심리적인 충격이 내 온몸을 강타하며 순간 공황 상태에 이른다.멘붕상태라고 표현하면 맞겠다.
일차적으로 몸에 충격파가 지나고 나면
이번엔 몸에 힘이 빠지면서 감정의 쓰나미가 몰려온다.
내안에 잠겨있는지도 몰랐던 온갖 감정이
범람해 또다시 정신을 차릴 수가 없다.
어떤 이는 일차 파도에 몸져눕고,
어떤 이는 이차 파도에 휘청인다.
정신 차리고 일어나 보려면, 분노가 활활 타오르고,
또 정신 차려야지 하면, 미움과 원망이, 그러고는 억울함과 수치심이, 자책과 두려움이,
무슨 토네이도처럼 꼬리에 꼬리를 물고 올라와
나를 집어삼킨다.
이 상황에서 SOS를 친다.
주변에서 "나 같으면 안 산다. 이혼해라!
한 번만 피는 놈은 없다.
한 번은 봐줘라. 얘들이 뭔 죄냐?
네가 남편에게 살갑게 안 하니 남편이 밖으로 돌지.
남편을 ATM기로 써라. 당장 돈이 없는데 먹고는 살아야지." 등등 제각각의 조언으로 골치가 더욱 아파진다.
"나 같으면 안 산다. 당장 이혼해!"라는 말을 들으면
당장 이혼 못하는 내가 바보 멍청이 같고,
참으라는 말을 들으면 이렇게 힘든데 내 편 안 들어줘 서운하고,내 탓하는 사람에게는 섭섭하기 이를 때 없고,돈걱정해 주는 사람 얘기에는 두려움이 앞선다.
뭐가 뭔지 하나도 모르겠다.
이런 상태에서 상담을 시작하면
"선생님, 저 어떻게 해요?"하고 지푸라기 잡듯 매달리신다.
그럼 "어떻게 하고 싶으세요?"하고 말꼬를 튼다.
"모르겠어요."라고 하시면서.
머릿속에 부유하던 생각 조각들, 분수처럼 솟구치는 홍수난 감정에 매몰되는 일상들, 주변에서 들은 얘기까지 누가 쫓아오는 것처럼 다급하게 쏟아내신다.
다시 되짚는다.
어떻게 하고 싶으신지,원하는 게 있으신지
중심을 잡고 질문을 던지면,
"몰라요. 모르겠어요." 하시던 분들이
차츰 속에서 나를 꺼내놓기 시작하신다.
처음에는 당황, 충격, 배신감 등을 정신없이 쏟아내시다가, 몇 회차가 진행되다 보면 "저는 그동안 제가 뭘 원하는지도 모른 채 바쁘게 달려왔네요. 아침에 일어나 출근하랴, 부랴부랴 뛰어와 얘를 돌보고 나면, 피곤한 하루가 지나면서 정신없이 살았다."면서 비로소 내 마음을들여다보게 되었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사고는 바람피운 배우자가 치며 즐겼는데,
졸지에 사고를 당한 나는 억울할 뿐이다.
그러나 이 사건의 중심은 나다!
내 가정에 일어난 사고이니
내가 처리하고 해결해야 할 일이맞다.
그것이 내 것을 지키는 자의 주인의식이고책임의식이다.
그렇다고 여전사처럼 직접 나서서 모든 일의 해결사가 되자는 얘기는 아니다. 외면이나 기다림도 선택이고 전술 상 대처 방법 중의 하나이니 오해는 말자.
충격과 감정의 파도가 좀 나아지거든
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야 한다.
배우자나 아이나 부모나 친구들이 원하는 답이 아닌
내가 원하는 것이 답이요, 중심이다.
배우자의 외도.
이 이야기의 주인공은 나다!
나의 배우자이기 때문이다.
내 삶에 중요한 터전인 가정이라는
나의 무대에서 벌어진 나의 일이다.
내비게이션의 주인은 나다!
목적지는 내가 원하는 곳이다!
그것이 내 행복을 찾고 지켜나가는 이정표가 될 것이다.
남편이나 상간녀가 원하는 것이 중요한 것이 아니다.
남편이 짐을 싸서 나갔든, 이혼 소장을 내밀든,
무릎 꿇고 빌든, 절대 이혼은 안된다고 버티든,
선택은 내가 한다.
기다리라 하고,내가 원하는 것에 집중해 보자.
시간이 필요하다.
분노에 뜨겁게 타오르고,
외로움과 두려움에 둥둥 떠다녀도,
<내! 가! 원하는 것>을 떠올리고,
입맛 없고, 살이 쭉쭉 빠지고, 죽고 싶을 때에도
눈을 부릅뜨고, <내! 가! 원하는 것>을 다시 떠올리자.
나를 지켜주지 못한 남편이 밉고 죽이고 싶을지라도, 일단 나를 지킬 수 있는 내가 있음에 감사하며
스스로를 지키기 위해 애를 쓰자!
미성년 자녀가 있다면 우선으로 아이도 지켜내야 한다.
내가 나를 포기하지 않으면 된다.
절! 대! 죽을 일이 아니다.
이깟 일로 다 죽었으면, 지구 역사 속의 인구는
절반이 줄어들었지 않겠는가?
사고일 뿐이다.
사고 처리하고, 치료받고 다시 살면 되는 일이다.
웃는 날은 반드시 온다.
성급함은 후회를 부른다.
감정의 널을 뛰고 절망의 터널을 지나는
기다림이 필요하다.
나를 믿어주고 나에게 맡기는 힘이 필요하다.
감정이 가라앉고 저 파도 너머 내가 원하는 무엇이
보일 때까지 나를 위해 시간을 만들어 기다려주자.
이혼 결정은 언제든지 할 수 있다.
이혼의 키도 타이밍도 내 손에 달려 있다.
유책 배우자가 이혼을 요구한다 해도기각시키면 그만이니, 기다리라고 하면 된다.
법은 우리 편이다.
목적지는 세 곳이다.
이혼이냐?
쇼윈도 부부냐?
화합이냐?
선택을 위해서는 먼저 나를 알아야 한다.
나의 신체적, 경제적, 정서적 독립 상태를 체크하고
내 사이즈를 알아야 한다.
아이가 있다면 더욱 신중해야 한다.
지금 죽을 것 같아도 영원한 것은 없다.
결국은 다 지나가고,
나는 또 아침 햇빛을 즐기면서
일상을 살아가고 있을 것이다.
화나고 불안한 마음 이해하지만,
분노도 불안도 내 소중한 에너지를 살라먹는
에너지 뱀파이어라는 것을 기억하자!
어차피 감정은 변한다.
나뿐 아니라 외도한 배우자도 그렇다.
감정을 조금씩 추스를 때가 되면
냉정하고 현실적으로 하나하나 따져봐야 한다.
외도에 대한 감정과 별개로
결혼생활은 현실이고 내가 매일 먹고 자는
일상의 연속이다.
결혼은 법적으로 계약 관계다.
계약이란 자신의 이득을 지키기 위한것이다.
부부는 의식주를 함께 하는 특별한 관계이다.
결혼은 경제적, 정서적인 동맹이고,
육아와 가족 공동체이기도 하다.
이혼을 선택했다 해도, 이혼은 결혼이란 계약을 해지하는 것이므로, 최대한 내 행복을 위해 노력하길 권한다.
이혼의 방법을 적극적으로 알아보고 좋은 방법을 연구해라. 알아야 잘 산다.
결혼을 위해 오랫동안 열심히 준비했듯,
이혼에도 준비가 필요하다.
이혼은 내가 행복해지려고 하는 것이다.
이혼해서 더 행복할 수 있을 때 하자.
쇼윈도 부부의 전제는 배우자의 외도를 외면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것이 가능할 것인지 자문해 보길 바란다.
화합을 선택한 당신 앞엔 험난한 과정이 남아 있다.
배우자의 외도 앞에
모두는공통적으로 치유의 과정이 필요하다.
(이혼한다 해도 마찬가지다.)
화합을 선택한 당신은 추가로 <적과의 동침>이라는
특수 미션을 거쳐야 한다.
3년쯤은 남편을 보면서 <적과의 동침>이라는 단어가 자꾸만떠오를 것이다.
나한테 뭔가를 해주는 남편을 보면, '그 여자한테도 이것을 해줬을까?'라는 질문이 자동 사고로 따라와 짜증이 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