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용한 배려가 닿던 순간
수업은 일주일에 두 번. 두 번째 수업이 있는 날, 나는 또다시 수업 내내 안간힘을 쓰며 버텼다. 선생님의 말과 종이 위 문장 사이를 기웃거리며, 내 숨과 번역기와 눈과 입이 따로 움직이는 바쁜 시간. 그 시간 속에서 뭔가를 따라가지 못하면 나는 다시 비어지는 것 같았기 때문에, 그 바쁨이 더더욱 필요했다.
수업이 끝나고, 첫날 나에게 인사를 건넸던 그녀가 다가와 말했다.
“카페에 갈 건데, 너도 같이 갈래?”
그녀 옆에는 첫날 봤던 클래스메이트도 함께였다. 나는 잠시 주춤했지만, 반가움이 먼저 앞섰다.
카페에 들어서 그들과 마주 앉았다. 망설임 끝에 그녀들의 주문을 따라 말했다.
"Bela kava, prosim."
카페라떼 주세요.
그때 알았다. 'bela'는 하얀색을 뜻하고, 하얀 커피라는 이름으로 라떼를 부른다는 걸. 물론 단어의 원형과 변화는 한참 뒤에 알게 되었지만 말이다.
그리고 이내, 무수히 쏟아지던 낯설고 이질적인 리듬들. 그녀들은 자연스럽게 영어로 이야기를 주고받았고, 나는 그날도 대화의 흐름을 겨우겨우 좇고 있었다. 그들의 문장 하나하나가 휘발되기 전에 얼른 입 안에 삼켜두고, 번역기 화면을 눈으로 좇으며, 한 발 늦은 나를 스스로 달래고 있었다.
긴 대화의 호흡에 속으로 헐떡이는 나를 그들은 말하지 않아도 내 안간힘을 알아챈 듯했다. 내 표정이 대화를 따라가지 못한다 싶으면, 그녀들은 요란하지 않게 번역기를 켜 한국어 화면을 내게 보여주었다. 나는 더듬거리며 답을 고르고, 그들은 민망하지 않게 조용히 기다려 주었다.
그들의 배려는 조용했고, 말보다 마음이 먼저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분명했다. 말은 짧았고, 마음은 헐떡였다. 그 자리는 연결의 시작이었지만, 나는 아직 그 시작을 따라가는 중이었다.
서툴러도 괜찮다고, 그날의 배려가 나를 안심시켜 주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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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잣말이 끝나고, 대화가 시작된 시간을 꿰어가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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