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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현지 Jun 13. 2024

당신은 벌고, 나는 쓰고

나는 쓰면서부터 괜찮아졌는데, 남편은 벌면서부터 안 괜찮아졌습니다.


퇴근하고 돌아온 남편의 얼굴은 벌을 받고 온 사람의 얼굴입니다. 꽤나 자주 사색이 되어 어찌할 바 모르는, 표정 없는 표정을 짓고 있습니다. 표정 없는 표정처럼 무서운 얼굴은 없습니다. 그런 사람이 벌어온 돈으로 나는 씁니다. 벌을 받음으로써 돈을 버는 사람의 얼굴을 보면 제 자신이 기괴하게 느껴집니다. 괜찮은 것이 이상한 세상에서 너무나 괜찮은 내가 잘못된 사람처럼 느껴집니다.


은행 어플에 찍힌 인세 팔십몇만 원을 자랑하고는, 밀려오는 쪽팔림, 죄책감, 미안함, 자괴감을 덮어버리기 위해 부러 뻔뻔스럽게 웃어 보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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