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사가 하루를 바꾼 자리에서
첫날 수업이 끝나고, 옆자리에 앉아 먼저 인사를 건넸던 그녀가 자연스레 나에게 걸음을 맞췄다. 그 발걸음에는 가벼운 환대가 실려 있었고, 나는 조심스럽게 그 걸음을 따라갔다. 우리는 나란히 버스 정류장을 향해 걸었고, 또 다른 클래스메이트와도 인사를 나누었다.
그녀들은 거리낌 없이 영어로 말을 건넸다. 나는 짧은 문장조차 꺼내기 어려워 얼어붙었다. 한참을 그들의 문장을 머릿속에 놓아보다가, 결국 입을 열었다.
“Can I use a translator…?”
상대의 말이 길어졌을 때, 내가 헤매지 않기 위해 꺼내든 말이었다. 그 말로 방어했고, 동시에 다가가고 싶었다. 그러자 그들의 말은 내 헉헉거림에 천천히 발을 맞춰주었다. 나 또한 그들의 단어 하나하나를 천천히 삼켜 가며 따라가려 애썼다.
“왜 이곳에 오게 된 거야?”
“이곳에 온 지 얼마나 되었니?”
나는 번역기에 천천히 말을 적었고, 그녀는 고개를 끄덕이며 웃었다. 그 말들이 길지 않아 다행이었다. 짧았기에 나는 그 말을 붙잡을 수 있었고, 그들이 나를 기다려 줄 수 있었다. 나는 그 짧은 틈을 놓치지 않으려 집중했고, 그들은 그 틈을 환하게 열어 주었다.
그날 나는, 낯선 땅에서 처음으로 누군가의 하루에 내 하루를 더했고, 내 하루 속에도 누군가가 들어왔다. 혼잣말로만 가득하던 나날에서 낯선 언어로 누군가와 대화가 시작되던 순간이었다.
그 조용한 시작은, 내 언어의 첫 장면으로 오래도록 내 안에 울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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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혼잣말로 채워졌던 시간 끝에, 조심스러운 대화가 열리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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