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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상에 단 하나뿐인 삶을 바라보는 마음

by NINA

주말, 장애인 수영대회에 봉사활동으로 다녀왔다.


태어나서부터이건

사는 과정에서이건

본의아니게 몸에 불편함이 있는 분들이 보였다.


당연하게 있던 사지가 없거나

혹은 제대로 기능하지 못해보였다.


발달장애가 있는 사람들도 많았다.

부모의 손을 놓지 못하며 불안해하던

아이같은 성인과

아무리 불러도 움직이지 않는 어린 아이들이 보였다.


그렇게 나이도 성별도 모두 다른 사람들이
한자리에 모여 물속으로 들어갔다.


누군가에 손에 이끌렸

혹은 스스로 오고싶어서건

그들은 다같이 서서 출발 신호를 기다리고 있었다.


“땅!”


총소리가 울리자,
그들은 주저함 없이 물속으로 몸을 던졌다.


온몸을 움직이며,
자신이 갈 수 있는 만큼,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불안에 떨며 수영장 벽을 짚고 있던 사람도

출발해서는 누구보다 힘차게 물결을 헤치고 나갔고


팔다리를 사용하기 힘든 사람은

온몸으로 흔들며 앞으로 나아갔다.


출발한 그들은 아무것도 신경쓰지 않고

그저 자기만의 방식으로 나아갔다.


나는 어느새


“와, 멋있다!”


하는 말이 절로 튀어나왔다.


그리고 이내, 내가 낼 수 있는 가장 큰 목소리로 외쳤다.


“멋있다아! 화이팅!!!”


그들이 자신이 얼마나 멋진 존재인지를
스스로 알아차리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가슴이 벅차올랐다.


나는 그분들이 어떤 삶을 살아왔는지 모른다.
그 순간 어떤 감정을 품고 있는지도,
그 마음의 결이 얼마나 깊은지도 알 수 없지만

단 한 가지는 확신할 수 있었다.


그 순간, 그들이 보여준 움직임 하나하나는
세상의 어떤 말보다 강했다.


그 누구와도 비교하지 않고,

누구 앞에서도 주저하지 않으며,
그저 자신만의 속도와 리듬으로
물살을 가르던 그 모습.


그건 분명 그 자체로 온전한 삶의 용기였다.


병원에서 일하다 보면
정말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오래 살아온 시간의 주름을 지닌 어르신,
말투와 외모에서 단정함이 묻어나는 분,
마음속 여유가 부족해 늘 예민해 보이는 사람까지.


그들과 마주할 때면 나는 문득 이런 생각을 하곤 한다.


‘이분들은 어떤 시간을 지나 지금 여기까지 오셨을까.’


그들의 말투 하나, 표정 하나,심지어 그날의 컨디션.

그 모든 것 안에는 내가 겪어보지 못한 고유한 시간이 담겨 있을 것이다.


그 시간을 상상해 보면 모든 것이 새삼 귀하고 소중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모두 이 세상에 태어난 것만으로

삶을 살아갈 자격을 부여받은 존재이고


누구도 예외 없이 자신만의 방식으로
주어진 삶을 조금씩, 천천히 살아내고 있다.


하지만 우리는 자주 잊는 거 같다.

우리가 살고 있는 이 삶은
세상에 단 하나뿐인 이야기인 것을.


작가 정희진은 말했다.


“꽃은 자신의 방식으로 핀다.”


누군가는 일찍 피어나고,
누군가는 늦게야 꽃망울을 터뜨린다.


어떤 이는 짧게 피고 지지만,
또 다른 이는 오래도록 향기를 남긴다.


중요한 건 그 모든 꽃이

자기만의 시간에
자기만의 방식으로 피어난다는 사실이다.


나는 자주 내가 가지지 못한 것들에만 시선을 두곤 했다.


“저 사람은 참 잘하잖아.”


“왜 나는 이것밖에 안 되지?”


“왜 나는 늘 부족한 걸까…”


하지만 이제는 조금 다르게 생각하려 한다.


삶은 비교하거나 평가할 수 있는 게 아니었다.

세상에 단 하나뿐인 삶을
어떻게 감히 '더 나은 삶', '덜한 삶'이라 말할 수 있을까.


그날 수영장에서 만난 사람들은
자신의 몸으로,
자신의 의지로,
자신만의 시간 안에서
물살을 가르며 앞으로 나아갔다.


그 모습은 세상의 어떤 성공보다 눈부셨고,
어떤 말보다도 더 진실했다.


그 모습을 통해

나 역시 나만의 방식으로 살아가면 된다는
조용하고 단단한 확신을 얻었다.


우리 모두가
자신만의 호흡과 속도로 살아갈 수 있기를 바란다.


다른 누구의 시선으로 평가받지 않고,
있는 그대로의 나를
따뜻하게 바라볼 수 있는 세상.


그리고 그 세상 안에서

서로에게 더 많은 이해와 존중,
그리고 작은 다정함을 건넬 수 있기를.


세상에 또 없는
단 하나의 귀한 삶을 살아가는
당신과 나, 그리고 우리 모두를 향해
진심으로, 응원의 마음을 보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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