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꿈에 나와줘서 고마워

나도 오빠에게 늘 고마움 갖고 살께

by 연두부

오빠!

오늘은 오빠가 꿈에 나왔어


"연경아~ 나 잘지내고 있어"

하는 다른 유가족들이 꾸는 꿈처럼 평온한 꿈은 아니었지만


우리는 다시 호스피스 병원이었고

오빠가 날 안아주며 고맙다고 계속 얘기해주는 꿈이었어


잠에서 깼는데 얼마나 멍한지...

나 사실 오빠랑 인사 못한게 마음에 계속 걸렸었거든


호스피스 다른 임종 영상들을 보며

잘 지내라, 고마웠다 이런 대화를 하는 영상을 많이 봤는데

오빠는 말을 못한지가 꽤 됐다보니까

나랑 대화를 나누지는 못했다는게 가슴에 많이 남더라고


계속 속상하고 너무하다고 생각했었는데

다시 생각해보면 오빠는 다른 분들보다 더 이악물고 버티느라

말도 못할때까지 버틴거라는 생각이 들더라고

나도 다 알면서 자꾸 너무하다고 말하게 돼


그래도 오빠가 가기 하루 전에,

평소처럼 쿨쿨 잠만 자지 않고 내 손을 종일 만져줬었잖아


오빠가 나를 위로하는 손길로 쓰다듬어준 그 손길...

영상 찍어 놓길 너무 잘한 것 같아


그 영상이 나에게 조금은 위로가 돼

오빤 내 걱정이 많았으니 잘지내보자 하는 생각도 들고

오빠가 보고 싶을 때면 영상을 봐


아 맞다! 나 저번주에 납골당 꾸민건 봤어?

온 가족이 오빠 납골당 예쁘게 꾸미려고 노력했어

요즘은 납골당에 음식 미니어처를 놓는데

가성비, 효율 중시하던 오빠가

옆에서 "이런걸 왜 사!" 라고 할 것 같아서

미니어처는 안하고 사진만 넣으려 했었는데

새해에 떡국 같이 못먹은게 너무 걸려서

결국 나도 미니어처를 해버렸지 뭐야

혼내줄거면 꿈에 나와서 혼내주던가~

그래도 오빠가 좋아하는 소주, 막걸리, 돈 미니어처도 넣었어


난 오빠 납골당 꾸밀 생각에 안울었었는데

엄마랑 아빠가 갑자기 우는거 있지?

그래서 결국 나도 울어버렸어

엄마 아빠가 오빠 때문에 얼마나 우는지 참

오빠는 그래도 사랑 받는 사위였어

그치?

납골당에 하길 정말 잘 한 것 같아

추워도 자주 갈 수 있고

사진도 넣으며 추억할 수 있으니 좋더라고


납골당에 오빠 이름이 생긴지도 2주가 됐어

난 참 2주라는 시간이 다른 때보다 훨씬 길었던 것 같아

지금도 오빠가 간지 꽤 많은 시간이 흐른 기분이 들거든

나에게는 오빠의 빈자리가 너무 큰가봐

오빠는 내 빈자리가 얼마나 클려나...

빈자리 못느끼고 행복하게 지내면 좋겠다.

나 진짜 하나도 안섭섭해할테니까 잘 지내줘


나는 내 일상을 오빠한테 얘기 못할 때가 가장 씁쓸해

그래서 오빠한테 전하고 싶은 내 근황을 계속 글에 담을거야!


우선! 이번주 소식:)

나 이번주 목요일에 복직을 하기로 했어

다들 너무 빠르다고 놀라는데

언젠가 해야한다면 우선 해보려고...

내가 쉰다고 회복되거나 괜찮아지지가 않아서...!


지금 생각해보니

오빠는 오빠가 아팠을 때도

내가 휴직한 것에 대해 무척이나 놀라고 걱정했었는데

막상 나랑 지내보니 너무 좋다고

복직말고 퇴사하라고 했었잖아

지금도 나 복직하는거 반대하고 있지?

고생했는데 좀 쉬라고 말하고 있을 것 같아


그래도 나 예전처럼 무리하지 않고 건강챙기면서 천천히 해볼게

그러니까 내 걱정 너무 많이 하지말고 지금 응원해주듯 나 계속 응원해줘


오빠에게 이런 나의 일상들을 쪼르르 달려가서 말 못해서 너무 허전하고 보고 싶어

오빠의 그 인자한 미소 보고 싶다.

앞으로 이렇게 지내야한다는 사실이 나를 조금 힘들게 해

그렇지만 오빠가 나를 지켜보고 있는데

대답만 없다고 생각하면서 버텨내볼거야


너무 먼 미래에 대한 걱정 말고 하루 하루 살아가볼게

그러니까 오빠도 꼭 잘 지내고 있어!


너무 너무 사랑해


keyword
이전 05화오빠도 새해 복 많이받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