낯선 교실, 분명한 마음

내 숨이 작아졌던 자리에서

by 슬로하라


작은 교실이었다. 열다섯 명쯤 앉으면 가득 찰 공간. 교실 안은 다양한 얼굴들로 채워져 있었다. 이방인들의 공간이라고 했지만, 정작 그들을 마주한 모습에내 숨이 먼저 작아졌다. 나 혼자만 가장 이방인 같았다.


나는 조용히, 빈자리 하나를 찾아 앉았다. 시선을 어디에 둘지 몰라 바닥이나 종이 같은 곳에 눈을 두려던 찰나, 내 옆자리에 앉은 아시아계 여성이 갑자기 나를 반기며 말을 걸었다.


“I saw you! I saw you!”

'나를 봤다고?'


내 귀엔 그녀의 말보다 내 안에 똬리 틀던 울렁임이 먼저 반응했다. 그녀는 이어 내 국적을 물었고, 내가 사는 동네를 물었다. 나는 숨을 고르고, 조심스럽게 입을 열었다. 영어 한 마디가 입 밖으로 나오기까지 머릿속에서는 이름 없는 망설임들이 쉼 없이 뒤엉켰다. 하지만 말은 뱉었다. 생각보다 괜찮게.


그녀는 반가움 가득한 얼굴로 말을 이어갔다.

“나도 그 동네에 살아. 조금 전, 수업 오는 차 안에서 너를 본 것 같아. 그 동네에서 아시아인을 보기가 힘든데, 너를 본 게 맞다니까 정말 반가워!”


그 말에 또다시, 기쁨보다 먼저 온몸을 굳게 만드는 긴장이 앞섰다. 혹시라도 이 기세로 그녀가 말을 더 걸면 어쩌지. 혹시 내가 알아듣지 못하면 어쩌지.


“I’m sorry. I can't speak English very well...”


‘거절’이 아니라, ‘미안한 안내문’ 같은 거였다. 반갑다는 대답을 하고 싶은 거였는데, 무수히 머릿속에서 정돈되지 않은 단어들에 밀려 입 밖으로 나온 첫 말이었다. 대화를 막고 싶지 않았기에, 오히려 먼저 꺼낸 방어이기도 했다.


“괜찮아. 나도 완벽하지 않아. 천천히 말할게.”


그녀는 대답과 함께 웃어 주었고, 나는 그 미소에서 조금 더 편안히 숨을 고를 수 있었다. 그리고 분명, 그녀가 쏟아내던 그 여러 문장들 속에서 어렴풋이 어딘가에서 들려오는 듯이 조금은 알아들을 수 있었다.

단어는 희미해져 버렸지만, 그녀가 말하고자 했던 마음은 이상하게도 정확히 내게 닿았던 것이다.




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그날, 누군가의 조심스러운 말 한마디가 제 마음에도 작은 문을 열어주었습니다.
‘슬로하라 언어일기’의 다음 기록도 함께해 주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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