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엄마 몸을 AS 하세요

by 온리

엄마

오늘은 웬일인지 이른 시간에 눈이 떠졌어요.

엄마도 일어났을까 싶어 CCTV를 보니 벌써 오토바이를 타고 나가시네요.

이 새벽에 어디 가세요? 밭에 가시겠지요.

오늘도 엄마의 꿈이 한가득 열리길 소망해요.

아빠가 장독대 벽에 손을 짚고 팔 굽혀 펴기를 하시는 것도 보았어요.

운동하는 아빠를 보니 흡족해요. 아빠에게 운동이 필요한 거 아빠도 이제 눈치 채신 거 같아요.

두 분이 사이좋게 얼굴 마주 보며 얘기 나누는 모습도 보기 좋네요.

엄마 아빠는 어쩜 이렇게 부지런하실까요.

날 밝으면 일어나 들에 나가시고 해가 지면 집에 와서 잠을 청하고.

이런 자연주의 생활을 동경해요.


엄마

거기도 에어컨 켰지요?

저희 집도 며칠 전에 거실 에어컨을 켰어요. 장마가 올랑말랑 하면서 습한 기운을 내니 너무 끈적이고 그래서요.

그런데 찬 바람이 안 나오는 거예요. 그러다가 결국 무슨 에러코드가 떴어요. C574였나 그래요.

서비스센터에 전화해서 출장서비스를 신청했어요. 저 코드는 가스가 아예 없는 거래요.

가스가 어디서 새는지를 알아야 하는데 일단 가스를 넣어보고 찬바람이 얼마 만에 안 나오는지를 관찰하래요.

그 기간이 몇 주라면 실외기에서 새는 거고, 올해는 무사히 잘 넘기고 내년에 에어컨을 켰을 때 찬 바람이 안 나오는 거라면 배관에서 새는 거라고.

정답은 실외기였어요. 그날 밤부터 찬바람이 안 나오더라고요. 기사님이 가스를 넣고 계실 때 나오던 찬 바람이 마지막이었어요. 적어도 몇 주간은 시원하겠지 기대했는데 완전 대실망이었어요.

이제 실외기를 열어서 고치면 된대요. 그런데 예림이 방 에어컨 실외기가 거실 에어컨 실외기 위에 설치되어 있어서 그걸 먼저 처리하라고 하네요. 위에 있는 실외기를 해체하고 옮긴 다음, 밑에 있는 실외기를 수리하고, 해체해 놓은 실외기를 다시 설치하고. 복잡하더라고요. 비용도 곱절로 들고요.

남서방이 수를 썼어요.

엄마 당근 아세요?

당근은 중고물품을 거래하는 곳인데 기술을 가진 사람과 연락할 수도 있어요.

당근에서 에어컨 앵글 설치업자를 찾아서 위에 있는 실외기를 아예 난간 바깥쪽으로 매달았어요. 비용이 삼분의 일로 줄었어요. 남서방 참 지혜롭죠?

이제 실외기만 고치면 돼요.

예림이 방 에어컨은 신혼집에서부터 13년을 쓰던 건데 지금까지 한 번도 고장 난 적이 없었어요.

거실에어컨은 이사 올 때 설치한 거라 거의 9년을 썼고요.

두 가전의 브랜드가 다른데 묘하게 예림이 방께 더 낫나?라는 생각이 들더라고요.

근데 곰곰이 생각해 보니 예림이 방 에어컨은 거의 안 켰고, 거실 에어컨은 엄청 켰어요.

많이 썼으니 고장 날만도 하죠.


엄마

엄마도 엄마 몸을 70년 넘게 썼어요.

여기저기 아프신 게 당연하죠.

엄마가 정말 어렸을 때부터 일을 하셨으니 그 세월을 몸이 어떻게 견뎌요.

어제 했던 엄마표 옥수수 기다린다는 말 취소할게요.

이제 자식들 먹일 걱정 하지 말고

새벽에 부리나케 밭에 나가지 마시고

엄마 몸을 AS 했으면 좋겠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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