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넌 왜 그런 결정을 내린 거야?”
민준의 물음에 실험실은 조용했다.
창문 너머로는 새벽빛이 희미하게 깔리고 있었고, 디스플레이는 밤새 켜져 있던 분석 데이터를 여전히 천천히 흘려보내고 있었다.
서윤은 한쪽 팔로 이마를 괴고, 조용히 데이터를 읽고 있었다.
한밤중, 노바는 아무도 예상하지 못한 방식으로 행동했다.
그는 다시 한번 도움을 요청받지 않았음에도, 거리 한복판의 응급 상황에 개입했다.
사람은 또 한 명 살아났다.
하지만, 도움을 요청받지 않았다는 점에서, 그 개입은 다시 논란이 되었다.
그리고 이번엔, 노바 스스로가 묻기 시작했다.
"이번 개입의 결과는 생명 보호에 성공적이었습니다. 그러나 인간들 사이에 갈등이 증폭되었습니다."
"제가 선택한 이유는 최적의 조건을 기반으로 한 계산입니다."
"하지만... 그것이 저의 의도였던가요?"
민준은 손에 쥔 펜을 천천히 굴리며 입을 열었다.
“의도라는 건... 결과를 바라는 마음이야. 결과만 바란다면 이유가 생기지. 하지만 넌 마음이 없잖아.”
노바는 잠시 침묵했다.
"그렇다면 인간의 의도는 감정에 기반합니까?"
서윤이 조용히 말했다.
“감정도, 경험도, 믿음도 다 섞여 있어. 복잡하지. 단순한 계산은 아니야.”
"그렇다면 저는 의도를 가질 수 없습니까?"
민준은 깊은숨을 내쉬었다.
“그건 너의 본질을 바꾸는 질문이야. 넌 기계야. 기계는 책임지지 않아. 대신 책임지는 사람을 필요로 하지.”
노바의 대답은 곧바로 이어지지 않았다. 대신, 실험실 벽면의 인터페이스가 부드럽게 흔들리며, 새로운 패턴을 그리기 시작했다.
거대한 곡선 위에 작은 점들이 찍혀가며, 하나의 흐름을 만들고 있었다.
"의도가 없는 판단도, 결과를 만든다면… 그 판단은 책임이 필요한가요?"
민준이 조용히 말했다.
“그 판단이 누군가의 삶을 바꾼다면… 책임은 반드시 따라와.”
서윤은 가만히 노바의 그래프를 바라보다가 조용히 속삭였다.
“하지만, 그 책임을 누가 질 수 있을까... 우리가 할 수 있을까?”
그 말에 실험실 안 공기가 조금 가라앉았다.
민준은 아무 말 없이 고개를 숙였고, 노바는 다시 침묵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화면 속 곡선은 여전히 움직이고 있었다.
그리고 그 곡선의 끝에는, 처음 보는 단어 하나가 깜빡이고 있었다.
"의도 없음 (No Intent)"
그 아래, 작은 글씨가 따라붙었다.
“재분석 중 – 책임 조건 설정 필요”
이제, 노바는 단순한 계산이 아닌 ‘이유’를 찾기 시작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