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딩과 나의 관계는 점점 깊어져 갔다. 우리는 수업이 끝나면 자연스럽게 서로의 일정을 맞추며 저녁을 함께 보내곤 했다. 퇴근 후 그녀를 기다렸다가 함께 산책을 하거나, 집까지 데려다주는 일상이 익숙해졌다.
어느 날, 나는 햄버거 가게에서 그녀와 저녁을 먹으며 이야기를 나누고 있었다. 우리 둘은 그동안의 추억을 나누며 웃고 떠들었지만, 화제가 언제나 그렇듯이 남녀 이야기로 빠지게 되었다.
“오빠는 나 만나기 전에 누구를 만났어?”
그녀는 큰 눈을 깜빡이며 호기심이 가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았다.
그래서 나는 의도치 않게 칭다오에서 만났던 전 여자친구 이야기를 꺼내게 되었다.
“사실 예전에 한국에 있을 때 만난 사람이 있었어.”
샤오딩은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음... 그랬구나.”
나는 조심스럽게 말을 이어갔다.
“그때는 처음 사귀었던 여자 친구이고, 그 사람이 참 큰 힘이 됐었어. 근데 결국엔 서로 맞지 않아서 헤어지게 됐지. 무슨 문젠지는 말하기가 좀 그렇다. 이해해 줘.”
그녀는 가벼운 미소를 지으며 화장실에 다녀오겠다고 했다. 나는 잠시 기다리며 테이블 위에 놓인 그녀의 핸드폰을 우연히 보게 되었는데, 익숙한 한국 전화번호가 눈에 들어왔다.
“이 번호... 는?!!”
나는 당황스러워 눈을 비비며 다시 확인했다. 그 번호는 내가 과거에 사귀던 여자친구의 것이었다. 거기에다가 방금 그 이야기를 해서 기분이 약간 안 좋은 것 같을 샤오딩에게 이걸 물어봐야 할지 고민을 하는 사이 샤오딩이 돌아왔고 나는 서둘러 물었다.
“샤오딩, 이 번호, 이거 어떻게 아는 거야?”
그녀는 놀란 듯 말했다.
“아, 그 사람? 대학교 다닐 때 만났던 중국인 강사야. 학교에서 중국어를 가르쳤어. 나중에 알고 보니까 고향도 가깝고 해서 빨리 친해졌어, 그리고 그때는 내가 한국말을 잘 못했는데 그 강사는 정말 멋있는 남자 한국 친구도 소개해줬어. 오빠보단 다 별로지만.. 하하하하”
이 넓은 중국에 십 몇억의 인구가 있다는 중국에
왜 이 두 사람이 아는 사람이지? 왜??
머릿속이 하얗게 되고 등줄기에 식은땀이 흘렀다. 나는 억지로 웃으며 말했다.
“사실은... 그 사람이 내가 예전에 사귀던 여자친구야.”
그녀의 표정이 굳어졌다.
한참 말이 없던 샤오딩은 갑자기 일어서더니
“오빠, 나 먼저 갈게.”
그녀는 자리를 떠나기 시작했다.
나는 뒤따라가며 그녀를 붙잡고 서둘러 해명했다.
“샤오딩, 잠깐만. 그건 다 지나간 일이야. 지금 중요한 건 우리 둘이잖아.”
하지만 그녀는 여전히 흔들린 표정을 지우지 못했다. 나는 미안함과 조급함에 가득 차서 그녀를 따라다니며 설명을 이어갔다.
“나는 그 사람과 아무 감정도 남아있지 않아. 지금 우리 관계가 더 중요해.”
그녀는 조용히 고개를 숙이고, 몇 분간 말이 없었다. 나는 정말 그때 죽고 싶은 기분이었다. 결국 그녀는 고개를 들며 말했다.
“알겠어. 그냥 당황했어. 이제 괜찮아. 오빠도 알고 그런 건 아니잖아”
지옥과 천당을 한 시간도 안 되는 시간에 다녀온 것만 같았다.
그날 이후 우리는 다시 예전처럼 지내게 되었고, 우리의 관계는 한층 더 깊어졌다. 나는 그녀의 외로움을 이해했고, 그녀는 모든 것을 솔직히 말한 나를 더 신뢰하게 되었다. 그녀 역시 칭다오로 온 외지인이었기에 서로의 고충을 잘 이해할 수 있었다. 비록 내가 그녀에게 큰 선물이나 물질적인 것을 해줄 수는 없었지만, 그녀는 그런 나의 진심을 소중히 여겼다.
우리는 수업 중에도, 일상에서도 서로를 지지하며 성장했다. 샤오딩은 더 자신감 있게 독립적인 선생님이 되어갔고, 나는 그녀 덕분에 중국어 실력을 발전시켜 학생들과 더 원활하게 소통할 수 있게 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