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의력 결핍이 자신감 결핍이 되지 않았으면
운동장 한편에 처박혀있는 신발주머니를 찾으며 시작된 나의 하교 시간.
"또 신발주머니를 잃어버렸구나..."
그날도 어김없이 엄마의 한숨 소리가 들려왔습니다.
초등학교 시절, 저는 매일같이 무언가를 잃어버렸습니다. 신발주머니, MP3, 지우개, 심지어 체육복까지. 매주 지우개를 새로 사고, 준비물을 빼먹고, 수업 중에는 옆 반 친구가 보고 싶다고 그냥 교실을 나가기도 했죠. 선생님들은 저를 '산만한 아이'라고 불렀고, 부모님은 항상 걱정과 함께 저를 지켜보셨습니다.
하지만 정신을 차리는 게 그리 쉽지 않았습니다. 제 머릿속은 마치 수십 개의 TV가 동시에 켜져 있는 것 같았으니까요. 한 가지에 집중하려 하면 다른 생각들이 물밀듯이 밀려들었고, 그러다 보면 어느새 원래 하려던 일은 잊고 말았습니다.
청소년기를 지나 대학생이 되었지만, 상황은 나아지지 않았습니다. 수업 시간표를 제대로 확인하지 못해 수업을 놓치기 일쑤였고, 과제 제출 기한을 자주 놓쳐 학사경고를 받기도(심지어 2번) 했습니다. 그때마다 느꼈던 자괴감과 좌절감은 지금도 생생합니다.
직장인이 된 후에도 비슷한 어려움이 계속되었습니다. 변경된 회의 시간을 까먹거나, 중요한 보고서 제출을 깜빡하는 일이 잦았죠. 동료들이 저를 '불성실한 사람'으로 여기지 않을까, 일을 대충 하는 사람으로 비치지는 않을까, 저는 점점 더 자신감을 잃어갔습니다.
그러던 어느 날, 문득 깨달았습니다.
"나만 이런 걸까?"
인터넷을 검색하다 보니, 저와 비슷한 증상을 겪는 사람들이 생각보다 많다는 것을 알게 되었습니다. 그들의 이야기를 읽으면서, 처음으로 제가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는 걸 깨달았죠.
ADHD라는 것을 알게 된 후, 저는 조금씩 변화하기 시작했습니다. 저의 특성을 이해하고, 그에 맞는 대처 방법들을 하나둘 찾아나갔습니다. 물건을 잃어버리지 않는 법, 약속을 잊지 않는 법, 업무를 체계적으로 관리하는 법... 시행착오를 거치며 저만의 방법들을 개발해 나갔죠.
이제는 그동안의 경험을 나누고 싶습니다. 저처럼 일상의 작은 것들로 매일매일 좌절하는 분들에게, 제가 찾은 해결책들이 작은 도움이 되었으면 합니다. 완벽한 해결책은 아닐지라도, 우리의 삶을 조금 더 편안하게 만들어줄 수 있는 방법들을 이야기하고 싶습니다.
이 책은 저의 경험담이자, 우리 모두를 위한 생존 가이드입니다. ADHD와 함께 살아가면서 느꼈던 좌절과 아픔, 그리고 그것을 이겨내기 위해 찾았던 해결책들을 진솔하게 담아보았습니다.
더 이상 불필요한 자책과 좌절로 시간을 보내지 않았으면 합니다. 우리는 다만 조금 다른 방식으로 세상을 바라보고 있을 뿐이니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