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자리가 주는 선물 같은 일^^;
그냥 남들보다 오래 다양한 업무로 일하다 보니 나의 이력서는 남들보다 다채롭다. 그래서일까 난 내가 해 왔던 일이 가끔은 부끄럽기도 했다. 이유 중에 하나는 고용형태로 인해 다른 사람들의 이력서보다 지저분해서 그렇고, 다른 하나는 특히 채권 업무를 할 때였는데 '아웃바운드'를 '오토'로 토요일 아침에 한다는 것 자체가 미안했다. 사실 미안해야 되는 사람들은 고객님들인데 말이다. 그래서 조금 길게 해 왔던 업무스타일을 '고객센터' 위주로 바꿔보기도 했다. 그래도 나의 자존감은 점점 낮아지고, 젊은 이들을 따라 잡기도 힘들어졌다는 걸 느끼게 되었다.
그래서 난 어떤 일만 오랜 시간 일했다고 말한다면 분명히 베테랑이라고 말해도 부족함이 없는 건 사실이다. 하지만 나의 경우에는 양심상 그러질 못 하겠다. 점점 업무능력도 흡수가 되지 않고, 한동안 정신줄은 안드로메다에 가 있었던 날들도 길었었기에 나로서는 진짜 '고장 난 로봇' 같았다. 그래서 그렇게 부르지도 않겠지만 혹시라도 부른다면 난 후다닥 숨어야 한다.
올해부터 나는 제2의 직업을 찾아야겠다고 여러 종류의 일들을 지원해 봤다. 예상대로 그 분야에 경력이 없는 경우엔 일 할 기회조차 없기도 했다. 물론 절대로 쉽게 생각하지 않았던 일들은 아니었지만 버티기도 힘든 일이기는 했다. '무슨 일이든 안 힘든 일이 어디 있겠느냐?!'라고 묻겠지만 이번에 그만두게 된 이유는 '말하고 싶지 않은 나쁜 이유가 제대로 있어 그냥 얌전히 놓아줬다. 알아서 살라고 말이다.' 그러다 보니 나는 답은 하나라는 걸 이미 알고 있었다. '다시 나의 일로 돌아가겠구나?!'라고 말이다.
물론 오래된 나의 일이 싫은 건 아니다. 그저 몸뚱이도 삐걱거리고, 나의 능력치도 한계가 있다는 걸 느껴서 멈췄던 거다. 하지만 이런 식으로 돌아 돌아오기 위해 참 힘들긴 했다. '할 수 있을 때까지는 열심히' 해야 한다. 이전과 같이 생각하자 바로 입사할 수 있었다. 팀도 느낌이 좋다. 이제 나만 잘하면 된다. 업무지식을 머릿속에 잘 넣어두고, 요리조리 정확하게 잘할 수 있도록 말이다. 하루하루 노력한다면 말이다.
어쩌면 나도 베테랑이 될 수 있지 않을까?!
며칠 전 어떤 지인이 나에게 말했다. '난 일을 그만두는 것에 있어서 절박함이 없다 보니 쉽게 그만두는 것 같다.'라고 말했다. 이 말을 듣고 곰곰이 생각해 보니 아니라고 반박하기만 할 수는 없었다. 하지만 사람마다 보는 시선이 다르기 때문이라고 그냥 넘기려고 한다. 그렇지 않다면 계속 생각에 생각이 꼬리를 물고 놔주지 않을 것 같아서 그렇다. 나에 대해 제대로 알지 못하는 사람들의 말로 계속 생각한다는 건 너무 불필요한 시간들이니까?! 암튼 나에게 '아자아자 파이팅'이다! 이번부터는 '최선을 다하는 게 아니라 그냥 잘하는 거다. 나 자신에게도 부끄럽지 않은 내가 되었으면 좋겠다.'