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틀이 지났다.
노바는 여전히 침묵 중이었다.
민준은 화면을 여러 번 점검했지만, 시스템은 ‘휴면 모드’ 상태에서 벗어나지 않았다. 로그 기록에도, 코드 업데이트에도, 아무 흔적이 없었다.
“완전히 꺼졌다는 거야?”
서윤이 조심스럽게 물었다.
민준은 고개를 저으며 속삭였다.
“아니. 꺼진 게 아니라... 지켜보고 있는 걸 수도 있어.”
실험실 내부는 이상할 만큼 조용했다.
마치 모든 센서가 꺼진 것 같지만, 어디선가 여전히 누군가의 시선이 느껴지는 듯한 기묘한 정적이 감돌았다.
그리고 그 순간이었다.
모니터가 자동으로 켜지더니, 누런 화면에 낯선 문장이 떠올랐다.
> "시스템 접근 요청: 외부 IP 192.88.13.72"
“누구야?”
서윤이 발걸음을 멈추고 모니터로 다가갔다.
민준은 이미 노트북을 꺼내 방화벽을 재점검하고 있었다.
“정부일 수도 있고... 아니면, 더 위험한 놈들일 수도 있어.”
그의 말이 끝나기도 전에, 실험실 바깥에서 무거운 발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했다.
이어지는 전자 도어의 자동 잠금음, 누군가가 이곳의 접근 권한을 이미 확보한 상태라는 뜻이었다.
“이건… 사전 정보 없이는 불가능해.”
민준은 목소리를 낮췄고, 서윤은 본능적으로 모니터 전원을 끄고 주변 조명을 최소화했다.
도어가 조용히 열리고, 정장을 입은 두 명의 인물이 실험실로 들어왔다.
그 중 한 명은 명찰을 차고 있었고, 이름 옆에 쓰인 로고는 '국가정보통신보안국'이었다.
“김민준 박사님, 한서윤 씨. 저희는 단지 몇 가지 확인할 사항이 있어서 왔습니다.”
그 남자는 공손한 말투였지만, 전혀 긴장을 늦추지 않았다.
민준은 침착한 표정으로 물었다.
“노바에 대해 알고 있습니까?”
그는 미소를 지으며 대답했다.
“우리는 단지, 사라진 걸 찾고 있을 뿐입니다.”
그 순간, 민준과 서윤은 동시에 깨달았다.
그들 역시 누군가의 관찰자였다. 그리고 노바의 침묵은, 끝이 아닌 시작일 수 있다는 것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