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옴마, 저 부부 또 오셨네. ‘블루’엔 낚시 고수만 오는 것이 아니라 입문자도 심심찮다. 남편 퇴직 후 취미로 낚시를 시작했다는 부부는 한 주 걸러 가파도를 찾는다. 이렇게 재미있는 걸 왜 이제야 알았는지 모르겠다며. 둘 다 설렘으로 얼굴이 뽀얗다. 남편은 머리에 백발이 내렸고, 아내는 검은 머리다. 검은 머리 파뿌리 되도록 살라고 주례 축사를 들었을 나이인데, 이 둘은 어떤 경로로 백년해로 부부가 되려나. 암튼 문제는 아내가 추위를 엄청 탄다는 거다.
2
‘블루’의 난방과 온수는 나비엔이 맡는다. 조절기는 주인장 거실에 있어 그가 아랫목의 온기와 온수를 하사하신다. 방 다섯 개와 식당을 포함해서. 풍랑주의보가 내려 그가 큰뭍에라도 가버리면 온도조절기는 비로소 내 손 안에 들어온다.
3
방문객 대부분인 상남자들은 하루 이틀 머물고, 난방에 큰 신경을 쓰지 않는다. 주면 주는 대로, 안 주면 안 주는 대로. 문제는 ‘화이트 앤 블랙’ 부부가 겨우내 들락거리며 나의 잠자리가 불편해진 데 있다. 아내는 아침마다 불평을 한다. “추워서 잘 못 잤어요.” 그럼 주인장은 식당에서 나를 붙들고 하소연한다. “정말 미치겠어요, 보일러를 ‘입빠이’ 틀어놔도 춥다니 환장하겠어요.” 주인님, 나는 더워서 환장하겠어요. 그렇게 하소연하면 알았다고는 한다. 중간에 낀 자의 난처한 표정을 지으며.
4
난방은 점점 강해진다. 난 점점 쪄지는 것 같다. 초저녁부터 찜질방처럼 후끈해 창문, 욕실 문을 열고, 그래도 모자라 출입문을 활짝 열어젖힌다. 잠자리에 드는 게 문제다. 밤 열시, 창문과 욕실 문, 출입문을 닫고 이부자리를 깐다. 방엔 이불이 두 채다. 요 두 개를 깔고, 그래도 뜨거움이 등짝으로 전달돼 요를 하나 더 달라 해서 세 개를 깐다. 두께가 생겨 꼭 방바닥에서 둥둥 떠 있는 것 같다.
5
그래도 덥다. 자정쯤이면 열기가 고조되어 잠이 깬다. 감기가 든대도 할 수 없다. 창문과 욕실 문을 다시 열고 잠을 청한다. 새벽이 되면 기온이 내려가 문을 닫는다. 이렇듯 밤마다 열과의 전쟁을 치른다. 에효.
6
겨울엔 이랬다. 이제 남은 계절의 내 잠자리가 궁금하다. 불편해서 정말 못살겠느냐고? 아니다. 앞으로 맞을 봄, 여름, 가을의 가파도가 기대되기에 요까짓 건 암시랑토 않다. 암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