샤오딩이 떠난 후, 나는 마음속 깊이 공허함을 느꼈다. 수업 시간에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들려와도, 내겐 그것이 먼 소음처럼 들렸다. 샤오딩이 항상 내 옆에서 웃으며 수업을 도와주던 그 시간이 떠올랐다. 그래서 나는 그 공백을 메우기 위해 더 열심히 학생들과의 수업에 몰두하기로 결심했다.
어느 날, 수업 후 학생들에게 물었다.
“너희들, 문법 수업이 재미없지 않니?”
학생들은 잠시 머뭇거리더니 솔직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이쌤, 솔직히 말하면 조금 지루해요. 새로운 방법이 있으면 좋겠어요.”
그 말을 듣고, 나는 아이디어를 떠올렸다.
“좋아. 이번에는 우리가 직접 연극을 만들어 보는 거 어때? 한국어로 연극을 준비해서 발표하는 거야.”
학생들은 놀란 표정을 지으며 나를 바라봤다.
"연극이요? 저희가 할 수 있을까요?"
한 학생이 눈을 크게 뜨고 물었다.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처음엔 어려울 수 있지만, 우리는 이미 많은 걸 배웠잖아. 이제는 배운 것을 실제로 사용해 보는 시간이야."
학생들의 눈빛이 점점 호기심으로 바뀌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속으로 결심했다.
'그래, 샤오딩이 옆에 없더라도, 나는 이 아이들과 새로운 길을 만들어 갈 수 있어.'
학생들과 함께 우리는 주제를 정하고, 캐릭터를 나누며 대본을 써 내려갔다. 연극의 주제는 한국에서의 일상생활이었다.
한국 가정의 일상생활을 주제로 연극을 준비한 이유는 학생들에게 한국 문화를 자연스럽게 체험할 수 있는 기회를 주기 위해서였다. 학생들은 가족 간의 대화에서 사용하는 표현들을 익히며, 언어뿐 아니라 문화도 함께 배웠다.
학생들은 자신이 맡은 역할을 열심히 연습하며 점점 한국어에 자신감을 가지기 시작했다. 실수도 많았지만, 우리는 함께 웃으며 고쳐 나갔다.
연습 중, 한 학생이 소리쳤다.
"이 대사 너무 길어서 외울 수 없어요!"
다른 학생들도 동의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나는 잠시 고민하다가 말했다.
"그럼 우리 함께 대사를 줄여보자. 중요한 메시지만 남기고, 나머지는 우리가 느끼는 감정으로 채우면 돼."
학생들은 내 제안을 받아들였고, 우리는 함께 대사를 수정하며 즐거운 시간을 보냈다.
드디어 발표 날이 다가왔다. 학생들은 긴장된 표정으로 준비하고 있었다. 나는 그들을 격려하며 말했다.
“너희들, 여기까지 잘 해왔어. 지금부터는 즐기기만 하면 돼. 틀려도 괜찮아. 중요한 건 우리가 함께 이 연극을 준비했다는 거니까.”
책상을 모두 뒤로 물리고 칠판을 벽으로 두고 서있던 학생들은 처음엔 떨리는 듯했지만, 곧 서로를 바라보며 연기에 몰입하기 시작했다. 책상에 앉아 있던 다른 반 학생들의 웃음과 박수가 끊이지 않았고, 학생들은 자신감 넘치는 표정으로 연기를 이어갔다.
연극이 끝난 후, 한 학생이 나에게
“이쌤, 오늘 연극 정말 재미있었어요. 이제 한국어 공부가 훨씬 재미있어졌어요.”
나는 학생들의 말에 깊은 감동을 느꼈다.
“그래, 너희들이 잘해줘서 정말 고마워. 오늘의 경험이 너희들에게 큰 도움이 되었길 바란다.”
다시 한번 학생들은 서로를 안아주며 기쁨의 눈물을 흘렸다. 나는 무대 뒤에서 그 모습을 바라보며 묵묵히 한숨을 내쉬었다.
'샤오딩, 너 없이도 우리는 잘 해냈어.'
마음속에서 작은 위로가 흘러나왔고, 나는 그제야 조금씩 치유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다.
-당시 연극-
연극 제목: "엄마의 저녁 준비"
등장인물:
아버지: 회사에서 퇴근하고 집에 온, 피곤한 상태.
어머니: 저녁 식사를 준비하는 중.
딸: 요즘 다이어트를 하는 중.
아들: 학원에서 돌아온 학생, 항상 배가 고프다.
장소:
가정의 식탁 (식탁 위에 다양한 반찬과 국이 놓여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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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본 시작]
(어머니가 부엌에서 국을 끓이고 있다. 아들은 배고픈 표정으로 식탁 앞에 앉아 있다.)
아들: 엄마, 저녁 준비 다 됐어요? 배고파 죽겠어요!
어머니: (웃으며) 조금만 기다려, 곧 다 돼. 아빠도 곧 들어오실 거야.
(아버지가 퇴근하고 집에 들어온다.)
아버지: 오~ 냄새 좋은데? 오늘은 뭐 먹는 거야?
어머니: 된장찌개랑 불고기 준비했어. 아빠 좋아하시잖아.
아버지: (기뻐하며) 역시 우리 집 된장찌개가 최고지. (자리 잡고 앉음) 근데 딸은 어디 갔어?
(딸이 방에서 나오며 등장)
딸: (조용히 앉으며) 저 여기 있어요. 근데 저 오늘 저녁 안 먹을래요.
아들: (놀란 표정) 뭐? 누나가 밥을 안 먹는다고? 말도 안 돼!
딸: (한숨 쉬며) 나 다이어트 중이잖아. 내일 체중 검사 있어.
어머니: (걱정스러운 표정으로) 그래도 조금이라도 먹어야지. 된장찌개에 야채 많이 넣었으니까 건강에도 좋아.
아버지: (딸에게) 그래, 너도 다이어트 중요하지만 건강이 더 중요해. 적당히 먹고 운동도 해야지.
딸: (살짝 고민하며) 그럼, 된장찌개 국물만 조금 먹을게요.
아들: (농담하며) 누나, 그럼 국물에 밥만 말아서 먹으면 되겠네!
(모두 웃음)
어머니: 자, 모두 손 씻고 와서 밥 먹자. 오늘은 가족끼리 오랜만에 다 같이 먹으니까 즐겁게 먹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