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필: 40kg
사람이라면 완벽해지기 위해 무엇이든 하려고 한다. 스스로 망가지지 않기 위해 부여잡으며, 가장 디테일이 넘치고 아름다운 모습으로 업무를 해결하려고 한다. 자신의 몸무게부터 시작된 완벽함은 시대의 잣대가 되어버렸다. 그 시대에 맞추기 위해 자신에게 엄격한 기준을 세우게 된다. 결국 러닝과 크로스핏, 헬스를 통해 완벽한 몸을 만들려고 처절한 노력을 하지만, 생각보다 쉽게 바뀌지 않는 몸에 좌절하게 된다. 그렇게 또 스트레스가 쌓여 폭식을 하고, 반복되는 다이어트의 악순환에 빠진다. 음식과의 관계가 무너지고 만다. 좋아하다가도 혐오의 대상이 되어, 결국 굶주릴 때 이상한 쾌감을 느끼기도 한다. 변기에 음식을 토해내고 강제로 식욕을 억제하기도 한다. 결국 안드로이드처럼 되기를 바라는 것 같다. 가슴은 비약적으로 크지만 허리 둘레는 눈에 띄게 얇기를 바라며, 동시에 운동으로 다져진 강한 힘도 원한다. 그런 완벽함을 위해 여러 약물도 시도한다. 어떻게든 음식과의 관계를 망쳐 놓기 위해서다. 그러면 조금이라도 내가 원하는 몸무게인 40kg대에 도달할 것 같아 행복감에 사로잡힌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얼굴이 망가지기도 한다. 예쁘고 고급져 보였던 얼굴은 푸석푸석해지고, 물도 제대로 마시지 않아 몸에 이상 신호가 온다. 영양제를 챙겨 먹어야 하지만, 그렇게까지 신경 쓸 겨를이 없는 사람이 많다. 자신이 거울을 볼 때 확신할 수 있는 것은 오직 이 뱃살만 없어진다면 비키니를 입어도 신경 쓰이지 않을 거라는 사실뿐이다. 게으름과 부의 상징인 이 뱃살이 내게서 벗어난다면 얼마나 좋을까?
완벽해지기 위해 결국 손대지 말아야 할 식욕 감퇴 약물을 사용하고 음식을 먹지 않기로 한다. 그렇게 완벽하게 식단을 유지하며 건강해지기 위한 한 발자국을 내디딘 듯한 기분이 든다. 더 이상 내가 나에게 잡아먹히지 않기 위한 최후의 수단이라며 이를 악문다. 결국 자신의 끝까지 달려 다이어트를 해낸다. 그런데 그것이 진정으로 옳은 일일까 싶기도 하다.
결국 완벽함을 쫓다가 내 자신이 완벽하지 않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그러고는 다시 쿠키를 집어 들어 한 입 베어 문다. 달콤하고 바삭한 초콜릿이 입안에 감돌며 신비로운 경험을 느낀다. 그리고 다시 일어서서 뱉는다. 그렇게 거식증에 걸리고 만다. 거식증과 폭식증을 동시에 끌어안으며 완벽함을 추구하는 삶이 계속된다. 아닌 것을 알고 있음에도 뇌에서 보내는 신호들을 모두 망각한다. 그리고 다시 운동을 하러 운동짐을 챙겨 나간다.
바깥 공기는 알싸하게 추워서 따뜻하게 입고 나간다. 그곳에서 얻어가는 나뭇잎이 떨어진 정기가 완벽한 나를 알아차린다. 그렇게 떨어지는 낙엽 사이를 걷다 보면 운동센터에 도착하게 되고, 결국 혹독한 훈련으로 몸을 가꿔본다. 가볍게 몸을 풀다가 문득 깨닫는 것은, 몸이 굳어 있던 이유가 단 하나라는 점이다. 하루 종일 먹지 않아 소화기관이 움직이지 않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무게를 들기 위해 나의 한계에 도전한다. 할 수 있는 무게를 하나둘씩 들어 올리다 보면 다른 사람들보다 훨씬 못하고 있음을 자각하고 슬퍼한다. 임계점에 다다라 이를 악물고 한 번 더 도전해 보지만, 이상하게도 나는 나아가지 못한다. 로잉 머신에서도 그렇고, 버피 뛰기에서도 그렇다. 그래서 나는 내 안에서의 완벽을 추구하지만, 타인에게는 민폐이자 배려 없는 사람으로 낙인찍힌다. 그래서 운동이 더 이상 즐겁지 않다. 사람들 사이에서 뒤처지고, 창피함만 가득하다.
집에 땀에 젖은 채 나서는데, 이번에는 낙엽들이 나를 반겨주지 않는다. 떨어진 죽은 낙엽들을 밟다가 넘어질 듯한 미끄러움이 느껴진다. 낙엽의 씨앗들이 말라서 진흙색으로 변해버렸다. 나의 얼굴도 흙색, 바닥도 흙색이다. 대칭적이며 수미상관적이다. 이제 가엾게도 얇아진 빼빼로 같은 다리로 집을 향해 걸어본다. 터벅터벅, 터벅, 터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