혼란 속에서 실마리 찾는 법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도 문제지만, ADHD를 겪는 사람들에게는 잃어버린 물건을 찾는 과정 자체가 또 다른 도전이 됩니다. 평범한 사람들도 물건을 찾을 때는 집중력이 필요하지만, 우리에게는 이 '찾기' 과정이 더욱 험난합니다.
물건을 찾다가 다른 물건을 발견하면 그쪽으로 주의가 흐트러지고, 방구석구석을 뒤지다가 문득 딴생각이 나서 찾던 물건의 존재조차 잊어버리기도 합니다. 한참을 찾다가 "애초에 뭘 찾고 있었지?"라는 생각이 드는 순간, 또다시 좌절감이 밀려옵니다.
실내에서 자주 발생하는 상황들을 보면 아마 공감이 되실 겁니다.
a. 지갑을 찾다가 오래된 사진첩을 발견했다. 추억에 잠겨 사진을 보다 보니 어느새 한 시간이 지났고, 지갑은 여전히 찾지 못했다.
b. 방을 뒤지다가 책상 서랍에서 읽다 만 소설책을 발견했다. 궁금했던 다음 장면이 생각나서 책을 펼쳤고, 찾던 물건의 존재는 까맣게 잊었다.
c. 잃어버린 물건을 찾으려고 방 정리를 시작했다. 하지만 정리하는 과정에서 새로운 시스템을 만들어야겠다는 생각이 들어 갑자기 방 구조를 바꾸기 시작했다.
읽으면서 딱 내 얘기다 싶죠? 왜냐면 실제로 있었던 제 사연들을 적어본 것이거든요... 갑자기 생긴 흥미에 뭔가 찾으려 했다는 사실조차 까먹는 경우가 참 많습니다.
실외에서의 분실은 더욱 복잡한 문제를 야기합니다.
a. 버스에서 핸드폰을 떨어뜨렸다는 것을 깨달았다. 하지만 어느 버스였는지, 어느 정류장에서 탔었는지 기억이 흐릿하다.
b. 친구와 놀다가 공원 어딘가에 가방을 내려놓았다. 하지만 공원을 돌아다니며 많은 곳을 들렸고, 어디서 가방을 내려놓았는지 전혀 기억나지 않는다.
c. 지하철역에서 우산을 잃어버렸다. 개찰구? 편의점? 화장실? 경로를 되짚어보려 해도 주의가 다른 곳으로 흩어져 있어 기억이 선명하지 않다.
이런 상황을 개선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인 접근이 필요합니다.
- 시간제한 두기
* 스마트폰 타이머를 15분으로 설정한다.
* 이 시간 동안은 오직 찾기에만 집중한다.
* 타이머가 울리면 잠시 휴식을 취하고 다시 시작한다.
- 구역 나누기
* 찾을 공간을 작은 구역으로 나눈다.
* 한 구역씩 체계적으로 살핀다.
* 이미 찾아본 구역은 포스트잇으로 표시해 둔다.
* 구역을 이동할 때마다 "1 구역 완료, 2 구역으로 이동"처럼 소리 내어 말한다.
- 소리 내어 말하기
* "나는 지금 검은색 지갑을 찾고 있다"라고 주기적으로 소리 내어 말한다.
* 다른 물건이 눈에 띌 때마다 "이건 내가 찾는 게 아니야"라고 되뇐다.
* 소리를 내어 말하면서 목표를 상기시킨다.
- 즉시 대응하기
* 분실을 알아챈 즉시 행동을 시작한다.
* 시간이 지날수록 기억이 흐려지고 물건을 찾을 가능성이 낮아진다.
* 다른 할 일이 있더라도 찾기를 우선순위로 둔다.
- 동선 역추적하기
* 스마트폰의 위치 기록을 확인한다.
* 결제 내역을 통해 방문한 장소들을 확인한다.
* 찍은 사진이나 영상의 시간과 장소 정보를 확인한다.
* 친구나 동행자에게 동선을 물어본다.
- 관련 기관 접촉하기
* 분실물 센터나 유실물 보관소의 연락처를 미리 저장해 둔다.
* 대중교통 분실물 센터는 즉시 연락한다.
* 방문했던 상점이나 시설의 연락처를 확보한다.
* 연락할 때는 물건의 특징을 최대한 자세히 설명한다.
- 스마트 기기 활용
* 스마트폰, 키링, 지갑 등에 위치 추적 기능이 있는 태그를 부착한다.
* 중요한 물건에는 블루투스 트래커를 달아둔다. 아이폰이라면 에어태그, 갤럭시라면 갤럭시 스마트태그를 활용하면 좋다.
* 분실물 찾기 앱을 설치해 둔다.
- 기록 습관 만들기
* 중요한 물건을 둔 장소를 메모한다.
* 외출 시 소지품 목록을 사진으로 찍어둔다.
* 정기적으로 소지품을 확인하고 기록한다. 세부적인 내용은 이전 화 “물건 잃어버리지 않는 법”을 참고한다.
이러한 전략들을 통해 우리는 끊임없이 산만한 찾기의 악순환에서 빠져나올 수 있습니다.
특히 중요한 것은 '다른 것에 빠져들지 않겠다'는 의지가 아닌, '빠져들더라도 다시 돌아올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드는 것입니다. 우리의 주의력이 흐트러지는 것은 자연스러운 일이니까요.
분실물을 찾는 과정에서 느끼는 불안과 초조함은 집중을 더욱 어렵게 만듭니다. 그래서 차분히 단계를 밟아가는 것이 중요합니다. 때로는 혼자서 찾는 것보다 누군가의 도움을 받는 것이 더 효율적일 수 있습니다. 도움을 요청하는 것을 부끄러워하지 마세요. 우리 모두는 서로의 도움이 필요한 순간이 있으니까요. 완벽한 집중력, 완벽한 주의력을 가질 순 없겠지만, 우리만의 방식으로 문제를 해결해 나갈 수 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