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술하신 지 정말 오래되셨네요.
그때 많이 힘드셨겠어요.”
검사를 마치고 자리에서 일어나실 즈음,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건넸다.
병원과 인연을 맺은 지 꽤 오래된 어르신이었다.
정확히 말하면, 20년이 훌쩍 넘은 세월을 병과 함께 건너오신 분.
그분은 환한 미소와 함께 차분히 이야기를 꺼내셨다.
“88년에 암 수술을 했어요.
그땐 모두가 한 달도 못 산다고 했죠.
근데 나, 지금 이렇게 멀쩡하잖아요.”
나는 반가운 마음에 얼굴이 절로 펴졌다.
“와, 정말 너무 좋네요. 정말 다행이에요.”
그분은 말을 이어가셨다.
“그리고 얼마 전엔 인공심박동기도 달았어요.
응급실에서 의사들이 왜 이렇게 늦게 왔냐고,
다 죽는다고 그랬어요.
근데 나, 지금도 이렇게 살아 있어요.”
나는 말없이 엄지손가락을 들어 보였다.
그분도 따라 엄지척을 하시며 웃으셨다.
그 웃음은 정말이지 반짝반짝 빛났다.
그분은 지금도 자신의 삶을 꿋꿋하게 살아내고 계신다.
모든 검사가 끝나고 한참 뒤 그분이 다시 나를 찾아오셨다.
“안경을 두고 간 것 같아요.”
나는 주변을 함께 찾아드렸지만 안경은 보이지 않았다.
실망스러운 표정으로 한숨을 내쉬시기에 문득 떠오른 곳이 있어 말씀드렸다.
“혹시 탈의실 쪽에 가보시겠어요? 옷 갈아입을 때 놓고 오셨을 수도 있어요.”
그분은 고개를 끄덕이며 바삐 걸음을 옮기셨고 잠시 후 손에 안경을 들고 환하게 돌아오셨다.
“선생님! 저 안경 찾았어요! 정말 고마워요!”
사실 곧장 귀가하셔도 되는 상황이었지만
그분은 굳이 내게 인사를 하기 위해 다시 들어오신 것이다.
그 마음이 어쩐지 참 따뜻하게 느껴졌다.
우리는 다시 마주 보고 웃었다.
“안녕히 가세요.”
“안녕히 계세요.”
“감사해요.”
“감사합니다.”
짧은 대화.
단 몇 마디뿐이었지만,
그 안에는 진심이 담겨 있었다.
그날의 검사는 그렇게 끝이 났다.
하지만 그분과 나눈 몇 분의 시간이
내 하루를 더 따뜻하게, 더 단단하게 만들어 주었다.
삶은 참 기적처럼 이어진다.
누구도 다 살지 못할 거라 했던 시간을
그분은 묵묵히 건너오셨고,
지금은 웃으며 그 이야기를 들려주신다.
그리고 작은 안경 하나를 찾기 위해
고맙다 말하러 굳이 다시 찾아오시는 마음.
그 모든 순간들이
나에겐 그저 선물 같은 하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