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 없는 나의 감정

기계 위에 선 마음

by 쏭아로그

나는 보조기구를 착용해도 듣는 데 어려움이 있다.

사실, 하고 싶은 말은 언제나 많았다.

나는 늘 장착된 기계와 함께 하루를 시작한다.

귀에 얹혀 있는 인공와우.

소리를 흉내 내는 그 장치는, 세상과 나 사이의 유일한 다리다.


하지만 그 다리는 너무 흔들린다.

마치, 내가 기계 위에 선 사람인 것처럼.

단단한 땅이 아니라, 언제든 무너질 수 있는 철제 발판 위에 서 있는 기분.


사람들은 묻는다.

“잘 들려?”

나는 늘 같은 미소로 고개를 끄덕인다.

하지만 그 ‘잘’이라는 단어의 정의는 누구의 것일까.

기계가 들려주는 세상의 소리는

언제나 약간씩 왜곡돼 있다.

금이 간 유리창 너머로 듣는 것처럼.


그래도 사람들은 내가 “정상”처럼 반응하길 원한다.

똑같이 웃고, 손뼉 치고, 고개를 끄덕이길 바란다.

나는 가끔, 나도 모르게 연기를 한다.

‘잘 들린다’는 사람의 표정을.


음악 시간이 가장 힘들었다.

아이들이 악기연주 할 때

나는 잘하는 시늉이라도 했다.

무음 속의 악기

그건 악기가 아니라, 조용한 그림자 같았다.


보조기구는 내 일부가 되었다.

하지만 동시에, 날 낯설게 만든다.

기계가 없으면 나는 세상과 단절되고

기계가 있으면 나는 사람들과 어긋난다.

나는 불편하지 않다.

단지, 설명에 지쳤을 뿐이다.

늘 무언가를 ‘이해시켜야 하는 나’로 살아야 하니까.


말이 없는 나는 사람들의 눈을 본다.

눈동자의 떨림, 입 모양의 빠르기,

그리고 말속에 스쳐 지나가는 진심.

들을 수 없어도

나는 느낀다.


소리를 갖지 못한 대신

나는 마음을 더 크게 품게 되었다.

기계 위에 선 나의 마음은

오늘도 무너지지 않으려 조용히 버틴다.


그리고 그렇게,

나는 살아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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