로부터 해체되어 이상하게 보일 때, 매일 무의식적으로 쓰는 물건이 기능으로부터 해체되어 갑자기 왜 저렇게 생겨먹은 건지 이상하게 보일 때, 어쩌면 이 모든 정상적인 것들이 잘못된 게 아닐까, 의심한다.
멀쩡하고 당연한 것들을 의심하다 보면, 어그러지고 잘못되고 망가진 나와 나의 삶이 괜찮아진다. 그러면 살기가 좀 나아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