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
본격적인 여름인가 봐요.
요즘 식사 잘하고 계세요?
아빠가 입맛 없어할 때는 엄마가 이것저것 만들어 주시는데
엄마가 그럴 때는 어떻게 하나 궁금해요.
아빠가 오다 주웠다는 느낌으로 빵봉지를 척 내밀면 좋을 텐데요.
얼마 전 언니가 수박을 보냈다고 하던데 맛있게 드셨는지 모르겠어요.
엄마
예림이가 얼마 전에 아팠어요.
속이 안 좋다고 하더니 열이 나더라고요.
코로나 환자가 증가하고 있다길래 그런 줄 알았는데
다행인지 뭔지 장염이래요.
결석을 하고 집에서 쉬면서 먹방을 보더라고요.
엄마 먹방 아세요?
먹는 방송이에요. 거기 나오는 사람들 엄청 많이 먹어요.
과일 먹방을 보면서 침을 흘리고 있더라고요. 장염 환자가..
속 좀 편안해지면 먹으라고 수박을 한통 사 왔어요.
야금야금 먹으면서 엄청 행복해하는 거 있죠.
예림이가 원래 과일을 좋아해요.
블루베리를 한 주먹씩 입에 넣고 우적우적 먹어요.
보고 있으면 그 모습이 참 예뻐요.
논에 물 들어가는 거랑 자식 입에 음식 들어가는 게
제일 보기 좋다고 하잖아요.
엄마도 그러셨어요?
제 기억엔 그러셨을 것 같아요.
엄마는 충분히 그리고 기꺼이 내어주셨어요.
없으면 본인 꺼라도.
악동뮤지션 노래 중에 이런 가사가 있어요.
"우리 엄마 아빠 사랑 먹고 이리 잘 컸나 보다"
저도 동의하는 바예요.
엄마
저는 요즘 도넛에 빠졌어요.
제가 어릴 때 엄마가 반죽해서 튀겨주셨던 그 도넛도 참 맛있었어요.
설탕에 팍팍 굴려서 먹으면 별미가 따로 없었어요.
최근에 쿠팡을 어슬렁거리다 크림이 잔뜩 들어간 도넛을 주문했어요.
근데 정말 너무너무 맛난 거 있죠.
하루 세끼를 도넛으로 먹을 정도로 맛있더라고요.
엄마도 드시면 좋아하실 텐데.
호옥시 속이 약한 엄마가 배 아플까 봐 크림은 좀 덜어내고 같이 먹어봐요.
사실 저도 속이 좀 아팠거든요.
크림이 많아 처음엔 거부하던 애들도 이제는 잘 먹어요.
같이 먹으면 맛있어서 참 행복한데 몸에 그리 좋은 건 아니라 살짝 걱정도 돼요.
엄마가 무엇을 먹는지가 아이들에게도 중요하다는 걸 깨달아요.
그래도 먹는 동안 심하게 행복한 걸 어떡해요.
딱 한 번만 더 먹고 이제 안 먹을 거예요. 정말이에요.
아 맞다. 사실은 다른 도넛도 먹어보고 싶어요.
제주 특산품을 활용해 만든 도넛인데 땅콩크림도넛이 상당히 궁금해요.
이것까지만 딱 두 번. 이 정도면 괜찮겠죠?
엄마
마트에 찰옥수수가 나왔어요.
옥수수가 보이면 일단 사고 봐요.
그렇게 두어 번 버티다 엄마 옥수수를 먹으면
으음~ 그래 이 맛이야 하게 돼요.
옥수수는 우리 엄마 옥수수가 최고이죠.
무한대로 들어가는 엄마표 옥수수 얼른 먹고 싶네요.
7월 말까지 어떻게 기다릴까요.
어맛, 엄마한테 옥수수를 맡겨놓은 것도 아닌데 왜 이리 당연하게
옥수수 먹을 생각을 하는 거죠.
엄마한테 뚝딱 생기는 게 아니고 엄마가 시기 맞춰 잘 키워야 먹을 수 있는 건데.
엄마한테 20년을 붙어살았어도 과정은 모르고 결과만 바라네요.
옥수수를 먹는 건 엄마의 땀과 피를 먹는 건데..
엄마는 정말 대단해요. 어떻게 아무렇지 않게 옥수수를 키워내시는 걸까요.
앗, 냉동실에 엄마 옥수수가 있다는 게 생각났어요.
오늘은 정말 신나는 날이네요.
오늘은 도넛 대신 엄마의 선명한 사랑, 옥수수를 먹을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