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음속 혼란을 잠재우는 법
카페에서 책을 읽다가 문득 시계를 봅니다.
"어, 벌써 이런 시간이네."
서둘러 일어나 다음 약속 장소로 향했습니다. 한참을 걸어가다 문득 지갑이 필요한 순간이 찾아왔고, 그제서야 깨달았습니다.
"아... 지갑을 카페에 두고 왔구나."
이런 경험, 한 번쯤은 있으시죠?
하지만 ADHD와 함께 살아가는 사람들에게는 이런 일이 거의 일상입니다.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을 어디에 뒀는지 까먹고, 옷을 어디에 벗어뒀는지 기억나지 않고, 방금 전에 놓은 물건도 찾지 못하는 일이 반복됩니다.
우리의 주의력은 마치 호기심 많은 나비처럼 이리저리 날아다닙니다. 지갑을 들고 우편함을 확인하다가 온 전화 한 통에 관심이 쏠리고, 통화를 마치고 나면 지갑은 이미 기억 저편으로 사라져 있죠. 축구공을 발로 차며 집에 가다가 나비를 따라가다 보면, 어느새 공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있습니다.
이렇게 물건을 잃어버리는 것은 단순히 부주의해서가 아닙니다. 우리의 뇌는 끊임없이 새로운 자극을 찾아 헤매고 있기 때문입니다. 장소가 바뀌거나, 흥미로운 것이 눈에 띄거나, 누군가의 말소리가 들리면 그쪽으로 주의력이 순식간에 옮겨가 버립니다. 그 사이 손에 들고 있던 물건은 어디론가 사라지고, 심지어는 그 물건의 존재 자체도 잊혀지곤 합니다.
더 큰 문제는 물건을 잃어버린 후의 상황입니다. 물건을 찾으러 되돌아가려 해도, 어디서부터 찾아야 할지 감이 잡히지 않습니다. 기억나는 마지막 순간부터 차근차근 되짚어 가보려 하지만, 그 과정에서도 새로운 자극들이 끊임없이 주의를 흩뜨립니다. 책상 위를 정리하다가 오래된 사진을 발견하고 추억에 잠기거나, 서랍을 뒤지다가 잊고 있던 장난감을 발견하고 한참을 가지고 놀다가 정작 찾으려던 물건은 잊어버리고 맙니다.
"이번에는 정말 조심해야지."
"이제부터는 물건을 잃어버리지 말아야지."
물건을 잃어버릴 때마다 다짐하지만, 그런 의지는 오래가지 못합니다. 주의력의 분산은 단순히 마음먹는다고 해결되는 문제가 아니기 때문입니다. 하나를 챙기면 하나를 잃어버리고, 하나를 생각해내면 하나를 잊는 상황이 계속해서 반복됩니다.
분실물을 찾는 과정은 엄청난 에너지를 소모합니다. 집중해서 사방을 뒤져야 하는데, 그 와중에도 끊임없이 흩어지는 주의력과 싸워야 하죠. 이렇게 소모된 에너지는 하루의 컨디션에 큰 영향을 미치고, 결국 다른 중요한 일들에도 지장을 주게 됩니다.
하지만 희망이 없는 것은 아닙니다.
1화에서 이야기했던 것처럼, 우리에게 필요한 것은 '체계화'와 '습관화'입니다. 작은 주의력으로도 소지품을 챙길 수 있는 시스템을 만들고, 그것을 자연스러운 습관으로 만들어야 합니다.
생각해보면 우리는 이미 비슷한 경험이 있습니다.
처음 자전거를 탈 때는 페달도, 핸들도, 브레이크도 모두 의식적으로 신경 써야 했지만, 이제는 생각하지 않아도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죠. 운전을 처음 배울 때도 기어 변속, 브레이크, 엑셀, 사이드미러 확인까지 모든 것이 의식적인 노력을 필요로 했지만, 이제는 자연스럽게 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마찬가지로 물건을 관리하는 것도 처음에는 의식적인 노력이 필요하지만, 차츰 자연스러운 습관이 될 수 있습니다. 실수를 완전히 없앨 수는 없겠지만, 그 빈도를 크게 줄일 수는 있습니다. 중요한 것은 실수했을 때 자책하지 않고, 다시 시도할 수 있는 용기를 갖는 것입니다.
처음에는 이런 시스템이 오히려 더 번거롭고 피곤하게 느껴질 수 있습니다. "그냥 물건 하나 챙기는 건데 뭐가 이렇게 복잡해?"라는 생각이 들 수도 있죠. 하지만 이는 마치 자전거를 배우기 위해 처음에는 보조바퀴가 필요한 것과 같습니다. 처음에는 귀찮고 번거로워 보이는 이 과정들이, 나중에는 우리를 자유롭게 해주는 도구가 될 것입니다.
지금 이 글을 읽고 계신 분들 중에도 비슷한 경험을 하신 분들이 많으실 것 같습니다. 어쩌면 지금 이 순간에도 무언가를 찾고 계시거나, 방금 전에 잃어버린 물건 때문에 한숨을 쉬고 계실지도 모르겠네요.
하지만 이제는 더 이상 혼자 고민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다음 글에서는 제가 실제로 사용하고 있는 '작은 주의력으로도 가능한 물건 관리 시스템'을 하나하나 소개해드리려고 합니다. 함께 천천히 시작해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