온라인 라이브에서 브라질 사람 마리 씨와의 인연은 정말 짧게 스쳐간 인연이었지만, 그 여운은 내게 오래 남았다. 나는 그 인연이 내 삶 속에서 갖는 의미를 되새기며 새로운 일상을 준비해 나갔다.
그 무렵 학교에서는 영어 원어민 교사를 새로 구하게 되었다는 소식을 들었다. 새로 오는 원어민 교사는 시카고에서 온 TJ라는 이름의 미국인이었고, 그는 중국어를 한마디도 할 줄 몰랐다. 학교 측에서 그의 생활에 도움을 주기 위해 나와 같은 숙소를 제공하겠다고 하여, 나는 흔쾌히 그를 돕기로 했다. 내가 외국 생활을 하며 겪었던 낯섦과 외로움을 그가 겪지 않도록 돕고 싶은 마음이 컸다.
그렇게 TJ와의 동거 생활이 시작되었다. 처음 그를 마중 나갔던 칭다오의 리우팅 공항에서, 나는 커다란 가방을 든 긴장한 표정의 마른 체격의 그를 만났다. 그의 이름은 토마스였지만, 모두가 TJ라고 불렀다. 영어 외에는 소통할 수단이 없었기에 우리는 어색한 미소를 지으며 짧은 대화를 나누었고, 나는 그와 함께 숙소로 향했다. TJ는 매우 외향적이면서도 친화력이 뛰어난 사람이었다. 그는 낯선 중국 생활에 조금씩 적응해 나가면서도, 그 특유의 밝은 성격 덕에 금세 주변 사람들과 친해졌다.
처음에는 TJ가 너무 쉽게 사람들과 친해지는 것을 보며 조금은 질투심이 생기기도 했다. 그는 나보다 늦게 왔음에도 불구하고 높은 급여와 자유로운 스케줄을 누리고 있었고, 한국어 선생님인 나보다도 더 많은 혜택을 받고 있는 듯했다. 하지만 나와 TJ는 서로의 처지를 이해하고 받아들이며 조금씩 우정을 쌓아갔다. 나는 TJ에게 중국에서 외국인으로서 살아가는 법, 사람들과의 관계를 풀어가는 방법 등을 알려주었고, TJ는 나에게 미국 사회와 그들의 사고방식에 대해 이야기해 주었다. 그러면서 자연스럽게 서로의 나라와 문화에 대해 알게 되었다.
저녁 시간이 되면 TJ와 나는 간단하게 식사를 준비해 함께 먹고는 했다. TJ는 젓가락질을 전혀 할 줄 몰랐는데, 나는 그에게 젓가락 사용법을 가르치며 어색하게나마 서로 웃음을 나누었다. 그는 미국에서 보던 식사와는 전혀 다른 방식에 익숙해져 가고 있었고, 나는 그를 보며 한국인이 아닌 외국인의 눈으로 중국을 다시 바라보게 되었다. 또한 TJ와 함께 청도의 여러 곳을 다니며 소소한 모험을 즐기기도 했다. 유명한 해수욕장과 박물관은 물론이고, 청도 사람들만 아는 작은 거리와 식당을 찾아다니며 이야기를 나누었다.
TJ와의 시간을 통해 나는 새로운 시각으로 내 삶을 돌아볼 수 있었다. 우리 둘 다 외국인으로서의 고충과 설렘을 공유하고 있었지만, 그가 받은 환대와 혜택을 바라보며 조금씩 내가 지닌 편견과 상실감을 이해하게 되었다. 외국인이라는 이유로 나와 TJ는 특별한 연결고리를 형성했지만, 그 차이 속에서도 공통된 고민과 즐거움을 나눌 수 있었다. 나 또한 TJ에게 영어를 배우며, 그가 가지고 있는 넓은 시야를 조금씩 느끼고 있었고, TJ는 한국인으로서 내가 가진 독특한 문화와 가치관을 통해 새로운 시각을 얻어가고 있었다.
이렇게 TJ와 나는 일상을 함께하며 서로의 삶에 작은 변화를 주고 있었다. 나는 그와의 우정을 통해 청도에서의 나의 생활에 조금 더 안정감을 느꼈고, 외국인 친구와의 교류가 얼마나 삶을 풍요롭게 만들 수 있는지 깨달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