번역가 황석희님과 워크투게터에서
평소에 문화생활을 좋아하는 편이라 영화나 공연을 종종 보곤 하는데, 몇 년 전, 재치 있는 대사들이 인상 깊었던 뮤지컬 '썸씽로튼'과 영화관에서 자막을 보고 빵 터졌던 '데드풀'을 같은 분이 번역하셨다는 사실을 알고 너무 흥미로웠다.
바로 번역가 '황석희', 초월번역이라 불리는 그분을 어제 만나 뵙고 왔다.
번역가는 다른 언어를 사람들이 잘 받아들이도록 해석하는 사람이기에, 그 과정에서 적절한 단어를 찾아 좋은 문장을 만든다는 점이 머릿속에 떠다니는 것들을 글로 만들고 싶은 나와 연결점이 있다고 느꼈다.
그래서 어쩌면 황석희 번역가님과 함께하는 순간에 작은 힌트를 얻을 수 있을지 모르다고 기대하며 발걸음을 재촉했다.
번역가님을 만나기 전 번역의 겉이라도 핥기 위해서 벼락치기하듯이 몇 가지 활동을 진행했다.
흑백요리사에 나왔던 셰프들이 떨어지기 전에 했던 말들을 다른 문장으로 재번역하기도 했었다.
정지선 셰프님은 '저는 재밌게 했고 이런 기회가 또 올까 싶습니다. 그래도 좋은 경험 했으니까 저는 만족합니다.'라고 말씀하셨었는데, 정지선 셰프님의 맥락을 생각해 봤을 때 여성셰프로써 고된 시간을 견디고 여러 명장들이 있는 이곳에서 함께 할 수 있다는 자부심이 있는 분이라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냥 좋은 경험, 기회가 아니라 자랑스러운 기회, 자랑스러운 경험으로 재번역했다.
이렇게 맥락을 파악하고, 적절한 단어를 찾아 바꿔주는 활동을 통해서 번역이라는 게 이런 일이겠구나 알 수 있었고, 번역이 주는 영향력도 느낄 수 있었다.
그리고 드디어 황석희 번역가님과 함께 이야기를 나누는 시간이 됐다.
번역가님은 이야기를 나누다가 질문을 던지셨다.
이곳에 오신 분들은 번역이나 글쓰기를 잘하고 싶어 하시는 것 같은데
매일 A4 반장이라도 쓰는 분들이 계신가요?
그 질문에 30명 중 5명만 손을 들었다. 물론 그중에 나는 없었다.
그리고 덭붙여 하신 말씀에 뼈를 맞아버렸다.
글을 잘 쓰고 싶으면 일단 써야 돼요. 그리고 많이 읽어야 되고요.
그 길에 요행은 없어요.
그게 습관이 돼야 성공이라는 결실을 맺을 수 있다는 말이었다.
그리고 뒤이어 당연한 것들을 말하셨다.
닮고 싶은 작가의 문장들을 수집하고 내 몸에 배도록 활용해봐야 한다.
한 번에 주르륵 써진 좋은 글은 없으니 덜어내고 고치는 데 시간을 써야 한다.
일을 오래 하려면 체력이 중요하고, 엉덩이 힘이 세야 한다... 등등
이야기를 듣고 공감하며 고개를 끄덕이면서도 마음속으로는 계속 다른 말이 새어 나왔다.
'그렇죠, 번역가님 말씀이 맞죠. 근데 좋은 단어를 찾아 글을 쓰는 다른 방법은요?'
그런 나를 보면서 얼굴이 뜨거워졌다.
정도를 말하는 번역가님 앞에서 다른 정도를 묻는다는 건
그걸 인정하지 않거나 더 쉬운 길, 요행을 바란다는 뜻이었다.
세상에 쉬운 길은 없다. 그냥 읽고, 쓰고 다시 고칠 뿐.
집에 가기 전 번역가님께 사인을 받으며 다시금 다짐했다.
이 당연한 것들을 내가 진짜 당연하게 여기고 살아가자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