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어와 슬로베니아어 사이에서
영어도, 슬로베니아어도 나는 여전히 더듬거린다.
생존과 방어를 위한 문장, 질문 하나, 대답 하나. 입에 붙이기도 벅찬 날들이었다. 그래서 처음엔, 영어보다 슬로베니아어를 배우는 것이 이곳의 일상에선 더 유용할지도 모른다고 생각했다. 영어가 서투니 슬로베니아어로라도 감춰보려 했다. 그들의 언어를 꺼내는 것만으로도, 상대의 시선을 잠시 붙잡을 수 있었다. 그건 일종의, 생존과 방어의 언어 씨름이었다.
하지만 곧 깨달았다. 영어가 안 되면, 슬로베니아어도 결국 제자리걸음이었다. 두 언어 사이를 오가며 겨우 입에 붙은 문장 하나를 익히면, 또 그에 대응할 말을 준비해야 했다. 결국 입 밖으로 나오는 말들은 아주 기초적이고, 최소한일 수밖에 없었다.
어떤 이는 "영어를 먼저 말할 줄 알아야 한다"고 했고, 누군가는 "이곳의 언어를 배우려는 시도 자체가 용기"라고 했다. 어느 쪽도 틀리지 않았다.
정답은 없었다. 내 안의 저울질과 시도만이 계속될 뿐이었다. 단어 하나를 꺼내기까지 나는 몇 번이고 숨을 고르며, 또다시 같은 자리를 돌고 있었다.
다만 쳇바퀴 같은 시간 안에서도, 나는 여전히 한 문장씩 천천히 나아가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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읽어주셔서 고맙습니다.
두 언어 사이의 망설임 속에서도, 오늘도 한 문장을 꺼내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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