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물건들을 끼리끼리 모으는 법
“아... 또 이렇게 됐네.”
책상 위는 이것저것으로 가득합니다.
노트북 옆에는 읽다 만 책들이, 책 위에는 먹다 만 컵라면이, 그 옆으로는 어제 입었던 옷가지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죠.
서랍을 열어보니 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언제 샀는지도 모를 물건들이 뒤엉켜 있습니다.
정리를 해야겠다고 마음먹고 책상 앞에 앉습니다.
하지만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막막해집니다.
책을 정리하려다가 그 안에서 잊고 있던 메모를 발견하고, 메모장을 보다가 문득 떠오른 아이디어를 핸드폰에 적다가... 어느새 유튜브를 보고 있는 제 모습을 발견합니다.
ADHD를 겪는 사람들에게 정리정돈은 생각보다 복잡한 과제입니다.
물건을 한 자리에 모아두는 단순한 행위가 아니라, 수많은 결정과 선택이 필요한 일이기 때문이죠.
이 물건은 어디에 두어야 할까? 이걸 버려도 될까? 나중에 필요하지 않을까?
이런 고민들이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다 보면 어느새 정리하는 것을 포기하게 됩니다.
저 역시도 한때는 방 안에 있는 모든 물건이 무질서하게 뒤섞여 있었습니다.
책상 위에는 옷가지와 전자기기가 뒤엉켜 있었고, 책장 위에는 청소도구와 취미용품이 섞여 있었죠.
무언가를 찾으려면 이 혼돈의 미로를 헤매어만 했습니다.
하지만 이대로는 안 됩니다.
정리되지 않은 공간은 우리의 마음도 정리되지 않게 만듭니다.
어질러진 책상을 보며 죄책감을 느끼고, 찾지 못하는 물건들 때문에 스트레스를 받고, 결국 이런 감정들이 우리의 일상을 침식해 가죠.
이를 해결하기 위해 저는 최대한 단순하면서도 실용적인 정리 원칙들을 만들어 실천해 왔습니다.
다행히도 주의력이 부족한 ADHD에 맞는 정리 방법이 몇가지 있습니다.
첫번째는 바로 '카테고리화'입니다.
우리의 뇌는 비슷한 것들을 하나의 그룹으로 인식할 때 더 잘 기억합니다.
마치 도서관에서 책들이 주제별로 정리되어 있는 것처럼, 우리의 물건들도 그룹으로 나누어 정리하면 찾기도, 관리하기도 훨씬 쉬워집니다.
필기구는 필기구끼리, 전자기기는 전자기기끼리, 옷은 옷끼리.
이렇게 비슷한 용도의 물건들을 한데 모아두면, 적어도 어떤 물건이 어느 영역에 있는지는 기억할 수 있게 됩니다.
세부적인 위치는 잊어버려도, 대략적인 범위는 알 수 있는 거죠.
또 카테고리 세분화를 생각해 볼 수도 있습니다.
예를 들면 옷장을 정리할 때는 상의끼리, 하의끼리, 양말끼리, 장신구끼리 구분할 수 있을 텐데요.
더 세분화해서 상의 안에서도 티셔츠, 셔츠, 니트로 나누고, 하도 청바지, 슬랙스, 반바지로 나누면 더욱 체계적으로 정리할 수 있습니다.
다만 주의해야 할 점은 카테고리 세분화를 생각했다면, 큰 카테고리를 우선적으로 해서 정리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니트 재질 상의와, 니트 재질 양말을 같이 정리하기보다는, 니트 재질 카라티와 기모 맨투맨 티셔츠를 같이 보관하는 것이 더 헷갈릴 일이 줄어들게 되겠죠.
취미 물품도 각각의 취미별로 구분해야 합니다.
그림 그리기 용품이라면 스케치북, 연필, 지우개, 물감 등을 하나의 세트로 보관하고요.
게임기와 관련 액세서리들도 한 곳에 모아둡니다.
저는 각 취미별로 전용 가방이나 상자를 마련해서 사용하고 있습니다.
특히 뚜껑이 있어서 아예 통 단위로 구분할 수 있는 상자가 취미 용품 보관에 적절합니다.
생활용품은 사용 목적과 빈도에 따라 구분합니다.
청소용품은 청소용품끼리, 주방용품은 주방용품끼리 모아두고, 계절용품의 경우에도 여름용품, 겨울용품으로 나누어 보관합니다.
특히 계절용품의 경우, 해당 계절이 지나면 수납장 안쪽으로 넣어두어 불필요한 혼란을 줄일 수 있습니다.
당장 모든 것을 완벽하게 정리할 필요는 없습니다.
오늘은 책상 위의 필기구들만 모아보는 것으로 시작해보는 건 어떨까요?
책은 책끼리, 전자기기는 전자기기끼리...
하나씩, 천천히 정리해나가다 보면 어느새 우리만의 질서가 만들어질 거예요.
다음 글에서는 이렇게 모아둔 물건들을 어떻게 보관하고 관리하면 좋을지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함께 조금씩, 더 나은 방향으로 나아가보시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