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눔이 우리에게 주는 가치
나눔과 베풂은 우리가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 나가기 위한 중요한 과정이며, 개인의 삶도 더욱 풍요롭게 만들어 준다고 생각합니다. 물질적인 것뿐만 아니라 개인의 시간, 지식, 경험, 여러 감정을 나누는 것입니다. 이 글은 한 학생의 이야기를 통해 나눔과 베풂의 참된 의미를 되새기고, 서로에게 공감하고 위로하는 삶이 얼마나 소중한지를 전하고자 합니다.
예전에 서울시에서는 가정 형편이 어려운 고등학생들에게 등록금을 지원하기 위해 하이서울 장학금을 제공했습니다. 많은 학생이 등록금 문제를 해결하는 데 도움을 받았지만, 어느 해부터는 지원받은 학생들이 나중에 다른 사람을 위해 도움을 주겠다는 서약서를 작성하도록 요구했습니다. 이는 선순환의 취지를 담은 것으로 교사들은 학생들에게 나눔과 베풂의 중요성을 교육하고자 했습니다.
그러나 모든 학생이 이를 쉽게 받아들이는 것은 아니었습니다. 대부분의 학생은 취지에 공감했지만, 한 학생은 서약서 작성에 강한 거부감을 보였습니다.
그 학생은 한 부모 가정에서 자취하며 어려운 환경 속에서도 우수한 성적을 유지했지만, 마음속에는 부정적인 생각과 불만이 가득했습니다. 친구들과의 관계도 원만하지 않았습니다. "내가 가정 형편이 어려우면 사회가 나를 위해 당연히 도움을 주는 것이 맞지 않나요? 왜 내가 그 돈을 다시 토해내야 하죠?" 그의 말에는 분노와 불만, 그리고 깊은 상처가 담겨 있었습니다. 그는 도움을 받는 것이 마땅하다고 생각했지만, 그 뒤에는 '두려움'과 '걱정'이 자리 잡고 있었습니다. 미래에 자신이 이 약속을 지킬 수 있을지에 대한 불안함이 그의 마음을 무겁게 하고 있던 것입니다.
이 학생의 이야기를 듣는 것은 쉽지 않았습니다. 중요한 것은 그 학생이 말하기 시작했다는 점입니다. 말이라도 하기 시작하면 경청과 따뜻한 시선을 통해 공감을 전할 수 있습니다.
"아, 네가 그 돈을 갚지 못할까 봐 걱정되는구나."
그 학생의 말을 부정하거나 설득하려 하지 않고, 그저 그의 생각을 따라가며 공감하는 것이 필요했습니다. 억지로 설득하려는 말은 오히려 마음의 문을 닫게 만들었을 것입니다. 학생은 결국 마음속 깊은 이야기를 꺼내기 시작했습니다. 서울에도 일할 곳이 많은데 왜 엄마는 지방에서 일하는지, 동생과 함께 살아야 하는 고단함, 냉장고에 먹을 것이 하나도 없는 현실, 그리고 담임선생님과 사회복지사조차 자신에게 관심을 두지 않는다는 서운함. 장학금 서약서보다도 더 무겁고 힘든 중학교 때부터 혼자 감내해야 하는 그의 삶의 이야기였습니다.
학생은 결국 이렇게 말했습니다.
"나중에 나도 잘살아서 나 같이 힘든 아이들을 많이 도와줄 거예요."
그 말은 단순한 다짐이 아니었습니다. 자신도 언젠가는 어려운 시절을 딛고 일어서, 누군가에게 따뜻한 손길을 내밀고 싶은 간절한 바람이 담긴 말이었습니다. 나눔은 단순히 금전적인 지원만을 의미하지 않습니다. 힘든 사람에게 귀 기울여 주는 것, 함께 시간을 보내며 위로하는 것, 자신이 가진 지식을 공유하는 것 또한 소중한 나눔입니다. 이러한 나눔은 개인의 삶을 더욱 풍요롭게 만들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드는 데 기여할 것입니다.
얼마 후 학생의 가정에도 변화가 찾아왔습니다. 오랫동안 떨어져 지내던 어머니가 다시 자녀들과 함께 살기로 결심한 것입니다. 물론 함께 지내는 과정에서 갈등도 있었지만, 이는 서로에게 정이 들고 마음의 벽을 허무는 과정이었습니다. 고등학교를 졸업할 즈음, 예민했던 학생은 정신적인 어려움을 겪었고, 치료를 받기도 했습니다. 경찰이 개입하는 일도 있었지만, 결국 자신이 원하는 대학에 진학했다는 소식을 학교를 이동 후 전해 들었습니다. 수많은 우여곡절 속에서도 끝내 포기하지 않았던 이유는 어머니와 함께하며 느낀 가족의 소중함과 책임감 때문이었을 것입니다.
그 당시 이 학생의 이야기는 우리에게 교훈을 주었습니다. 나눔은 단순히 누군가를 돕는 행위가 아니라 자신이 성장하고, 더 나은 사회를 만들어가는 과정일 것입니다. 우리가 받은 것을 다시 나누는 것은 도덕적 의무를 넘어, 서로의 삶을 풍요롭게 만드는 방법일 것입니다. 바쁜 일상 속에서도 누군가에게 시간을 내어주는 것, 자신의 경험을 공유하는 것, 그리고 힘들어하는 사람의 이야기에 귀 기울이는 것. 이 모든 것이 바로 나눔과 베풂의 진정한 형태일 것입니다.
"언제라도 말하고 싶을 때 또 오렴!" 언제나 나를 만나고 나가는 학생의 뒷모습을 대고 나갈 때 해 준 말입니다. 곁에 누군가가 함께 있다는 마음을 전해 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이제 30대 후반이 되었을 그 학생이 어디선가 마음을 나누고 베푸는 사람이 되어 있기를 바랍니다. 그렇게 살아가는 것만이 자산의 행복과 성장을 가져다줄 것이라 믿습니다. 함께 더불어 살아가는 사는 맛일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