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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 년에 한 번, 9월의 세 번째 토요일에는 제주해녀축제가 열린다. 제주시 구좌읍의 해녀박물관을 중심으로, 올해는 9월 20일(토)부터 21일(일)까지였다. 해녀들의 안녕과 풍요를 기원하는 해녀굿과 제주·포항·부산 해녀들의 거리 퍼레이드로 막이 올랐다. 이어서 하도해녀합창단의 식전공연을 시작으로 해녀축제 개막식, 해녀의 날 기념식이 있었고, 고산해녀합창단의 축하공연이 이어졌다. 생애 가장 많은 해녀를 만난 날이었다. 맨날 해녀 타령을 했더니 소원성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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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첫날 잔치에 동참했다. 가파도 해녀도 물론 참가했다. 해녀문화를 널리 전파하는 데 힘쓰겠다는 ‘제주해녀헌장’ 낭독에 가파도 어촌계장이 나섰고, 양영부 씨가 모범해녀표창장을 받았다. 축하사절단으로 물벗들이 같이 자리했다. 제주도에서는 서귀포시 사람 제주시 안 가고, 제주시 사람 서귀포시 안 간다. 너무 멀다고 느끼는 거다. 남쪽 끝 가파도에서 북쪽 끝 구좌읍이라니, 큰 걸음 했다. 밖에 나와서 보니 내 눈엔 가파도 해녀들이 가장 또렷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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축제는 역시 먹거리지. 박물관 마당 장터에서는 보말죽·성게국수·뿔소라구이·뿔소라꼬치구이·해물파전이 각각 7,000원이었다. 난 성게국수와 뿔소라꼬치구이를 먹었다. 대기자가 하도 많아 젓가락질 속도가 절로 빨라졌다. 전국의 해녀들과 그 지인들이 주로 모인 자리였지만, 일반인들로 짐작되는 인파로 장터는 북적였다. 언제부터 우리가 이토록 해녀에 관심이 많았던가. 해녀문화가 유네스코 인류무형문화유산에 등재된 이후부터인가? 이러나저러나 해녀들의 삶이 잊히지 않고 우리 곁에서 활발히 살아 움직이는 건 바람직한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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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녀박물관 1층 로비에선 작가 정혜원의 <섭지 해녀우다!> 사진전이 열리고 있었다. 제주시 성산읍 신양리 해녀들의 물질과 공동체 삶을 기록한 작품들이다. 3층에선 전 현직 해녀들이 참여한 <해녀 바당 작품전>이 열리고 있었다. 이호·하도·신례어촌계 해녀들이 그림·공예·글쓰기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을 만들어 걸어놓았다. 이제 해녀들은 바당에서 물질만 하는 게 아니라 손끝으로 여러 가지 기억을 엮고 감정을 표현하는 방법으로 해녀문화를 알리는 데 힘을 쏟는다. 해녀라는 자긍심이 드러난 결과물들이리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