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 인터뷰의 안과 밖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 인터뷰 기획자 세잎입니다. 인터뷰를 대왕 망치고, 인터뷰하는 일을 그만해야 하는 걸까 낙담을 한 적이 있습니다. 집으로 돌아가는 기차에서 망친 인터뷰를 정리하면서 인터뷰이 앞에서 쪼그라들었던 내 모습에서 한 번, 제대로 이해하지 못한 부분에서 한 번, 끝내하지 못한 질문 앞에서 한 번 더 깊게 한숨을 쉬었습니다. "아! 진짜 망했다..."
회사에 소속되어서 이 일로 돈을 버는 것도 아니고, 혼자 관두면 되는 일인데... 나는 왜 인터뷰하는 일을 놓지 못하는 걸까 고민하던 저에게 사수가 되어줄 책을 찾았습니다. 장은교의 <인터뷰하는 법>의 첫 페이지에서 19년째 인터뷰를 하며 살고 있는 그에게도 인터뷰가 무서웠던 시절이 있었다는 문장에서 안도의 한숨을 쉴 수 있었습니다. 인터뷰를 하면서 무수히 많은 실수와 좌절을 반복했지만, 기대처럼 흘러가지 않은 인터뷰를 실패라고 부르지 말자는 다독거림을 받았습니다.
제목만으로는 다 알 수 없는 한 권의 책을 만나듯, 사람이라는 놀라운 세계 속으로 돌아가보고 싶었습니다. 많은 인터뷰를 경험하면서 저는 완벽한 인터뷰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알게 됐어요. 인터뷰하기에 완벽한 상황, 인터뷰하기에 완벽한 사람, 인터뷰하기에 완벽한 주제 같은 건 없다는 것을 깨닫게 됐습니다. 인터뷰는 성공이나 실패라는 단어로 가둘 수 없고, 점수를 매길 수 없다는 것도요. 그건 마치 인생 같다고 생각했습니다. 인터뷰는 한 사람의 빛과 그림자를 발견하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누구나 밝음과 어둠을 품고 살아가죠. 저는 인터뷰를 좋아하고 즐기게 되면서 부족한 스스로와 화해할 수 있었습니다.
장은교 <인터뷰를 하는 법> 11쪽
당장 돈을 벌 수 없는, 그래서 누군가는 쓸모없다고 말하는 인터뷰를 나는 왜 기획하는 걸까. 월요일이 끔찍하게 싫어서 이직을 포기하고 시골로 돌아와 어떤 일을, 어떻게, 왜 하고 싶은지 알고 싶을 때 저는 질투의 감정을 이용했습니다. 질투의 의미는 무엇을 가지지 못함으로 지니는 부러움, '선망'입니다. 질투에는 미움이 없습니다. 무언가를 이미 가진 남을, 갖지 못한 나를 미워하면 시샘입니다. 시샘은 남이 가진 걸 이유 없이 나도 가지려는 가짜욕망입니다. 무언가 갖기 위해 나 자신을 바꾸려고 노력하는 것이 진짜 욕망입니다. 도시에서 저의 일은 가짜 욕망이었습니다. 남들처럼 멋진 직장, 많은 월급이 갖고 싶었고, 이미 가진 사람을 미워하기도 했습니다. 아무런 노력도 하지 않으면서요.
나를 바꾸고 싶다는 생각이 든 건 이 일을 해야만 하는 나만의 서사가 있는 사람을 만났을 때였습니다. 질투는 나의 힘. 진짜 욕망을 찾았습니다. 일에 나만의 서사가 있는 사람의 블로그와 인스타그램을 겨우 찾아서, 그들이 소개한 책을 따라 읽으며 차근차근 일의 의미를 만들어갔습니다. 아무것도 없는 시골로 돌아와 인생 망할 줄 알았는데 그들 덕분에 저는 다시 일을 시작했고 월요일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자 삶도 사랑하게 되었습니다.
우리는 just do it의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어떤 일을 해야 할지 고민하는 시간이 길어질수록, 쓸모없는 사람 취급을 받습니다. 나만의 서사를 한 겹, 두 겹 쌓기도 전에 이유 없이 그 나이에 맞는 일을 그냥 해야만 했습니다. 우리는 사회가 정답이라고 말하는 비슷한 일을 하면서, 꾸역꾸역 버텨내야 하는 월요일을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혐오하자 삶도 혐오하게 되었습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이 많아지기를 바라며 나만의 서사를 갖고 일을 하는 사람들의 목소리를 담아내는 인터뷰를 해보고 싶었던 첫 마음을 꺼내봅니다. 인터뷰, 다시 한번 잘해보고 싶다고 사수님께 말해봅니다.
인터뷰는 어떻게 진행되고, 어떤 과정을 거쳐 '인터뷰 콘텐츠'로 만들어지는지 한눈에 볼 수 있도록 사수가 정리해 준 표입니다. 저는 이 과정을 따라가며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의 서재>를 인터뷰해보려고 합니다. 사수는 인터뷰를 잘하는 비법을 알려주는 책이 아니라고 말합니다. 그보다는 왜 인터뷰가 삶의 구간마다 흔들리는 우리에게 든든한 친구가 될 수 있는지, 어떻게 하면 누구나 생활 속에서 인터뷰를 즐기고 활용할 수 있는지 전하고 싶었다고 말합니다. 인터뷰를 시작한 이유를 다시 한번 생각하며 출발해 보겠습니다. 어떤 고민이 있어서 인터뷰를 시작했는지 이야기를 꺼냈으니, '나는 어떤 인터뷰를 좋아하는지' 생각해 봅니다.
인터뷰를 보는(읽는) 일은 타인과 타인의 이야기를 보는(읽는) 일이지만, 조금 더 깊이 들어가 보면 결국 '나'에 대한 이야기로 연결됩니다. 세상에 좋은 인터뷰 콘텐츠는 정말 많은데, 그중 어떤 인터뷰가 왜 나의 마음을 움직였는지 생각하다 보면 나를 들여다보게 되거든요. 인터뷰어가 한 질문을 나에게 해보고, 나라면 어떤 질문과 어떤 대답을 했을지 상상하는 과정을 거치면 더 이상 그 인터뷰는 그들만의 것이 아닙니다. (...) 오늘의 나는 어떤 인터뷰가 좋지? 마음에 드는 인터뷰를 하고 싶다면, 이 질문이 가장 중요합니다.
장은교 인터뷰하는 법 35쪽
매일 아침 인터뷰를 읽고 있습니다. 다 읽고 '좋다!'라고 감탄한 적은 많았지만, 이유에 대해서는 생각해보지 않았었네요. 사수님을 따라서 이유를 찾아보았습니다. 조선비즈에서 연재되고 있는 김지수작가의 인터스텔라 인터뷰 시리즈 중 9월 7일 게재된 한 편을 골랐습니다.
좋아하는 인터뷰의 이유를 생각해 보니, 낯선 타인과의 대화를 부드럽게 풀어주는 인터뷰를 좋아하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텍스트일수록 잘 알지 못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집중하는 것은 어렵습니다. 자신이 관심 있는 분야가 아니라면 더욱이요. 하지만 김지수작가의 인터뷰는 낯선 사람의 이야기도 귀 기울이게 만듭니다. 인터뷰를 시작하기 전에, 인터뷰 주제와 연관된 자신의 이야기를 먼저 가볍고 부드럽게 풀어냅니다. 어린 시절의 이야기를 꺼내기도 하고, 일상적인 이야기를 꺼내다가 오늘 인터뷰할 사람(주제)과 자연스럽게 연결시킵니다. 멋진 스토리텔링에 놀랍니다.
또한 김지수작가의 인터뷰를 읽다 보면 같이 대화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인터뷰 중간중간 인터뷰를 했던 날의 분위기와 인터뷰한 사람을 세심하게 관찰하고 표현한 문장들이 있습니다. 이 문장은 잠시 대화를 쉬어가게도 합니다. 질문과 답변의 계속된 반복은 끊임없이 말을 듣는 것 같아 지칠 때가 있습니다. 대화를 끝까지 들을 수 있도록 쉴 틈을 만들어줍니다. 저는 낯선 타인과 대화를 어떻게 시작할지 몰라서 끙끙거릴 때, 옆에서 분위기를 풀어주는 든든한 친구 한 명 덕분에, 타인과 좋은 관계가 되어서 집에 가는 인터뷰를 하고 싶은 것 같네요. 쉽지 않겠지만, 어떤 인터뷰를 하고 싶은지 분명해지니깐 출발이 가뿐합니다. 월요일을 사랑하는 사람과 좋은 관계가 될 수 있는 인터뷰를 준비해 보도록 하겠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