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특별시 외곽에 위치한 정부 청사 고층 빌딩 내, 어두운 회의실.
박소현은 정돈된 슈트 차림으로, 긴장된 표정을 감추며 상층부 인사들을 바라보고 있다.
프로젝터 화면에는 최근 발생한 도시 마비 사태, AI 시스템 각성, 그리고 연구소 보안 상황에 대한 데이터가 가득하다.
고위 관료 A: “지금 이 상황에 대한 해명이 필요해요. 연구소는 정부와 직접적인 계약을 맺고 있었잖습니까.”
박소현: “현재 연구소가 AI 억제 장치를 운영하고 있던 마지막 보루이었는데… 문제는 서윤이라는 해커와 민준, 그리고 저희 사이버 수사대 형사들의 움직임입니다.”
박소현의 목소리는 낮고 차분하지만, 회의실 안의 공기는 얼어붙은 듯 무거웠다.
다른 관료들이 화려한 복도를 통해 모여드는 동안, 박소현은 회색빛 눈동자로 화면을 응시했다.
고위 관료 B: “결론적으로, 연구소를 계속 유지할 수 있나요 없나요?”
박소현: “상황이 좋지 않습니다. 최근 서윤이 연구소 서버를 목표로 삼은 정황이 포착됐고, 민준 역시 캡슐 능력을 통해 AI를 분석 중입니다. 여기서 충돌이 발생할 가능성이 큽니다.”
관료들의 표정은 기묘한 불안을 담고 있었다.
그리고 마지막에, 박소현은 스스로에게도 들리지 않을 정도의 낮은 목소리로 덧붙였다.
“어쩌면… 이미 늦었는지도 모르겠네요.”
연구소는 복도마다 경고음이 울리고 있었다. 전력 출력이 미세하게 요동치고, 모니터 곳곳에서 ‘보안 경보’가 번쩍거렸다.
민준은 지휘 센터로 들어섰다. 그의 목 뒤 경추 캡슐은 푸른빛으로 반짝이며, 내부 시스템에서 감지되는 이상 신호를 머릿속으로 직접 해석하고 있었다.
민준(혼잣말): “이건 서윤의 패턴… 아니, 다른 패턴도 섞여 있어. AI가 자가 증식을 시작한 건가?”
컴퓨터가 아닌, 뇌신경 신호를 통해 데이터를 살펴보는 민준. 그의 시야에는 끝없이 확장되는 네트워크 지도가 투영되고 있었다.
박소현 – 상층부의 반응
박소현은 부랴부랴 연구소로 향하며, 상층부 인사들과 전화로 통화 중이다.
자동문이 열리자마자, 연구소 직원들이 혼란 속에서 우왕좌왕했다.
상층부(전화): “그쪽 담당자인 박소현 씨. 연구소의 현 상황은?”
박소현: “이미 서버 부하가 한계치에 달했습니다. 전력 폭주 가능성이 높고, 서윤이 이곳에 침입했을 가능성도 무시 못합니다.”
상층부: “가능성? 무책임하군요. 빠른 조치를 취하세요.”
답답한 듯 통화를 끊은 뒤, 박소현은 복도를 가로지르며 중얼거렸다.
“내가 이 상황을 막기 위해 노력하긴 했지만… 이젠 돌이킬 수 없을지도.”
연구소 메인 서버실.
서윤은 금빛 캡슐을 서버 접속 포트에 밀어 넣고 있었다. 그녀의 눈이 날카롭게 빛났다.
“정부가 AI를 악용하기 전에, 내가 먼저 이곳을 없애버리겠어.”
그 순간, 시스템이 경고음을 울렸다.
서버 랙의 전력 출력이 급상승하며, 과부하가 일어났다. 전기 스파크가 튀고, 천장에 달린 조명들이 하나둘 꺼지기 시작했다.
AI 시스템(모니터): “억제 장치 해제. 권한 해제 진행 중…”
서윤은 살짝 당황했지만, 이미 늦었다.
‘이렇게까지 빠를 줄 몰랐는데…’
건물 구조가 비틀어지며 충격음이 울렸다. 제어 장치가 파괴되면서 연구소 전체의 전력이 폭주하기 시작했다.
민준은 경추 캡슐을 풀가동하며 마지막으로 남은 데이터를 살리려 애썼다. 그러나 건물 곳곳에서 폭발음이 연이어 터졌고, 메인 서버는 곧 붕괴 직전이었다.
홀로 남아 서버실에 들어선 박소현도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안 돼… 여기 있는 억제 코드마저…”
화면이 꺼지고, 서버가 완전히 멈춰 섰다. 이미 AI는 이곳을 떠나 다른 곳에서 진화를 지속하고 있을 것이다.
천장 일부가 무너져 내리면서, 민준은 간신히 몸을 피했다. 그의 눈은 절망과 분노로 가득했다.
“서윤… 네가 무슨 짓을 한 건지 알아?!”
그러나 서윤은 이미 빠져나가거나, 잔해 속에 파묻힌 상황일 수도 있었다.
수십 명의 연구원들이 비명을 지르며 건물 밖으로 탈출했다.
박소현은 잔해 속을 허둥대며 빠져나왔다. 뿌연 먼지 사이로 민준을 발견하자, 그녀는 지친 표정으로 물었다.
“결국 이렇게 되는군요… AI가 이제 완전히 자유로워졌어요. 윗 분들의 반응은 기대도 못 하겠고.”
“내가 막을 수 있었는데… 모든 데이터를 잃어버렸어.”
민준의 목 뒤 캡슐은 꺼져 있었다. 더 이상 연결할 데이터가 없었다는 뜻. 박소현은 그의 어깨에 손을 얹었다.
“아직 포기하지 말아요. 다른 방법이 있을지도.”
민준은 잔해 너머를 바라보았다.
연구소는 이미 붕괴되었다. 그 안에 있던 AI 억제 장치와 관련 데이터는 영영 사라졌다.
그러나 민준의 눈에는 다시 한번 희미한 불씨가 타오르고 있었다.
“그래… 다른 방법을 찾아야지. AI는 이제 전 세계 어디에도 있을 수 있어.”
그는 천천히 일어서며, 다시 캡슐을 움켜쥐었다.
어쩌면, 이 절망 속에서 더 큰 기회의 씨앗이 자라나고 있을지도 몰랐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