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의 출발
안녕하세요. 북큐레이터 세잎입니다. 여러분은 혹시... 월요일을 사랑하시나요? 웃기는 소리 하지 말라고요? 맞아요. 저도 월요일이 끔찍하게 싫었어요. 평일 내내 주말만 기다려놓고 막상 주말에는 월요일을 씹어대며 보냈어요. 그러다 일찍 자면 월요일이 더 빨리 올 것 같아서, 뜬 눈으로 일요일 밤을 붙잡아보려고 했어요. 그래도 아침해 둥근 거는 또 떴고 월요일이 더 X같고 피곤합니다.
월요일을 사랑할 수 없을까요? 월요일을 싫어하니, 주말도 싫어지는 굴레에서 벗어날 방법은 없을까요. 월요일을 싫어하는 이유를 생각해 보니, 저는 왜 해야 하는지 의미도 모르는 일을 하면서 시간을 꾸역꾸역 보내야 하는 한 주의 시작이기 때문이었습니다. 주변에서는 하고 싶은 일만 하면서 살 수 없다고, 먹고사는 일이란 다 그런 거라고 합니다. 하지만 저는 월요일과, 월요일을 씹어대며 보내는 주말의 반복은 그만하고 싶습니다. 월요일이 싫어지니, 삶도 싫어집니다. 월요일을 사랑하고 싶어요.
월요일을 사랑하기 위해서는 일에서 의미를 찾아야 했습니다. 하고 싶은 일만 하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갑자기 나도 모르는 재능을 발견해서 회사를 때려치우겠다는 것이 아닙니다. 단지 지금 이 일을 <내가>, <왜> 해야 하는지 생각할 시간이 필요합니다. 언제부터인가 사회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일 외에 다른 일을 상상하기 어려워졌습니다. 우리는 비슷한 일을 선택하고 나와 맞지 않는 일을 하며 월요일을 끔찍하게 싫어하게 되었습니다. 일을 선택하는 기준에 <나는> 없어져갑니다. 친구와 비교했을 때 짜치지 않을, 부모님의 자랑이 될 법한, 소개팅에서 직업을 구구절절 소개하지 않고 명함 한 장으로 되는. 일을 선택하는 기준에 <타인>만 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일을 선택하는 기준에 <타인>을 두지 않습니다. 돈을 잘 못 벌어도, 남들이 이상하게 봐도, 실패할 확률이 높아도, 다른 사람과 다른 선택에 불안해도. 수많은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내가> 있습니다. 타인의 욕망을 나의 욕망이라고 착각하지 않고, 자신의 욕망에 집중합니다. 내가 누구인지, 어떻게 살고 싶은지, 내가 정말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 끊임없이 물으며 일을 선택합니다. 하지만 뜬금없이 스스로에게 '너 누군데'라고 묻는 일은 몹시 어렵습니다. 그래서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은 책을 읽습니다.
책은 타인의 이야기를 통해 내 이야기를 꺼내놓을 수 있는 여백을 준비해 놓고 조용히 기다려주는 존재입니다. 도서관의 셀 수 없이 많은 책만큼, 책 속에 셀 수 없는 삶과 일이 있습니다. 우리는 책을 읽으며 문장 사이사이에 내 이야기를 끼워 넣으며 내가 원하는 삶을 접어 놓은 페이지에서 찾을 수 있습니다. 문득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읽는 책이 궁금해졌습니다. 그들은 어떤 책을 읽고, 어떤 문장에 밑줄 긋고, 어떤 페이지를 접었길래 일에서 의미를 찾고 월요일을 사랑할 수 있었을까요?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를 기획하고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인터뷰를 시작합니다. 몇 번의 인터뷰를 진행했었는데 인터뷰는 너무 어렵고 무섭습니다. 타인의 이야기를 꺼낸다는 것은 잘 듣는 것만으로는 안된다는 것도 인터뷰를 대왕 망친 날 알았습니다. 자괴감이 들었지만 그만하고 싶다기 보다는 잘하고 싶은 마음이 먼저 들었습니다. 저는 인터뷰가 너무, 너무! 좋습니다. 표현하기 어렵고 형태가 없던 내 진짜 욕망을 타인의 언어에서 발견하면 존재에 납추가 놓입니다. 납추 덕분에 타인의 욕망에 흔들리지 않는 무거움을 갖게 됩니다. 존재에 납추를 놓아줄 수 있는 인터뷰를 정말 잘하고 싶습니다. 마침, 혼자 일하는 저에게 사수가 되어줄 책을 발견했습니다. 장은교의 인터뷰하는 법(터틀넥프레스, 2024)입니다. 신기하게도 정말로 필요한 게 있을 때 도움이 되는 책이 딱 나타납니다. 우연인 것 같지만, 책을 읽는 분들은 이 우연이 한두 번이 아님을 느끼셨을 겁니다.
저는 사수를 따라가며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를 연재합니다. 인터뷰를 준비하는 과정부터 인터뷰의 사소한 뒷면까지 적어보려고 합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을 인터뷰하면서 일의 의미를 찾고, 월요일을 사랑하려는 세잎의 고군분투기도 인터뷰와 함께 즐겨주세요. 저는 월요일을 사랑하면, 삶도 사랑할 수 있다고 믿으면 일하도록 하겠습니다. 우리 앞으로 월요일에 만나요.
박세잎 :월요일오타쿠, 북큐레이터,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 기획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