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2장, 첫 번째
오빠와 매일 저녁 전화를 한다.
정확한 날짜를 기억하지는 못하지만, 언제부턴가 전화를 받는 오빠의 첫 마디는
공주! 하며 힘차게 외치는 것으로 시작한다.
나를 공주라는 호칭으로 부르는 건 우리 아빠뿐이라고 생각했다.
아니지, 엄밀히 말하자면 아빠는 공주, 하며 소리 내어 부르진 않으셨다.
아빠 휴대전화 속 저장된 내 이름이 무려 ♥공주님♥ 이라는 것만 기억으로 남아있다.
초반에는 공주라는 호칭이 너무 낯설고, 낯간지럽고, 쑥스러웠다.
집이 아닌 다른 곳에서 전화를 받을 땐, 혹여나 다른 사람들의 귀에 들릴까 싶어서
소리를 줄이고 받은 적도 꽤 많았지만
지금은 공주라고 부르는 첫 마디가 없으면 어색할 정도로 익숙해졌다.
예쁘다는 말도, 공주라는 호칭도,
오빠한테 평생이나 듣고 싶은 말이다.
공주라니, 나를 공주님으로 불러주는 남자를 만나다니.
오빠는 말로만 공주라고 하지 않았다. 정말 공주님처럼 나를 대해줬다.
내가 공주라면 오빠는 정말 왕자님이야.
이제는 나도 통화의 첫 마디를 왕자! 라고 크게 부른다.
아직도 부끄러워하는 오빠가 익숙해질 때까지, 평생 왕자님으로 불러야지.
오빠는 평생 나의 왕자님으로서, 또 나는 평생 오빠의 공주님으로서
오래된 동화의 마지막 페이지처럼 살고 싶다.
공주님과 왕자님은 오래오래 행복하게 살았답니다.
happly ever afte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