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의 삶은 나의 삶(부모와 자녀)
부모님의 삶은 부모님의 삶, 자녀의 삶은 자녀의 것이다.
양귀자 작가님의 『모순』에서 나오는 문장 한 구절이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것이고,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것이다." 이 문장을 읽는 순간, 예전에 학교에서 만났던 아이들이 떠올랐다.
부모의 언어폭력과 신체 폭력으로 인해 힘들어하며 삶을 포기하듯 방황하는 아이, 무기력에 빠져 아무 말도 하지 않는 아이, 작은 일에도 과민하게 반응하는 아이, 부모의 이혼 과정에서 깊은 상처를 안고 살아가는 아이 등 다양한 사연이 있었지만, 한 가지 분명한 사실은 가정의 문제는 고스란히 자녀에게 상처로 남는다. 나는 상담할 때, 자녀가 부모의 문제로부터 분리될 수 있도록 돕는다. 특히 고등학생 정도 되면 부모의 불화에 휘말려 자신의 삶을 자포자기해서는 안 되기 때문이다.
너는 소중한 존재다.
처음에는 받아들이기를 거부하는 아이들도 있다. 부모로부터 소중한 존재로 취급받지 않았기 때문이다. 하지만 그들의 이야기를 온전히 들어주고, 공감하며 진심으로 소통하다 보면 결국 아픈 속내를 털어놓고 눈물을 쏟기도 한다.
상담 과정에서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지면서 학생의 반응을 살핀다. 현재 학생이 느끼는 감정을 알기 위함이다.
- 지금 너를 가장 힘들게 하는 것은 무엇이니?
- 부모가 문제가 있다면, 네가 해결해 줄 수 있는 것은 어떤 것이 있을까?
- 네가 자고 일어나면 가정의 분위기가 어떤 모습으로 바뀌어 있으면 좋겠니?
- 지금의 행동(우울, 분노, 폭력, 결석) 등이 네가 진짜 원하는 것일까?
대부분 자식이 부모의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 것은 거의 없다. 그렇기 때문에 자식은 이기적으로라도 자신을 돌보며 살아야 한다. 부모의 일은 부모가 해결해야 하고, 자식은 자신의 삶을 살아내야 한다. 물론 신변 보호가 필요하다면 다른 방법을 찾아서 보호받아야 하지만, 그렇지 않다면 부모의 문제로 인해 자신 탓으로 생각하고 좌절하거나 우울해하고 불안해하지 않기를 바란다.
때로는 자기 자신을 보호하는 이기적인 태도를 가질 필요도 있다. 부모 불화를 회피하는 것이 오히려 학생이 고통하며 불안해하는 삶에서 벗어나 자신이 살기 위한 삶으로 가는데 한걸음 나갈 수 있다. "부모도 결국 타인이다. 너 자신을 먼저 보호해라. 내가 아닌 모든 사람은 어차피 타인이다."라고 얘기해 준다. 부모. 형제도 모두 각자의 삶이 있다. 우선 자신을 보호하고 존중하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지금 집에서 당장 탈출하라는 것이 아니다. 심리적으로 조금 분리해 보라는 것이다.
자신만을 생각하고, 행동하며, 책임질 수 있는 나이라고 이기적으로 생각해야 불화 가정에서 살 수 있다. 자신을 보호하고, 행복하게 할 권리 또한 있다. 부모에게 아무 일이 없다는 듯이 보란 듯이 잘 지냈으면 좋겠다. 잘 먹고, 자신이 하고 싶은 일에 최선을 다하며, 치열하게 살았으면 좋겠다.
이런 대화는 고등학생들에게는 효과적일 때도 있지만, 어린 학생일수록 상처 난 마음을 토닥여 주고 어루만지고 보듬어 주는 것은 중요하다.
가장 건강한 가족의 모습은, 부모는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고, 자식도 자신의 삶을 건강하게 살아가는 것이다. 부모는 가정에서 편하게 쉬고 평화롭고 안전하다고 자녀가 느끼게 해야 할 의무가 있다. 자식의 삶에 지나치게 개입하지 말고, 자녀 또한 부모의 삶을 방해하지 않으면 가족 모두가 행복해질 수 있다. 아버지의 삶은 아버지의 삶! 어머니의 삶은 어머니의 삶! 그리고 자녀의 삶은, 귀하고 소중한 자녀의 삶이다. 각자의 삶은 서로 다른 귀한 삶이다.
각자 또는 가족 모두가 서로 존중하고 조화를 이루는 가정! 그런 가정이야말로 진정한 행복을 이루는 건강한 가족일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