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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강선 Nov 15. 2024

16. 공무원은 무엇으로 사는가?(3)

일단 현재 내 마음의 상태를 엄밀히 진단해 볼 필요가 있다.


현재의 내 생활에 만족하는지? 뭐가 불만인지? 그 불만이 해결할 수 없는 불만인지? 내가 하는 일이 즐거운지? 나아가 의미나 보람은 있다고 생각하는지? 이 조직에서 미래는 있다고 생각하는지?     


만약에 이런 자문에서 아무리 생각해도 희망적인 게 보이지 않는다면, 정말 그때는 과감히 인생의 진로를 바꿔야 한다. 불평불만을  가지면서 미래에 대한 희망도 없다면 그건 인생을 망치고 있는 것이다. 시간 낭비다. 또한 마음의 병을 얻는 것이다. 물론 나 자신 뿐 아니라, 주변 사람들이나 조직에도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     


특히 월급 문제, 경제적인 문제가 가장 클 텐데 어느 정도 연차가 쌓이고 승진할 때까지는 별로 나아지지 않는다. 현재도 불만이 크다면 같은 불만이 쉽게 나아지지 않는다. 과감하게 그만두고 하고 싶은 다른 일, 돈 되는 일을 해야 한다. 어려운 경쟁을 뚫고 공무원으로 입직 하였으니, 마음을 굳게 먹는다면 다른 어떤 일을 못하랴? 다만 한가지, 공직을 떠나 사회에 입문한다면, 사회 역시 그리 녹록하지 않다는 것은 알고 가야 한다. 기본적으로 사회는 정글이다.     


만약 그대가 과감하게 그만둘 수 없다면, 월급 올려달라고 머리띠를 두르고 데모할 것인가? 그것도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대신  우리의 친구들인 공무원 노동조합이 열심히 뛰고 있지 않은가? 그들에게 맡겨야 한다.     


자 그렇다면, 여기까지 양보한 나는 정작 어떻게 살아야 하나?       


스스로 마음의 안정과 평화를 얻는 게 필요하고 중요하다. 나는 이번 생에서는 돈과는 인연이 없다고 포기하자. 적게 먹고 적게 싼다고 위안하자. 달리 길이 없다. 여기서까지도 포기나 위안이 어려우면 앞서 이야기 한 대로 지금이라도 늦지 않았으니 결단을 내려야 한다.      


참고 참고 해서 여기까지 왔으면, 이제 다시 생각을 찬찬히 정리해보자.

무작정 그냥 참고 인내하고 아무 생각없이 다닐 것인가?


그렇지 않다. , 월급, 연봉 대신 다른 걸 가져보자.     


우선 인생 선배로서 그리고 세상을 좀 더 많이 접해본 사람으로서 가장 중요한 게 이거라고 이야기해 주고 싶다. 사실 우리는 살면서 피부로 잘 느끼지 못한다. 공무원은 어떤 위치에서건, 직급이 높건 낮건 으로 살지, 로 살아가지 않는다는 것이다.      


세상의 모든 직업은 갑과 을로 나뉜다. 경제생활을 영위하기 위해 소위 남의 힘을 빌리거나, 남에게 의존해야 하거나, 남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한다면 이다. 그렇지 않다면 이다. 공무원은 매일 출근하면서 오늘은 또 누구에게 무슨 부탁을 해야 하나를 고민하지 않는다. 물론 일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다른 사람과 협조해야 하는 경우는 있지만, 우리가 돈을 벌기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은 아니다.      


따라서 공무원은 갑이고, 먹고 살기 위해 매일 매일 남에게 조아리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된다. 이 자체가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 우리는 평소에는 모른다. 을의 입장이 되어보지 않고는 평생을 모를 수도 있다. 만약에 당신이 오늘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은 누구에게 가서 부탁을 해야 하고, 누구에게 아쉬운 소리를 해야 하는 스케줄로 꽉 차 있다고 생각해 보라. 끔찍할 것이다. 그렇다고 갑질하라는 얘기는 절대 아니다.       


그 다음은 내가 무슨 일을 좋아하는가를 생각해 보는 것이다.      


나는 나를 위한 뭔가를 할 때 더 즐거운지, 아니면 다른 사람을 위해 일을 할 때 더 즐겁고 보람을 느끼는지? 물론 우리는 모두가 이타적인 사람은 아니다. 결국 내가 즐겁고 행복하기 위해 사는 것이니. 하지만 그 과정에서 내 것만을 추구하는지 아니면 다른 사람들과 공존하는 것을 더 추구하는지를 명확히 하는 게 중요하다.     


사람들은 대부분 자기를 위해, 돈을 벌기 위해 일한다. 하지만 공무원은 결코 나를 위해 일하는 사람들은 아니다. 나를 위해 하는 일은 없다. 기본적으로 우리는 시민, 사회를 위해서 일을 한다. 내가 하는 일은 직·간접적으로 시민의 복지증진, 삶의 질 향상에 도움이 되는 일이다. 나 혼자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 아니므로, 그런 점에서 공적인 일을 수행하는 직업에 대한 자부심과 자긍심을 가져보면 어떨까? 남들은 하고 싶어도 못하는 일이다.      


나아가 우리는 공적인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누구나 큰 일, 뛰어난 일, 가시적인 성과를 내는 일, 시민들이 바로 반응하는 일을 하기는 어렵다. 어느 정도 위치에 있어야 하고 그럴러면 상당한 짬밥도 필요하다. 허나 우리가 현재 위치에서도 진심을 다해 그리고 현장을 잘 이해하고 조그만 것이라도 개선해 나간다면, 결국 시민들에게 그 혜택이 돌아갈 것이고, 그럼으로써 시민들이 미소 짓게 된다면 우리는 일에서 보람을 느낄 수 있다. 내가 사회를 위해 한몫한 것이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결코 맛볼 수 없는 보람이다. 사적인 영역에서는 내가 돈을 많이 벌어야 만이 웃을 수 있다. 나는 지금도 데이케어센터, 국내 배낭여행, 사전컨설팅 등을 만든 보람이 여진처럼 남아있다. 누가 알아주진 않지만, 스스로 쓸모 있는 사람이라고 보듬어 준다.     


그리고 우리 각자 각자가 미래에 대한 희망도 가져보자.     

현실이 그리 녹록치 않은 건 사실이다. 그렇다고 언제까지 해결도 안 되는 불만을 가지고 스스로를 갉아먹으면서 살 것인가? 가수 이효리는 이루어질 수 있는 것만 꿈꾸는 건 아니잖아요라고 말했다.      


우리는 그렇게까지는 아니더라도 이룰 수 있는 꿈을 꾸면서 살 수 있지 않을까? 직급이 어디까지 올라간다 뭐 이런 희망은 각자의 자리에 맞게 누구나 가질 수 있다. 너무 과하지만 않다면 좋은 희망 중의 하나가 될 것이다.      


다른 희망도 가져 보자. 좋은 배우자를 만나서 아이를 낳고 아이를 잘 길러서 사회에 필요한 인재로 키우는 것. 누가 뭐래도 공무원 직업을 가지고 일하면서 내가 할 수 있는 또 다른 일을 취미를 가져보는 것. 때 되면 하루도 어김없이 나오는 월급에서 일정부분을 내가 좋아하는 일에 쓰는 것. 하다못해 매주 복권에 만 원씩 투자해서 억만장자가 되는 꿈.... 공직생활 내에서, 공직생활 바깥에서 내가 꿈 꿀 수 있는 일은 많다. 뭐든 꿈꿔 보자.     


한 가지 다행인 것은 직급과 연차가 낮을 때는 별 차이 없다가, 소위 짬밥이 올라갈수록 월급도 눈에 좀 띄게 올라가기 시작한다. 그렇다고 풍족한 것은 아니다. 그때쯤 되면 개인이든 가정에서든 쓸 일이 더 많아질 테니...      


마지막으로 일상생활에서 즐거움을 가져 보자. 직장생활이 전부가 아니다.     

많은 경비가 들지 않는 취미활동을 찾고, 거기서 나와 비슷한 사람들끼리 즐거움을 나눠보는 것도 우리 인생의 좋은 윤활유다. 비용이 많이 드는 모임과 활동은 당분간 자제하고, 괜히 내가 누군데 폼 잡지 말고, 어디가든 자기가 감당할 부분만큼만 소비하는 버릇을 가져보자. 친구들 만나도 주눅 들지 말고, 떳떳하게 N분의 1로 계산해서 스스럼없이 교우관계를 지속하는 것도 좋다.      


가끔씩은 혼자 산책하면서 이것저것 생각을 정리하는 것을 권한다. 즐거움과 행복은 밖에서도 찾을 수 있지만, 내면이 주는 위안과 안정이 더 크고 근원적이다. ‘너 잘하고 있고, 충분히 멋져!’ 라고... 잠들기 전에도 ○○, 오늘 하루도 수고했다말해주자.      


공무원인 이상 굵고 짧게는 안 된다. 그리고 굳이 짧게 살 이유도 없지 않은가? 가늘고 길게가 운명이다. 내가 그렇게 산다는데 거칠 것이 뭐가 있으랴?     


스스로 당당하다는 게 얼마나 멋진 일인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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