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일 그렇듯이 온라인 수업이 시작될 시간이 다가왔다. 나는 늘 그렇듯 책상에 앉아 노트북을 켜고, 카메라를 조정했다. 화면에는 익숙한 학생들의 얼굴이 하나둘 나타났고, 나는 반갑게 인사를 건넸다.
"안녕하세요, 오늘도 잘 지냈어요?"
학생들이 각자의 공간에서 고개를 끄덕이며 인사했다.
리우는 여전히 성실한 태도로 노트를 펼쳤고, 메이는 장난기 어린 눈빛으로 화면을 바라봤다. 위안과 샤오밍도 조용히 수업을 들을 준비를 하고 있었다. 나는 밝은 표정으로 수업을 시작했다.
"오늘은 조금 더 자연스러운 한국어 표현을 연습해 볼 거예요. 실생활에서 자주 쓰이는 표현들을 배워볼까요?"
학생들이 집중하는 사이, 옆에 앉아 있는 씨씨의 얼굴이 문득 눈에 들어왔다. 평소와 다르게 어딘가 신경이 곤두선 듯했다.
처음에는 그냥 피곤한가 싶었지만, 시간이 지날수록 그녀의 표정이 미묘하게 변하고 있었다.
나는 잠시 화면에서 시선을 돌려 씨씨를 바라봤다. 그녀는 무언가 말하려는 듯 입술을 달싹이면서도 결국 아무 말도 하지 않았다.
그 순간, 메이가 질문을 던졌다.
"선생님, ‘그냥 그런 날’이라는 표현이 무슨 뜻이에요?"
나는 다시 정신을 차리고 화면을 바라봤다.
"음, 특별한 이유 없이 기분이 좀 가라앉거나, 뭔가 찜찜한 느낌이 드는 날을 말할 때 써요. 예를 들면 ‘오늘 그냥 그런 날이야’라고 하면, 뭔가 속이 답답하거나 별다른 이유 없이 기운이 없는 날을 뜻하죠."
설명을 마친 후 다시 씨씨를 힐끔 봤다. 그녀는 여전히 말할 듯 말 듯한 얼굴로 내 손끝을 바라보고 있었다.
"씨씨, 괜찮아?"
나는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씨씨는 깜짝 놀란 듯 나를 보더니 애써 미소를 지었다.
"아, 아니야. 그냥…"
그리고는 말끝을 흐렸다.
하지만 나는 뭔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지울 수 없었다.
수업은 계속 진행되었고, 학생들은 활발하게 질문을 주고받았다. 나는 수업에 집중하려 했지만, 옆에 앉은 씨씨의 미묘한 표정 변화가 신경 쓰였다.
수업이 끝나갈 무렵, 메이가 마지막 질문을 했다.
"선생님, 오늘따라 뭔가 분위기가 다른 것 같아요. 무슨 일 있어요?"
나는 순간 당황했지만, 가볍게 웃으며 말했다.
"아니야, 그냥 그런 날인가 봐."
학생들이 웃으며 인사를 나누고 수업이 종료되었다.
나는 노트북을 닫고 옆을 바라봤다.
씨씨는 한참 동안 가만히 앉아 있다가, 마침내 깊은 한숨을 내쉬며 말했다.
"나… 조금 고민이 있어."
그 말과 함께 그녀는 나를 바라봤지만, 끝내 말을 잇지 않았다.
나는 순간 멈춰 섰다.
“무슨 고민인데?”
그러나 씨씨는 고개를 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그리고 조용히 방을 나가버렸다.
나는 자리에 앉아 그대로 멍하니 씨씨가 사라진 문을 바라봤다.
뭔가 이상하다. 하지만 지금은 알 수 없다.
그렇게 애매모호한 기분만 남긴 채, 방 안에는 고요함이 감돌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