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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 함께 흔들려보자.

에필로그

by 솜사탕

엄마는 글 쓰는 것을 좋아하는 소녀였어. 하지만 글 쓰는 사람은 배가 고프다는 말에 이 길을 걸을 용기가 없었단다. 그렇게 글과는 전혀 다른 길을 한참 걷다가, 결국 너를 낳고 주부가 된 지금에야 이 길을 걷기 시작했네. 결국 사람은 돌고 돌아 자신이 원하는 것을 하게 된다는 것을 몸소 깨달았지. 그렇더라도 네가 아니었으면 이렇게 꾸준히 글을 쓰고 그림을 그리진 못했을 거야. 엄마는 그동안 흥미가 떨어지면 하던 것을 곧잘 그만 두곤 했거든. 네가 나를 한 권의 책을 완성하게 된 지금 이 순간으로 이끌어준 거야. 그리고 그 덕분에 엄마는 작가의 꿈을 이루고 있어. 누가 뭐래도 지금 글을 쓰는 사람이 곧 작가인 것이니까.


그리고 너의 예민한 기질을 엄마가 물려준 것 같아, 너에게 늘 미안했어. 힘들어했던 나의 어린 시절이 너에게서 그대로 보여 더더욱 괴로웠지. 하지만 기질은 네가 이미 가지고 태어난 것이기에 어쩔 도리가 없었어. 그래서 대신 너에게 해줄 수 있는 것을 생각해 보았지. 그것은 바로 예민함을 잘 다룰 수 있는 방법을 전수해 주는 것이었단다. 그래서 너에게 가르쳐 주기 위해 마음을 다루는 방법을 열심히 공부했어. 불교 수업을 듣기도 하고, 감정을 다룰 수 있는 무수히 많은 책과 영상을 보고 들었단다.


그래서 이제는 마음이 흔들리지 않냐고? 아니, 그렇지는 않아. 다만 마음이 빠르게 평온해지는 지름길을 알았을 뿐, 조금 더 미안하다는 말을 잘하게 되었을 뿐, 조금 더 나를 지키려 용기를 내게 되었을 뿐이지. 하지만 그것이 굉장히 중요하다는 것을 엄마는 이제 알아. 왜냐하면 마음이 흔들리지 않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는 것을 알게 되었거든. 그래서 흔들리는 것이 너무나 자연스럽다는 것을 깨달았거든.


이 책은 너를 위해 만들어졌어. 하지만 이 세상에 너와 같이 예민한 마음을 가진 사람들이 무척 많다는 것을 글을 쓰며 알게 되었단다. 그러니 우리, 다 함께 흔들려보자. 나만 그렇지 않다는 사실은 우리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힘이 되어줄 테니까. 그 안에 엄마도 늘 함께 할 테니까. 그렇게 마음이 조금 더 편안한, 그러나 조금 더 행복한, 그런 삶을 살아보자.


마음이 불편할 때면 이 책을 언제든 다시 펼쳐보렴. 그러면 책 안에 녹아있는 엄마가 너의 마음을 어루만져줄 거야.


이 책이 끝이냐고? 아직 엄마는 너에게 남겨줄 마음들이 너무도 많기에 앞으로도 글을 계속 써 내려갈 거란다. 언제까지인지는 나 자신도 모르겠지만 말이야. 네가 지켜봐 주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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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요일 연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