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저리뷰
이 소설은 가을에 어울리는 소설입니다. ”상실의 시대“라고도 번역되었습니다. ”노르웨이의 숲“은 ”비틀즈“의 곡으로서 여주인공인 ”나오코“가 가장 좋아하는 노래입니다. 줄거리는 주인공인 ”와타나베 도루“라는 대학 초년생의 연애담입니다만, 주인공과 관련된 다수의 사람이 남,녀 할 것 없이 자살을 합니다. 그 동기는 다소 주관적이지만, ”어른“이 되기 위하여 세상과 타협하는 것을 거부하고 인생을 종결짓는 쪽으로 이해가 되었습니다. 다 읽고 나면 인생사 결국 사람과 만나고, 사귀고, 좋아하고, 사랑하고, 헤어지고, 그리워하고, 추억으로 마음 한 곳에 묻어두는 것 아닌가하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그래서 책 제목이 내용상으로는 오히려 ”상실의 시대“가 맞는 것 같기도 합니다.
다른 거장의 문학책들을 보면 주변 묘사나 상황 묘사, 세부 묘사가 매우 정교하게 짜여있어 상상하는데 시간을 많이 보내는 반면에 하루키의 소설은 정말 편안하게 머리에 떠올릴 수 있는 수준으로 간결하게 묘사가 되어있어 읽기 좋았습니다. 거기에 심리묘사가 아주 탁월해서 말하는 사람의 심정이 그대로 공감이 되도록 글을 썼습니다. 특히 남성보다는 여성의 심리묘사에 탁월하다는 생각을 많이 했습니다. 그리고 줄거리의 대부분이 “와타나베”와 여자들과의 관계이고, 남자와의 관계는 얼마 되지 않습니다. 즉, “남과 여”의 얘기 입니다. 한 가지 읽다가 떠오른 것은 주인공인 “와타나베”는 음악과는 크게 연관이 없는 것처럼, 그리고 악기하나도 다룰 줄 모르는 것으로 묘사되는데, 나열되는 음악은 하루키의 수준이 반영이 되어 있다는 겁니다. 즉, 하루키는 작품 속에서 주인공인 “와타나베”의 의식 속에 끊임없이 끼어들어 자신이 좋아하는 음악을 팝, 재즈, 클래식을 넘나들며 다양하게 늘어놓습니다.
그리고 주인공이 연극과 학생이기 때문에 “에우리피데스”와 같은 그리스 비극의 대가들의 얘기도 나오고, 스캇 피츠제럴드의 “위대한 개츠비”와 토마스 만의 “마의 산”도 나옵니다. 여주인공인 “나오코”가 정신장애로 산속 깊숙이 자리잡은 요양원에 있게 되는데, 그 곳에서 읽으려고 “와타나베”가 가져가는 책이 바로 “마의 산”입니다. “마의 산”의 내용이 바로 요양원에 관련된 것이거든요. 다 읽고 나서 “위대한 개츠비”에서 주인공 “닉 캐러웨이”의 마지막 독백인 “우리는 조류를 거스르는 배처럼 끊임없이 과거로 떠밀려 가면서도 앞으로 앞으로 계속 나아가는 것이다”가 바로 이 소설에서 하루키가 말하고자 하는 것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완독하고나니 맥주 한 잔 하고 싶은 생각이 듭니다. “어른”이라는 칭호를 듣기 전의 과거에 대하여 얘기를 나누면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