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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모습에 또 한 번 소리 내어 웃고 만다.

by NINA

현관문을 여는 순간
작은 똥강아지 한 마리가 꼬리에 헬리콥터라도 단 듯 달려든다.


“엄마 왔다!! 엄마 왔다!! 엄마 왔다아아!!!!”


신나서 방방 뛰는 뿡이의 모습에서 사람목소리가 들리는 거 같다.

너무 반가워 어쩔 줄 몰라하는 그 모습에서
나는 매번 웃음을 터뜨리게 된다.


사실 그날 나는 좀 지쳐 있었다.
마음처럼 따라주지 않는 환자들을 달래 가며
검사를 마쳐 온몸이 땀에 젖었고
퇴근 직전엔 연달아 걸려온 전화들을 처리하느라
정신이 쏙 빠져버렸다.


속이 허전하고 몸도 마음도 숭숭 구멍이 뚫린 기분으로
겨우 집에 들어섰던 참이었다.


그런데 그렇게 달려와 와락 품에 안기는 뿡이를 보니
언제 힘들었냐는 듯 마음이 금세 따뜻해졌다.


말보다 더 진한 위로.

그게 네 사랑이다. 어휴, 정말.


그래 나가자!

잽싸게 옷을 갈아입고 바로 산책에 나선다.


요즘 우리 둘은 퇴근 후에 이렇게 집 근처를 잠시 걷곤 했다.


뿡이는 늘 세상 모든 걸 다 가진 듯한 모습으로 걷는다.


실룩실룩 엉덩이,

팔랑팔랑 귀,

요리 갔다 저리 갔다 가만있지 못하는 꼬리,

그리고 총총총, 총총총


기분 좋아, 너무 좋아!

라는 마음이 고스란히 전해진다.


그냥 걷는 것뿐인데
이 아이는 지금 이 순간이 참 좋은가 보다.


한 아주머니가 마주 오다가 뿡이를 보며 말했다.
“아이고, 그렇게 기분이 좋아?”

뿡이가 마치 “그럼요!” 하고 대답하듯 고개를 드는 순간,

나도 모르게 소리 내어 웃었다.

뿡이의 표정이 어떤지 너무 알 거 같았다.


사실 우리가 걷는 이 시간은 30분이 채 되지 않는다.

무심코 핸드폰을 들여다보다 지나치는 시간보다도 짧고

멍하니 창밖을 보다 흘려보내는 순간보다도 짧다.


하지만 뿡이에겐 이 시간이 하루를 빛나게 해주는 가장 행복한 시간인 거 같다.

그리고 그런 뿡이의 모습을 바라보면 나도 덩달아 행복해졌다.


어쩌면 우리는 너무 종종 잊는 건 아닐까.

행복은 찾지 않으면 다가오지 않는다는 것을.
또 행복은 이렇게도 작게 시작된다는 걸 말이다.


그저 누군가와 천천히 걷는 10분,

서로 눈 마주치며 웃는 그 순간이
나의 하루를 그저 다정하고 포근하게 덮어줬다.


오늘 내가 만난 마음은
뿡이의 마음이었다.
말없이도 다 전해지는 마음.

단순하고 투명한 그 감정 안에서
도 말랑말랑해져버린다.


조금 앞서 가던 뿡이를 나는 부드럽게 불렀다.


“뿡아, 일루 와~”


그러자 뿡이는 뒤를 돌아보더니

그 작은 얼굴에 가득 웃음을 띠고
마치 기다렸다는 듯 나에게 달려왔다.


총총총.


아니 이 정도면


뿅뿅뿅뿅!

이다.


ㅋㅋㅋㅋ

아 나는 그 모습에 또 한 번 소리 내어 웃고 만다.


너가 행복해서 참 좋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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